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국회의 파병 사전 동의권 침해하는 PKO 파병법안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에 관한 2차 의견서 발표


   1천명 내 파병 ‘잠정합의 후 국회동의’조항, 국회의 헌법적 권한 침해
   PKO의 핵심은 신속성이 아니라 투명성, 책임성, 분쟁해결 적합성
   PKO 파병국들 중 상비부대 설치한 나라 거의 없어
  “국제평화 기여는 갈등예방과 인도지원이 우선, PKO는 마지막 수단



오늘(12/10)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지난 11월 2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의결 후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하 PKO 법안)에 관한 2차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였다.


참여연대는 “PKO 법안이 국제연합(이하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의 다양한 측면과 조건에 대한 종합적 고려는 없이 비본질적 요소인 ‘신속성과 기동성’만을 강조하면서, 국회의 헌법적 권리이자 의무인 파병 사전 동의권을 훼손하는 신속파견 절차와 전담부대 신설을 주요 골자로 하기 때문에 PKO 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또 현 PKO법안이 “현재로서도 제대로 관철되지 않고 있는 국군부대의 해외파병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통제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는 국제분쟁 해결에 군사적 개입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국제인도지원 및 구호전문요원의 육성과 장비를 마련하는 것이 PKO 전담부대의 육성보다 국제사회에 더 긴요한 것”일 수 있으며, 특히 “부실하고 국제적 기준에도 미흡한 『국제개발협력기본법안』부터 제대로 손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PKO법안 제정 시도에 대한 의견을 담은 1차 의견서 「유엔 PKO 파견 확대 및 상비부대 설치 주장에 대한 비판」(08/09/17)를 발간한 바 있다(http://blog.peoplepower21.org/Peace/30660?category=7).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에 관한
 참여연대의 2차 의견서 (요지)



Ⅰ. 1000명 이내 PKO 파병 ‘잠정합의’ 조항의 위헌성


1. 3권 분립 원칙 훼손

 – 헌법은 대통령이 군수통제권을 가지는 반면 국회는 파병 사전 동의권을 가지도록 권력이 상호 견제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헌법상 견제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전제로 하여’ 행정부가 어떤 교섭을 진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를 조문화하고 있는 PKO 법안 제6조는 권력분립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국회의 사전 동의권을 훼손하고 있다.


2. 행정부에 과도한 재량권 부여

 – 일부에서 행정부가 합의가 아닌 잠정합의를 하는 것이기에 국회의 사전 동의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합의’가 아니라 ‘협의’라 하는 것이 마땅하며, 이 조항이 실무적인 협의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법으로 명시할 필요가 없다. 국회의 동의가 없어도 이를 전제로 파병지, 부대규모와 장비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잠정합의’할 수 있도록 한 PKO 법안의 조항을 그대로 둔다면 파병 정책결정 절차와 대외협력 절차에서 행정부에 더 큰 재량을 부여하고 국회의 견제기능은 약화될 것이 명백해 보인다. 이 조항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 동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3. 1000명 이내의 PKO 파병 = 사실상 모든 PKO 파병

 – 한국은 1000명 이상의 PKO를 파견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다. 따라서 1000명 이내의 파병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전제’로 유엔과 교섭을 진행해나간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PKO 파병에 대해 행정부 재량을 확대하고 국회의 사전 동의권을 유명무실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1000명’이라는 수치에 대해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한다.


4. 신속성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 책임성, 갈등해결 적합성

 – 유엔 평화유지군의 파견은 사전에 해당 지역의 분쟁갈등 조정 작업이 유엔 주도로 이루어지고, 교전 혹은 무장 갈등의 당사자들이 평화유지나 무장갈등 방지를 위한 유엔군의 주둔을 요청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대체로 외교적 행동을 취할 충분한 논의기간이 주어지는 편이다.

 – 한국의 PKO 파병 사례를 보면, 해당 분쟁에 대한 이해나 정책적 노력도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따라서 문제를 풀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거의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 유엔 요청이라는 이름으로 군대만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오히려 정부에 사전 보고와 평가의무를 더 강력히 부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 국회가 심의한 어떤 PKO 파병도 정부 의사결정 절차나 국회 동의절차가 지체되어 문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PKO 파병과 관련하여 국회 비준동의에 소요된 시간은 평균 약 11일로 알려져 있다.


