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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06.09.18
  • 442
최근에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수구세력이 잇따라 집회를 열면서 여러 언론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집회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서울광장’이 조성되자 수구세력은 이곳을 마치 전용 집회장소처럼 활용하며 대규모 집회를 계속 열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전 시장은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례에는 정치적 용도로 쓸 수 없다고 분명히 규정되어 있으나 수구세력은 사실상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정치적 집회를 계속 열고 있다.

수구세력의 최근 행태에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이들의 집회가 다름 아니라 미국의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미투쟁’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수구세력은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급기야 럼스펠트 국방장관과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작권의 환수’는 미국의 전략에 따른 것이며, 이로 말미암아 한미동맹관계가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구세력은 막무가내다. ‘전작권의 환수’는 망국적 정책이라며 생난리를 치고 있다. 도대체 수구세력은 왜 갑자기 이렇듯 격렬하게 ‘반미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먼저 ‘전작권의 환수’가 참여정부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무엇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제는 이미 전두환 정권 때부터 ‘자주적 국방정책’ 운운하며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수구세력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숨긴 채 참여정부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기 위해 ‘전작권의 환수’를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 ‘전작권의 환수’를 추진했던 책임자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작권의 환수’에 관한 수구세력의 행태는 거짓으로 사익을 챙기고자 하는 수구세력의 정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전작권의 환수’는 미국의 전략에 따른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전두환 시절부터 한국 정부는 ‘전작권의 환수’라는 과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으로서는 이 과제를 수용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이 한국을 일방적으로 ‘보호’하면서 자기의 국익을 최대한 추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고도성장과 민주화가 이루어지자 미국은 한국의 ‘자주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한미동맹관계의 개편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것은 비정상적 한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커다란 이익을 일방적으로 취득한다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변화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커다란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수구세력은 이런 실제적 문제에 대해서는 완전히 눈을 감고 그 자체로는 분명히 역사의 발전인 ‘전작권의 환수’만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로써 미국은 수구세력에 대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세력이라는 인식을 더욱 강화하게 되었다. 수구세력은 그 동안 미국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거듭 천명한 ‘숭미세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전’의 중대정책에 정면으로 맞서고 나섰으니 미국 정부로서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책의 내용이 한국의 발전을 인정하고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니 더욱 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구세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전’에게 대들뿐만 아니라 제 나라의 발전조차 거부하는 세력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드러났으니 당혹스러운 것을 넘어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수구세력은 안보불안을 조장해서 권력을 유지했던 ‘안보세력’이며, 또한 그렇게 해서 잡은 권력을 이용해서 엄청난 사익을 챙긴 ‘부패세력’이다. 그들의 ‘수장’이었던 박정희와 전두환과 노태우는 이런 사실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20년 전에 일어난 이른바 ‘평화의 댐’ 사건은 그 한 예일 뿐이다(이 사건을 주도했던 선우중호라는 토목학자가 이 정부가 추진하는 ‘용산민족역사공원’의 위원장이라는 사실은 이 정부가 얼마나 무능한가를 잘 보여주는 가장 끔찍한 사례가 아닐까? 민족과 역사를 우롱했던 대표적 사건의 장본인이 민족과 역사를 내세운 공원의 주도자라니. 이것 자체가 민족과 역사를 우롱하는 또 다른 대표적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말 것이다).

수구세력은 전작권을 주한미군이 보유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그야말로 기괴한 비정상적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보수세력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주장이다. 완전한 독립국가의 건설은 보수세력의 알파와 오메가요, 전작권과 같은 군사권의 확보는 그 고갱이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수구세력은 다수의 국민이 한미동맹관계의 정상화에 안보적 우려를 갖고 있다는 잘못된 판단 위에서 ‘전작권의 환수’에 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수구세력은 이로써 다시금 안보불안을 조장해서 내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발판을 다지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다시금 그들이 마음껏 풍요를 누렸던 저 독재와 부패의 시대로 이 나라를 이끌고 가고자 기를 쓰는 것이다. 그것은 ‘망국의 길’이다.

우리는 보수세력과 수구세력을 구분해야 한다. 양자 사이의 커다란 차이를 무시하는 것은 사실의 인식에서나 정치적 판단에서나 크게 잘못된 것이다. 보수세력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수구세력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자기의 사익을 위해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제멋대로 왜곡하고 훼손한다. 그들은 ‘전작권의 환수’와 같은 합리적 정책조차 자기의 사익을 위해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정치적 쇼를 마다하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그들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미국조차 배신감과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수구세력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수구세력의 핵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관변단체’ 재향군인회는 수구세력의 반미투쟁이 안고 있는 문제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이에 대해서는 <신동아> 2005년 11월호에 실린 ‘거대 공룡 재향군인회, 꼬리 무는 의혹’이라는 기사에서 이미 잘 설명해주었다. 거대한 재향군인회를 통제하는 소수의 수구 지배세력이 재향군인회를 이용해서 막대한 사익을 챙기고 있는 동시에 이를 위해 법률을 어기고 정치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세력은 이런 수구세력의 문제를 밝히고 개혁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정말이지 보수세력의 성장과 발전을 고대한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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