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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14.04.17
  •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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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통일 대박론 이후 우리 사회에서 통일이 새로운 화두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신뢰와 통일을 말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전제로 한 군사 훈련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고, 통일의 밑거름이 될 교류와 협력에 대해서는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2년 차를 맞아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군사 동맹의 한계를 진단하고, 동북아 영토분쟁과 미·중 갈등 사이에서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외교적 딜레마를 타개할 평화적·포괄적 해법을 모색하는 '2014, 평화 상상' 연재를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을 통해 현안 대응책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외교·안보 분야를 바라보는 바람직한 관점을 제안하고자 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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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정부의 막장 외교와 집단적 자위권 논란

위협받는 동아시아의 시대정신


이경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인하대 교수

 

조롱받는 평화

 

아베정권의 막장외교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무기수출 3원칙’(1)을 ‘방위장비 이전 3원칙’(2)으로 바꾸어 그간 금지했던 무기 수출을 사실상 허용하려 하고 있고, 평화헌법 하에서 당연히 행사할 수 없다던 집단적 자위권금지 입장을 바꾸어 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전환하고 자 하고 있다. 

 

이런 막장외교는 어떻게 보면 그렇게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지난 2012년 재등장한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새로이 취임한 후 짧은 기간에 보여준 수많은 예고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인 2013년 5월 12일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인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東松島)시의 항공자위대 기지를 방문하면서 아베총리는 ‘731’이라는 편명이 적힌 훈련기의 조종석에 앉아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 환한 포즈로 사진을 촬영했다. ‘731’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 생체실험을 했던 일본 관동군 산하 세균전 부대 731의 그 731이 아니었던가. 올 2월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나카야마 나리아키라는 국회의원으로부터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담은 기획전이 전시되고 한국 여성가족부가 일본군 위안부 추모 기념일을 제정하는 데 대한 견해를 묻자, "잘못된 사실을 열거해 일본을 비방중상하는 것에는 사실을 가지고 냉정하게 반론하겠다"고 답변했지 않았던가. 

 

원래 평화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 하의 일본외교의 근간은 평화와 선린외교이다. 이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의 논리로 삼국동맹을 맺고 급기야 이를 행사하여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무대에 복귀할 수 있었던 전제조건이다. 그런데 급기야 이를 내팽개치고 오히려 마음껏 조롱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을 부정하는 ‘자위력론’ 

 

1946년 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일본 헌법은 평화와 선린외교의 약속문서이다. 전범인 일왕을 처벌하지 않는 대신 평화창조를 위한 선린외교에 전념하도록 군사력을 포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약속을 지킬 것을 헌법이라는 문서로 약속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한 것이다. 주권자인 일본 국민들도 지난 68년간 그 약속을 지키는 일에 고군분투하여 그간 글자 한자의 수정도 허락지 아니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아시아의 국가와 시민사회도 이에 일조하여 엄한 눈으로 이를 견제하여 왔다. 

 

그래서인지 일본 정부는 재무장을 하면서도 이를 군대라 하지 못하고 자위대라고 하였으며, ‘자위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실력’(1954년 일본정부 통일견해-이른바 자위력론)은 일본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군사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여 왔다. 그 결과, 개별적 자위권을 논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군사력을 포기한 헌법 하에서 행사할 수 없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집단적 자위권은 당연히 인정되지 않았다(1980년 이나바 의원의 질의에 대한 정부답변). 

 

그리고 '필요최소한'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해외파병이나 교전권의 행사도 인정되지 않았다. 자위대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동시에 자위대의 군사화를 제약하는 측면을 가지고 있었으며, 백보 양보하여 자위대를 군사력이 아니라 ‘자위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실력’이라는 정당화의 논리를 인정하더라도 바로 그 자위대 정당화논리의 핵심은 개별적 자위권행사의 용인과 집단적 자위권행사의 부인이었다. 

 

일본정부는 1960년 미국과의 새로운 안보조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안보조약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한미상호방위조약과는 달리, 미일안보조약에는 편무적인 형태의 공동방위가 규정되었다. 미국은 일본에 대한 공격에 대하여 공동대처하지만,  미국에 대한 공격에 대해 일본은 공동대처하지 않도록 하였다. 대신에 일본은 미국에 기지를 제공하였다. 다만, 일본영역에 있어서의 미국에 대한 공격에 대하여서는 이런저런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인데 이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아니라 일본에 대한 침략에 해당하므로 개별적 자위권의 행사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집단적 자위권론을 꽃놀이패 삼는 아베정부의 막장외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아베정부가 줄달음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찬성파 일색인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를 구성하여 이들로 하여금 2014년 4월까지 집단적 자위권보장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게하고 정기국회가 끝나는 6월까지 우리나라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각의’에서 이제까지의 일본정부의 공식견해를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가능하다고 헌법해석을 변경하면 절차적으로도 실체적으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체적으로는 일본 헌법 9조의 삭제를 의미하게 된다. 현행 헌법은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교전권을 부인하는 한편, 이를 위해 군사력을 포기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게 되면, 자국이 침략 받지 않은 경우에도 교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헌법 9조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9조를 삭제하는 개헌이 되는 셈인데, 개헌을 위해서는 특별한 의결정족수(중참의원 2/3의 찬성, 국민투표 과반수 찬성)가 필요하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해금을 위한 해석변경은 절차적으로도 탈법행위인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분명한 고의사고를 치고 있는 셈이다. 그 이유의 하나는 개헌절차를 강행하는데 대한 부담일 것이다. 현재 일본 국회는 중참의원 모두 2/3 이상이 자민당 또는 자민당과 연립한 정치세력이다. 다만, 명문개헌을 추진하려고 하다보면 정치적 이탈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개헌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헌반대 여론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그간 미일안보조약에 대해서는 대체로 현상 긍정적이었던 여론이 20% 이상 빠지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일 것이다. 