5. 유리한 부분 선점을 위한 신속성 요구는 국제사회 규범에 어긋나

 – 일부는 ‘국회의 파견동의권 문제로 인해 협의를 진행시키지 못하는 사이 다른 회원국들이 유리한 부분을 선점하고 난 이후에야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분쟁갈등을 중재 해결하고 분쟁 당사자간의 약속이행을 관리감독하는 등 국제사회의 인도적 기여 요청에 부응하는데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 PKO 활동을 통해 해당 분쟁지역에서 어떠한 경제적 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라면 이는 PKO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런 목적을 위해 PKO법을 만들 이유가 없고 이 같은 사소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 국회의 헌법적 권한을 약화시킬 수는 없다.



Ⅱ. 상비부대 설립의 문제점


1. 주요 PKO 파병국 중 상비부대 설치한 나라 거의 없어

 – 전담부대를 설치한 개별국가는 러시아, 프랑스, 일본 단 3국가에 불과하다.


2. PKO 전담부대는 해외파병 전반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통제력을 크게 약화시킬 우려

 – 많은 경우 해외파병 전담부대의 신설을 군사적 팽창으로 이해된다. 한국 군의 일부에도 PKO 파병을 국제평화유지나 갈등 해결의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 국방인력의 민사작전 경험 및 훈련의 계기, 심지어 새 장비의 시험공간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게 존재한다. 불요불급한 PKO 전담부대의 신설은 국방개혁 2020과 국방개혁 기본계획 등에서 추진하기로 한 군병력 감축 목표를 실현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특히 이미 과다한 한국군 장성 및 장교 정원의 합리적 감축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Ⅲ. PKO 만능론, 군사 개입 우선의 문제점


1. 갈등예방 정책·인도 지원 우선, PKO는 중재행위의 최후수단

 – 통상적으로 국제 무장갈등은 매우 긴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종종 자원의 고갈과 배분의 형평성 문제, 구조적인 빈곤과 차별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섣부른 군사적 개입보다는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한 노력과 분쟁원인 해소에 초점을 맞춘 외교적 인도적 노력이 정책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2. ODA(공적개발원조) 공여순위와 PKO 파병규모 순위는 대체로 반비례

 – 사실상 PKO 파병규모와 국가 위상이나 경제적 발전 수준과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PKO 공여국 순위를 보면 파키스탄이 1위이며 방글라데시, 인도, 나이지리아 등으로 이들이 세계 경제규모 최상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이 유엔 평화유지군 구성에 차지하는 것은 6%에도 미치지 못한다.


3. R2P와 PKO 개입효과에 대한 논란

 – PKO가 R2P(Responsibility to Protect, 보호할 의무) 혹은 Humanitarian Intervention(인도적 개입)이라는 이름으로 강조되는 추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R2P와 PKO의 오용과 남용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거부권을 바탕으로 PKO 파견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유엔 개입의 이중 잣대, 선택적 개입 등의 문제점이 국제사회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4. 아프간 재파병에서 확인되는 PKO법과 전담부대 신설의 위험성

 – 아프가니스탄의 사례는 파병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자세가 전혀 신뢰할만하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군대파견이나 전담부대 신설에만 관심이 있을 뿐 해당지역의 실질적인 재건과 갈등해결에 맞는 올바른 정책을 마련하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파병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담부대까지 신설하도록 한 PKO법은 이미 취약한 국민과 국회의 통제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 정부는 파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왜곡된 정보마저 전달하고 있다. NATO의 작전지휘를 받는 아프간 주둔군 부대인 PRT를 민간지원단이라고 주장하고 아프간 파병 역시 UN 결의에 의한 것이라고 왜곡되게 홍보하고 있다. 반면 PKO야말로 군사적 활동 외에 다양한 민간 참여가 가능한 부분임에도 오로지 전담부대 신설이 능사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Ⅳ. 결론과 제언 : 기여외교의 바람직한 방향


첫째, 국회 법사위는 (불요불급한 반면, 기존 파병의 문제점을 극대화하고 이미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파병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침해하는 PKO 법안을 부결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기존 파병 활동에 대한 평가와 정보공개에 기반해 국제분쟁 개입에 대한 한국의 원칙과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미국 등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결의만 존중하거나, 정부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유엔 결의를 인용해온 관행 등 유엔에 대한 이중적 태도, 군대를 많이 빨리 보내는 것을 국제분쟁해결 기여의 주요 지표로 삼는 군사주의적 태도를 폐기해야 한다.

넷째, 분쟁예방정책 수립, 실질적인 원조와 인도 지원 제공, 갈등당사자 중재를 위한 실질적 외교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국제적 기준에 미흡한 ‘국제개발협력기본법안’부터 제대로 손질하고, 국제인도지원 및 구호전문요원을 육성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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