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0-06-22   2285

[칼럼] “참여연대가 유엔의 규범과 원리에 어긋났습니까?”



다음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00622105908

(이 글은 공개서한 형식을 차용한 기고문입니다. 유엔에 발송공문이 아닙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드리는 글

참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유엔 비정부기구 위원회, 유엔 비정부기구 자문회의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지구촌의 평화와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유엔 기구의 임직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서 특히 잘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유엔 회원국으로 유엔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이며, 현 대통령이 기여외교와 글로벌 외교라는 이름으로 유엔에서의 역할강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드리는 제가 속한 참여연대는 대한민국에 소재하는 NGO로서 대한민국과 지구촌의 참여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해왔고, 2004년 이래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특별협의지위를 지닌 NGO로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여연대가 지난 6월 10일 반기문 사무총장과 클라우드 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표부에 한국의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을 담은 서한을 전자우편 형식으로 발송한 것에 대해, 유엔 회원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은

1) 참여연대의 활동이 유엔 외교가에서 “어떻게 비정부기구(NGO)가 자국 정부의 외교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할 수가 있느냐”는 반응을 얻고 있다고 평가하고, 참여연대의 서신발송 행위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할 수 없는 행위, 이적행위,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행위, 혹은 반국가적 행위라고 규정하여 비난하면서,

2) 국무총리는 ‘어느 나라 국민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고, 여당은 참여연대의 이적행위 매국행위에 대해 준엄한 헌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으며, 그 당의 원내대표는 참여연대의 입장에 동조하는 시민단체들에 대한 정부의 법적인 지원을 중단하는 등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주장했고,

3) 일부 단체는 참여연대의 활동을 반국가적 행위, 정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행위, 그리고 공무집행 방해 행위 등으로 간주하여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였으며, 이에 검찰은 참여연대의 행동이 안보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하여 공안 1부를 통해 수사에 착수할 것을 결정하였고,

4) 일부 언론은 이 보고서 작성에 관련된 저를 비롯한 참여연대 관계자의 사진을 본인의 동의도 없이 게재하고 20년 전의 활동경력까지 부정확하고 편파적으로 서술하여 마치 우리가 친북적인 활동을 해왔던 것처럼 보이도록 기사를 작성하는가 하면,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일부 언론의 주장에 동조하는 일부 단체들이 참여연대 회관 앞에 찾아와 규탄집회를 하는 것은 물론, 그 중 일부는 참여연대 건물난입을 시도하고, 상근자를 공격하고, 신나와 LPG 가스통 등을 들고 나타나 위협하는 일조차 발생하고 있습니다.







▲ 지난 17일 서울 종로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 앞에서 한 고엽제 전우회 회원이 승합차 앞에 가스통을 매달고 건물을 향해 운전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에 저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클라우드 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유엔관계자들께 다음과 같이 우리 입장을 전하고 귀하의 고견을 구하고자 합니다.

국제 행위자로서 NGO의 의미는 1930년대 중반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부각되었고 NGO라는 용어는 1945년 유엔창립 이후 유엔헌장 10조 71항을 통해 정부 혹은 회원국가가 아닌 기구들에게 협의자격을 부여함으로써 널리 알려지고 사용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참여연대가 보유하고 있는 유엔협의자격은 ‘안전보장 이사회’의 구성을 논의했던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유엔결성회의(1945)에 이미 1200여 개의 NGO 대표들이 참여하여 NGO의 유엔 협의자격 부여를 규정한 유엔 헌장의 제정 방향을 논의함으로써 제도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NGO의 국제적 역할이 경제사회적 권리, 인권 등의 영역 뿐만 아니라 ‘평화’, ‘군축’ ‘무장갈등예방’과 같은 의제에 대한 역할에서도 주목받고 제도화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역할은 유엔의 성립의 가장 중요한 토대의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NGO를 다른 용어로 독립적인 행위자(independent sector), 국가를 초월하는 사회운동조직(transnational social movement organizations), 혹은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s, NSA’s)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유엔에서 NGO의 역할이 자국정부의 외교를 보조하고 지원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독립적 행위자로서 때론 자국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기도 하고 정부 행위자들의 협소한 이익을 넘어서 보편적 정의와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비단 경제사회이사회 협의지위라는 제도 외에도 유엔의 각 기구들은 수시로 NGO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때론 초청하며 긴밀한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유엔이 다루는 각종 의제에 대한 NGO들의 역할을 높이도록 권면하고 추동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코피 아난 유엔 전 사무총장이 제안하여 지난 2005년 성사된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for Prevention of Armed Conflict)’ 회의는 안보분야에서 무장갈등(군사분쟁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역적, 국가적, 그리고 초국적 역할을 높여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역시 이러한 호소에 부응하여 일본 단체인 피스 보트(Peace Boat) 등과 더불어 무력갈등예방 국제연대(GPPAC) 등 동북아시아의 지역행동의제를 정식화하는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헌법권리센터(Center for Constitutional Rights)와 같은 권력감시단체는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미국지부, 미국을 본부로 둔 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 등 국제 인권기구와 함께 대테러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미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국제전범으로 동맹국의 사법기관에 고발하거나, 중립적인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전범으로 처벌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고, 이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역할을 촉구하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9.11 테러 혐의자와 알카에다 혐의자들에게도 미국 시민들과 동등한 법률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실제로 그들의 법률적으로 대리해서 변론하는 일도 전개하였습니다.

