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0-12-22   1252

[UAE파병 연속기고①] 위헌과 불법의 총체적 결정판 / 오동석


한나라당은 지난 8일 예산안을 단독 강행 처리하면서 직권상정으로 ‘끼워넣기’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특전사 파병안도 통과시켰다. UAE 파병안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수많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방부는 파병 선발대를 오늘 27일 현지에 보낼 예정이다.


참여연대와 평화군사법연구회는 파병의 타당성이나 위헌성, 처리 절차상의 문제를 정리해 근래 들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한국군 파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동 기획 연재를 마련했다. 법학자들과 국제문제 전문가들, 시민단체의 시각을 담은 연속 기고를 4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날치기 파병’, 헌법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군부독재란 흔히 군인 출신이 정권을 잡아 독재를 하는 정치체제를 말한다. 이에 대해 권력자가 군인 이력과 무관할 때 사람들은 민간독재 또는 문민독재란 용어를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권력자의 출신이야 어떻든 민주적 통제 없이 군대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체제를 ‘군대독재’라고 불러도 될까? 그렇지 않아도 군사독재의 그늘이 채 가시지 않은 한국 사회에 ‘군대의 새로운 전성시대’가 열리는가 싶어 신조어 욕심을 부려본 것이다.


국방부는 11월 3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특수전 부대를 파견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새로운 차원의 파병이다. 시민사회와 야당이 헌법적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토론회나 공청회 없이, 더욱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파병 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파병 선발대가 오는 27일 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위헌과 불법으로 얼룩진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관련자들의 태도가 놀라울 뿐이다. 도대체 그들에겐 헌법이란 무엇일까? 권력이 헌법 위에 있다는 또는 권력의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헌법은 무시될 수 있다는 독재자의 망령이 여전히 그들을 지배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


정부 수립 과정에서 미군의 정치 개입, 두 차례의 군사 쿠데타와 그에 따른 군사독재 정권의 장기 집권의 잔재가 한국의 헌정사를 뒤틀었고, 그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제대로 바로잡히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전혀 헌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제적 차원의 UAE 파병을 할 수 있는 배경일 것이다. 즉 헌법이 통제하지 못하는 안보법체계와 안보기구가 공공연히 존재하며, 그것들이 헌법기관보다 사실상의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軍을 이렇게 규정한다


헌법은 국가의 물리력인 군대에 대하여 엄격한 평화주의적·민주주의적 규범과 통제를 명령하고 있다.


첫째, 군에 부여된 헌법적 의무의 핵심은 국제평화를 지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원칙(헌법 제5조 제1항) 아래에서 ‘국토를 방위하는 것'(헌법 제5조 제2항)이다.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외국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 자체가 이미 헌법 위반이다.


둘째, 또 다른 ‘국가의 안전보장 의무'(헌법 제5조 제2항)가 국군을 해외에 파병하거나 군사조약을 맺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국토방위는 영토고권의 보장임무를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의 안전보장이란 국가 존립에 대한 중대한 위험에 대응하는 것으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국군은 국토방위의 수행을 사명으로 하는 방위적인 군대’이기 때문이다.


셋째, 군 통수권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하며, 국군의 조직과 편성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헌법 제74조) 또한 군인은 현역을 면한 후가 아니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수 없다.(헌법 제86조, 제87조)


넷째,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 파견,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주류(駐留)를 결정함에 있어서도 국회의 사전동의를 얻어야 한다.(헌법 제60조) 그 동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동의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포괄적인 동의는 허용되지 않는다. 헌법이 국회에 동의권을 부여한 것은 대통령의 군 관련 결정에 대하여 심사숙고하여 민주적 통제를 가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런 헌법적 틀 안에서야 비로소 군의 ‘정치적 중립성'(헌법 제5조 제2항)이 이해될 수 있다. 정치적 중립성은 민주적ㆍ시민적 통제를 전제로 해 군이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라도 군대를 정치·경제·국제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군의 특수성은 자위전쟁시 작전 수행 중에 엄격하게 한정되어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다. 이때에도 인간의 존엄성에 기반한 인권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따라서 헌법은 무력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평화주의적 노력이 최대한 이루어져야 한다는 무력사용의 사전예방주의 원칙을 요청하고 있다. 군을 동원하는 일은 최후의 수단으로서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의심스러운 때에는 평화에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