 

그럼에도 집단적 자위권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우선은 자위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자기족쇄, 즉 (개별적) 자위력론과 그에 따른 부수논리로서의 집단적 자위권부인론의 족쇄를 풀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정치적 논란구도(프레임)가 가져올 부수적 이익이 정치적 부담에 비해 훨씬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알다시피, 이제까지의 평화헌법논란은 자위대가 위헌이냐 합헌이냐 즉 자위대가 군대이냐 아니냐, ‘필요최소한의 실력(자위력)’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전개되었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 논란에 휘말리다보면, 개별적 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다른 나라와 동맹하여 이를 행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국면전환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집단적 자위권 논란의 중간귀착점은 아마도 제한적 집단적 자위권론이 될 것이다. 일본의 정기 국회가 끝나는 6월말쯤에는, 집단적자위권은 행사할 수 있되, 헌법의 정신에 비추어 제한적으로 행사하도록 하는 것쯤으로 교통정리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자위대의 행동반경은 더욱 더 넓혀질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는 것 같다.

 

막장외교의 동반자들

 

이에 대한 주변국의 태도는 한심한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가장 가까운 주변국의 모 국방장관께서는 남의 일이라고 쿨 하게 말씀하셨단다. 2012년 2월 10일 “집단적 자위권 추진은 일본의 자체적인 문제”이며, 추진의 문제는 일본이 결정할 문제라고 하였다고 한다.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집단적 광란을 벌써 잊었던 말인가. 하긴 일본 자위대와 함께 이런 저런 집단적 자위훈련(레드플래그 알래스카 등)에 참여한 마당에 쿨하지 않은 척 말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언론의 태도도 문제이다. 모 언론에서는 집단적 자위권이 “주권국가가 보유한 권리”라고 하면서 “의심만으로 반대하기 어려워”라고 한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은 전쟁위법화 시대에 있어서는 더 이상 주권국가의 권리이지도 않다. 무력사용을 위법한 전쟁으로 보지 않겠다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불과하다. 물론 유엔헌장 51조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문제가 많은 유엔헌장조차도 집단적 자위권과는 의미내용이 완전히 다른 안전보장체제 즉 집단안전보장체제의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외부의 적에게 동맹을 맺어 무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집단적 자위권 구상과도 원리적으로 다른 것이다. 

 

집단안전보장 체제에서도 무력 사용의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닌데 이때의 무력의 사용도 외부의 적이 아닌, 체제내부의 약속 위반자에 대한 제재이며, 비군사적 조치를 우선으로 하되 보충적으로 군사적 제재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체제 외부의 약속위반자에 대한 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도 원론적으로는 과도기적이며 잠정조치에 불과하다. 

 

동북아 평화의 집단적 상상

 

막장외교의 끝은 집단적 저항일 것이다.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의 시대정신이 위협받고 있어 시민들이 시위운동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한다. 일본의 여성단체인 ‘전일본 아줌마당’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아베 신조 정권의 질주가 징병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각성을 촉구하여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헌법 9조에 노벨평화상’이라는 이름의 시민단체는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로부터 집단적 자위권을 부정하고 있는 일본 헌법 9조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자민당의 무라카미 세이이치라는 9선 의원조차도 집단적 자위권행사를 ‘각의결정’을 통해 변경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나치가 들어서는 것이라고 비유했다고 한다. 저급한 중앙정치의 막장외교에도 불구하고 현상악화의 방파제역할을 하였던 일본의 풀뿌리 민주주의와 평화주의의 집단적 분발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시대정신만 위협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동아시아의 시대정신 특히 전후의 평화주의적 시대정신이 위협받고 있다. 1984년 유엔총회에서 결의되었고, 2014년 현재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공동선언의 형태로 추진하고 있는, 그리고 집단적 자위권 배제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인 평화에 대한 권리(the right of peoples to peace)는 연대의 권리이다. 남의 일이라고 무관심으로 가만 내버려 둘 것인가. 일본의 평화, 그리고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그리고 전세계 인민과 인류에 대한 현재진행형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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