그들의 이같은 행위는 협소한 국익추구가 아니라 이의제기를 사명으로 하는 시민사회단체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하려는 용기있는 행동이었고, 인류 보편의 평화염원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미국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신장하고 국가로서 미국의 장래 이익을 도모하려 한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들이 미국 여당이었던 공화당으로부터 이적행위를 한다고 지탄 당했다거나 FBI로부터 조사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바 없습니다. 그래서 오바마 미 대통령도 취임하자마자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지와 국제형사재판소 협정에 조인하는 것을 선언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반기문 사무총장님, 클라우드 헬러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의장님, 그리고 유엔 NGO 관계자 여러분,

참여연대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난 6월 10일 사무총장과 이사회 의장, 그리고 유엔 안보리 이사국 대표부 및 한국 대표부에 “천안함 침몰에 관한 참여연대의 입장”이라는 서한과 보고서를 발송한 바 있습니다.

참여연대의 서한 요지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국내에 많은 논란이 있고, 국회에서의 초정파적 검증조차 마무리되지 않았고, 이를 안보리에서 다루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무장 갈등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한반도 평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신중하고 공정하게 심의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참여연대 보고서에서는 정부 조사과정과 그 결과보고에서 공개되지 않은 기초정보들, 해소되지 않은 문제점과 의문점들, 그리고 뒤바뀐 정부의 설명들을 열거하고 참여연대의 권고사항을 정리했습니다.

권고의 핵심은 남북 양측이 한반도 주민들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군사적 위협을 즉각 중단할 것, 초정파적 국회 검증을 선행할 것,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기까지는 한반도 위기관리의 근간이 되어온 남북협력관계를 결정적으로 후퇴시키는 경제적, 군사적 제재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1) 참여연대가 사무총장과 안보리 이사회 회장 등께 위의 서한과 보고서를 전자우편 형식으로 발송한 것이 유엔의 규범과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었습니까? <조선일보>가 주장하듯 “외교대표들이 때론 조율하고 때론 충돌하는 엄격하고 전문적인 무대에 시민단체가 느닷없이 뛰어드는 ‘상식 밖’의 행동, 혹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유엔과 유엔 총장이 권면해온 것처럼 정부기구에 대한 NGO의 보충적, 비판적 역할에 합치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행위였습니까?

2) 참여연대의 행위가 다른 모든 NGO들이 유엔에서 행하는 일반적인 대변활동(UN Advocacy)의 범주로 구분할 수 없는 것으로서 “자국 정부의 외교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적대세력인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유엔 안보리 논의에 개입했다고 생각하십니까?

3)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보수 언론들은 익명의 유엔안보리 관계자들을 인용하여 참여연대의 행동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안보리 의장과 사무총장은 그와 같은 보도에 동의하십니까?

4) 참여연대가 보낸 서한의 내용과 형식이 국익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NGO에 제공되어온 동등한 법률적 혜택을 박탈하거나, 정부 외교 업무 방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반국가 행위 등의 명목으로 처벌하는 것이 표현과 양심의 자유를 규정한 유엔인권헌장의 정신과 조화된다고 생각하십니까?

5) 만약 이러한 탄압행위가 기여외교와 글로벌 외교를 강조하면서 유엔에서의 역할을 강조해온 유엔 회원국가인 이명박 정부 아래서 유엔에서의 정상적인 활동에 참여한 NGO상대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6) 일부 언론들은 저와 참여연대의 바람직하지 않은 활동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라는 증거의 하나로 이라크 파병반대운동 경력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미국 부시행정부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얻어내는데 실패한 후 유엔결의 없이 일으킨 전쟁으로서,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이 ‘불법전쟁’으로 규정한 바 있고, 심지어 미국이 이라크 침공의 근거로 유엔에 제시한 증거들이 모두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당시 유엔외교를 담당했던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조차 그 시기를 그의 인생 중 최악의 순간이라고 술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전쟁에 한국군대를 파견하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을 한 것이 비난받아야 할 일이고, 잘못된 행동의 예로 거론되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7) 정부와 여당, 일부 보수언론과 단체들이 참여연대가 유엔사무총장과 안보리 의장에게 합리적 의문을 담은 서한을 보낸 것을 마치 ‘이적행위’ ‘매국행위’를 한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이로 인해 격앙된 일부 시민들이 우리 단체를 찾아와 난입을 시도하고 심지어 신체적 위협을 가하기도 하여 경찰신변보호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유엔에서의 활동이 정당한 활동이 매국 행위로 비난당하는 것에 대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 클라우드 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님, 그리고 유엔 NGO 관계자 여러분,

유엔은 협소하고 배타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찾자는 절박한 요청에 의해 성립되었고, 이런 정신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유엔 자체가 더 이상 존립하거나 작동할 수 없다고 봅니다. 유엔에서 NGO의 역할은 정부기구를 보완하고 지원하는 것 외에 이의를 제기하고 견제하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행히 유엔은, 사무총장을 비롯한 각급 기구 지도자들이 설사 인권 혹은 평화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을 취하고 있는 나라를 모국으로 두었다 할 지라도 유엔(기구)의 수장으로서 모국의 잘못된 정책들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위치에서, 인류 보편의 염원인 인권과 평화를 위해 독립적으로 활동해온 훌륭한 선례와 전통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일관되게 NGO들의 비판적 참여를 지지하고 격려 권고해왔습니다.

우리는 유엔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보여주는 리더십에 경의를 표합니다. 특히 클라우드 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께서 최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이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해줄 것”을 남북 양측에게 강력히 촉구해 준 것에 깊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한반도와 동북아에 항구적인 평화가 도래하도록 건설적 리더십을 발휘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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