헌법을 위반한 법률의 행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의 잔재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으며, 군사 영역은 여전히 민간영역에 침투해 혼재되어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1949년 제정된 계엄법은 일본 군국주의 계엄령을 복제했으며, 현행 계엄법 역시 군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심지어 헌법조차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전시 아닌 평시에도 국민을 군사재판에 넘겨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헌법 제27조 제2항), 비상계엄 하에서는 대개 한 번의 재판으로 끝난다.(헌법 제110조 제4항) 계엄법은 계엄 지역의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계엄사령관에게 넘겨주라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헌법은 비상계엄 아래 군사재판에서 예외적인 경우에 있을 수 있는 ‘사형’ 선고에 대해 단심으로 재판을 끝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이것을 이유로 사형제도가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


또한 테러방지법은 2001년 11월말에 입안된 이래 시민사회의 반대 속에서도 줄기차게 그 제정이 시도되고 있다. 테러방지법안은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군대를 출동시키고 출동한 군이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 ‘알박기’가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에서 행해졌다. 법 제4조는 ‘통제단장은 경호안전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행정기관의 장 또는 공공단체의 장에게 지원 및 인력 동원에 관해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대통령 경호처는 이 조항에 근거해 경찰이 안전 활동을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군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군대를 국내 질서유지에 활용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전투경찰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군인이 민간인을 검문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주로 전투부대가 위치한 이른바 위수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불심검문과 무장탈영병 사건과 같은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이뤄지는 불심검문이 그것이다. 게다가 2001년 12월 국회에서 통합방위법개정법률이 통과되어 지방경찰청장, 지방해양경찰청장, 지역군사령관 및 함대사령관은 관할구역 중에서 ‘적의 침투가 예상되는 곳’이기만 하면 검문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제18조 제1항) 언제든지 군이 민간 영역에 개입해 통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군 관련 범죄와 무관한 민간인 사찰활동이 1990년 초반까지(사건에 의해 확인된 것만을 놓고 볼 때) 버젓이 자행되었다. 최근에도 군 정보기관에 의한 민간인 사찰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2009년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은 ‘군 기무사가 매우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대규모 민간인 사찰을 자행해 왔다’며 기무사 소속 군인의 메모수첩을 증거로 제시하였다.


한편 국제연합의 평화유지활동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군대를 해외에 쉽게 파견하게 하기 위한 법으로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PKO법’)이 제정되었다. 군대의 군사작용에 대해 국회가 가지는 동의권은 헌법상 권력분립원리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국회가 이것을 개별적ㆍ구체적으로 행사하지 않고 입법에 의하여 일반적ㆍ추상적으로 정부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국회의 국정통제권을 포기한 것으로서 헌법에 반한다.


국회는 개별적으로 파견부대에 따라 그리고 구체적으로 파견지와 파견부대의 규모, 파견기간, 파견부대의 임무 등 파견내용에 대해 검토해 파견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KO법은 일정 규모 이하의 파병에 대해 일정 요건에 해당하기만 하면 국회의 개별적ㆍ구체적 검토 없이 포괄적 동의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회의 동의권의 본질을 침해한 것이다.


