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6-03-16   443

이라크 모니터 보고서 26호 (06. 1.30)

[이라크 모니터 보고서 26호] (06. 1.30)

이라크 살람씨로부터 온 편지

이라크의 지금.

이라크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잠시 동안 실제 이라크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합니다.

실제 이라크 사람들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는,

아주 잠깐만이라도 이라크 사람이 되어 살아 보아야만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라크 전쟁 발발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대부분의 일들에 대해선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저 일반적인 수준에 그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여러분들이 지금까지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들에 관해서입니다.

나는 미국인들이 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라크 국민으로써 이번 전쟁의 결과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이번 전쟁은 테러리스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면서 일어나게 된 것이라지요?

우리 이라크인들도 이러한 생각에 대해서 지지한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보통 어느 누구도 테러리스트들을 반대한다는 것 이외의 다른 말들은 감히 꺼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미 점령이 있기 전에 테러리스트들을 본 적은 없습니다.

우리는 테러리스트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미국이 자신들을 위해서, 즉 미국인들이 더 잘 살기 위해서 일으켰음이 자명합니다.

혹 그들이 이라크를 생각하는 뭔가 다른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이라크 민중들을 위한 일들은 전혀 수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제 말뜻을 이해하리라 봅니다.

결국 이번 전쟁은 이라크 민중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전쟁 발발 3년이 지난 지금, 이번 전쟁에서 과연 그들이 무엇을 저질렀는지, 이로 인해 이라크 민중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나는 간단한 목록으로 대신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실은 여기 있습니다.

전쟁 전

1. 이라크는 전체적으로 안보상황이 좋았습니다.

2. 우리는 가족들이 함께 거리를 마음껏 활보할 수 있었습니다.

3. 정부는 이라크 민중들에게 매 달 무료로 식량을 배급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식량이란 우리가 기본적으로 필요한 음식들 모두를 말합니다.

4. 이라크 석유는 무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220리터가 1달러 미만이었음.)

5. 수도와 전기료는 3개월동안 2달러 미만이었습니다.

6. 이라크 내 모든 서비스는 정부에 의해서 상시적으로 실행되었습니다.

7. 하루 22시간동안 전기가 공급되었습니다.

일단 여기까지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더 이상 말하다 보면 목록이 엄청나게 길어질 테니까요. 그러니 지금 당장은 단지 사람들에게 너무나 중요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들 일부만 알려드리는 정도로 하고, 이제부터는 전후 시기 사정에 대해서 말씀드리지요.

전쟁 이후

1. 우리에게 안보란 더 이상 없습니다.

2. 가족들이 다함께 거리 위를 다닐 수조차 없습니다.

3. 새 정부는 식량배급을 중단했습니다.

4. 현재 석유가는 220리터에 50달러입니다.

5. 3개월 동안 쓴 전기료는 약 50달러에 달합니다.

6. 서비스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7. 하루에 우리가 전기를 쓸 수 있는 시간은 총 4시간입니다.

지금부터는 점령 이후 더 악화된 이라크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라크는 피, 살인, 사망, 테러리스트 그리고 온갖 고통들 그 자체입니다.

위와 같은 끔찍한 기억들이 우리 가슴 속에 남는 것이 전부인 것만은 아닙니다.

바로 이라크 아동문제입니다. 지금 이라크 어린이들은 플라스틱 권총으로 노는 것을 아주 즐거워합니다. 왜냐구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언제나 권총을 찬 군인들을 늘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여기 어린이들이 그들에게서 배우는 것들이 과연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교육, 컴퓨터, 노래 그런 것들일까요? 하다못해 음악이라도?

그들이 음악을 배우기는 합니다. 여기 아이들이 배우는 음악은 펑펑 터지는 소리들입니다.

그들은 펑 터지는 것들이라면 모든 종류의 이름들을 다 꿰차고 있어서 아마도 여러분들에게 상세히 가르쳐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와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저를 통해 듣지 않아도 현재 우리가 점령으로부터 겪는 그 밖의 다른 고통들까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라크에서는 하루에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이만큼은 그저 평범한 하루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말 많은 친구들을 잃었는데, 지금까지 우리들의 일상에서는 3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감옥안에서는 이보다도 훨씬 많은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이 어떤 이유도 없이 감금되어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계시지요.

우리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서 지금까지 말씀드렸는데요, .

아,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이제 당신도 잘 알겠지요.

더 이상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어느 누구도 몰라요. 그저 어둠만이 남아있습니다.

모든 만물이 어둡게 보일 뿐이에요. 앞에 펼쳐진 이 길의 끝은 깜깜합니다.

이 길을 걸어가도 끝이 어둠뿐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 앞으로 걸어가는 일을 계속할 수 있겠어요!

이것이 바로 내가 미국과 또 여러분들의 정부가 동참해서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 점령 속 삶의 일부입니다.

내가 이라크인으로써 드는 생각은, 우리는 점령과 함께는 결코 평화롭게 살아 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라크 민중들을 위한 진정한 평화를 만드는 것이란,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점령군들을 완전히 철수시켜 내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군대 역시 마찬가지로 철수되어야 합니다.

나는 한국인 여러분들이 우리를 도와주는 데 최선을 다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라크에서 점령을 종식시키려면 여전히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이라크로부터 상처를 딛고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2006년 1월 22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살람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