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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04.05.10
  • 1230
대학등록금과 더 넓은 세상

이라크 남성 포로에게 고문을 가한 한 미군 여성 병사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서 그녀는 군대를 지원했다고 한다. 잠시 그녀가 근무했던 고향의 할인매장에서는 그녀의 성실한 근무를 기념하기 위해서 최근까지 매장에 사진을 걸어 놓았단다.

많은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미국의 한 평범한 시골 처녀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하루아침에 사악한 악녀로 변하여 있었다. 온갖 종류의 가학과 혐오를 다 담고 있는 이라크 전쟁 포로를 고문하는 사진에는 어김없이 그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정말 사악한 악녀일까?

조직적 관여

최근 여러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포로에 대한 고문은 단순히 하급 미군들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에 따르면 이러한 고문과 가혹행위들이 군 내부규정에 따른 조직적 행위이며, 아울러 이라크 교도소의 포로 수용소 뿐만 아니라 테러 혐의자가 구금되어 있는 미군 관타나모 수용소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잔혹 행위가 행해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적십자위원회에서도 이라크 내에서 자행된 가혹행위는 광범위하게,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조직적 행위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고문과 가혹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분명 하급 병사의 단순한, 순간적 실수가 아님이 분명해진다.

전쟁을 일으킨 자의 뻔뻔함

다시 말해서, 이러한 행위의 배후에는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신속하게 승리로 이끌기 위하여 전쟁을 일으킨 자들의 방조내지는, 최소한 묵인이 있었다는 점을 우리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고문과 가혹행위를 전쟁 수행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산물로 설명하면서 전쟁의 비정상적인(abnormal) 결과로만 몰고 있다.

또한 자신들은 그러한 고문과 가혹행위와 관계없는 사람들처럼 행동하면서, 고문을 가한 미군 병사들에게만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는 이라크 전쟁이 도덕적으로 정당한 전쟁이라는 주장을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고문을 가한 그 여성 병사는 전쟁과 군사주의가 가져온 전쟁의 또 다른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

전쟁의 광기, 전쟁의 또 다른 피해자

군사주의를 비판하는 많은 여성주의 학자들은 전쟁이 낳는 가장 부정적인 결과물 중의 하나가 바로 폭력적인 가부장제 질서의 재생산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고문도 대표적인 전쟁 폭력 중의 하나다.

겉으로 보기에 이 “여성”은 기존 가부장제적 폭력질서에서 전도된 폭력 행사의 주도자(고문하는 “여성”/고문 당하는 “남성”)로 보이지만, 실제로 이 “병사”는 전쟁이라는 폭력의 말단 행위자(고문하는 미군 “병사”/ 고문당하는 이라크 “포로”)에 불과하며, 전쟁을 수행하는 주체적인 남성들(이를테면 미국의 지배계층 또는 신보수주의층)에 대한 또 다른 객체로 기능한다. 그녀의 고문은 실제로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적 행위의 명백하지만, 작은 기표에 불과하다.

누가 처벌을 받아야만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듯이 대량살상무기, 독재타도, 민주주의 부활 등등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이번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 아울러 이번 고문과 잔혹행위 사건을 통해서 말단 미군 병사들의 인간성 마저 말살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이번의 고문과 가혹행위가 전쟁의 조직적인 결과물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일으킨 주체들은 그것에 대한 책임을 일부 하부 병사들에게만 돌리고 있다.

이 시골 처녀의 고문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고 또한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동시에 그러한 처벌은 자신들의 일부 이익을 위하여 명분없는 전쟁을 일으킨 전쟁 주체에 대한 엄정한 처벌까지 함께 할 때 비로소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한국 정부도 추가 파병을 고려하기보다는 오히려 전쟁을 일으킨 자들의 단죄에 보다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만 할 것 같다.

황영주 (부산외대 교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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