군대에서 헌법은 무늬만 최고의 법규범일 뿐 쓸모없는 장식용으로서 동원될 뿐이다. 여기에 헌법재판소까지 가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방부가 이른바 ‘불온서적’을 지정해 영내 반입을 금지한 것에 대하여 이를 합헌으로 결정하였다.(헌재 2010.10.28. 선고 2008헌마638 결정) 헌법소원심판에서 제출된 국방부 의견서는 청소년 대다수를 대한민국 국군의 주역으로서 군복무 대상자로 이해하고, 입대한 장정들이 “확고한 국가관과 대적관을 확립하고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록 군복무 중에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의식이 스스로의 자율적 판단이 아니라 상명하복의 위계체계 속에서 ‘명령’된다면, 이것은 자유로운 토론과 균형 잡힌 사고를 배제하는 일방통행의 세뇌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국제평화주의와 평화통일 원칙 그리고 사상ㆍ양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군은 헌법으로부터도 통제되지 않는 성역으로 남았으며, 인권과 민주주의의 사각지대가 되었다.


UAE 파병은 위헌과 불법의 총체적 결정판이다. 첫째, 군대의 본연의 임무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이다.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번 특전부대 파병은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국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관습헌법’도 될 수 없으며, 주권자도 아닌 정부가 새로운 헌법을 만든 국헌문란 행위라 할 것이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UAE 파병은 설령 헌법 제60조 제2항에 따른 국회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도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그 파병계획만으로도 헌법에 정면으로 거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를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셋째, 복잡하게 전개되는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국가의 가장 강력한 물리력인 군대의 해외 파견은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매우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더욱 더 헌법에 따라 상세하고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UAE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기지 성격을 갖고 있는 데다 해안가에 위치한 원전은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어 있어서 문제이다.


넷째, 원전 수주 과정에서의 파병 약속 의혹을 부인하던 정부가 원전 착공을 두 달 앞두고 파병 계획을 밝혔으며, 어떤 군사적 약속을 했는지 구체적 설명을 피하고 있다. ‘입헌국가 안의 비밀국가’가 별도로 작동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다섯째, 국군의 해외 파견은 대통령의 군 통수권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국군의 외국 파견이 헌법상 선전포고,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와 같이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통치행위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UAE 파병은 아예 군의 본질에 관한 헌법적 틀을 벗어나기 때문에 대통령의 군 통수권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이것이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다면, 일본 군국주의의 용어인 ‘통수’를 통해 민주공화국의 국가형태를 뒤엎는 군국주의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대통령제 군국주의’의 완성이라 할 것이다.


입헌민주주의 헌법체제에서는 군인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 전시 군의 작전활동에서도 인권규범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군인은 평화를 지켜야 할 뿐 아니라 평화를 파괴하는 여하한 것에 대해서도 결연히 맞서야 한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군인에게 인권을 보장하는 ‘군대의 문민화’를 통해 헌법체제를 ‘탈군대화’하는 것이야말로 헌법 근대화의 시작이다.


또한 “군의 기본가치와 질서는 군사전문가, 군사관료, 군사집단의 가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민주주의의 이념에 충실하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 하의 군대는 늘 합법적이지 않으면 안 되고, 또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해 그것이 법치국가의 군대인 것을 자각해야 한다.


대화와 평화에 무능한 정권은 국가안보에 취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군의 운용에서 군인의 판단이 아니라 문민의 통제가 요청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국가안보는 힘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정작 국토방위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지 못하고 군대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휘둘리게 되면 국가안보 역량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UAE 파병 결정은 군대의 헌법적 존재이유는 물론 헌법이 명령한 정치적 중립성 준수 및 국회 동의절차에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국헌문란 행위는 정부 수립 이전부터 누적되어왔던 군국주의적 과거의 연속선상에 있다. 따라서 UAE 파병에 대한 반대는 그 자체에 대한 반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과거 군국주의적 과거를 청산하고 민주공화국에 걸맞은 군대로 대한민국 군대를 되돌려 놓는 일이어야 한다.
 
[UAE파병 연속기고②] 국회 처리의 절차적 위법성 / 정태욱

<출처>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1222103444&Section=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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