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9-03-26   1610

[2009 아프간 모니터⑤] 오바마 “아프간, 군사력만으로 문제 풀 수 없어”


  아프가니스탄의 경제력 구축,
  파키스탄에서의 외교적 해결 촉구,
  지역적 차원에서 외교적 노력 증진,
  동맹국들과 협력의 효율성 제고


이는 지난 22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포괄적 전략”의 핵심 기조로 밝힌 주요 내용이다. 이 날 오바마 대통령은 더 이상 “아프가니스탄에 군사력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혀, 군사상 해결의 한계를 분명히 인정했다. 대신 아프가니스탄의 경제력을 제고하고, 지역적 차원에서 외교적 노력을 더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미심장한 발언은 철군 관련한 언급이라고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CBS와의 “60분”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의 추가 파병이 현재로서는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향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새로운 전략에는 철군 전략(exit strategy)을 포함시킬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끝없이 표류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http://www.google.com/hostednews/ap/article/ALeqM5gxxGSWVx7DMnJbhgfM_QNlKr4OXwD973COHO0


이렇게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에서의 철군 전략 검토 및 경제 발전에 대한 커다란 강조점을 둔 이후, 3월 23일  리차드 홀부르크 아프간 파키스탄 지역특사는 현재 나토, EU 함께 아프가니스탄에서 처한 궁지(stalemate)를 해결하려는 대략적인 윤곽을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대테러전을 주도했던 미군 및 나토를 비롯해, EU가 이제는 군사력 보다는 외교적 해결을 우선순위에 두고 새로운 대아프간 구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일, 탈레반 온건파와 화해를 모색하겠다고 밝혔고, 윌리엄 우드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대사는 22일 영국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정당 구성이나 선거출마 등이 논의될 여지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관련 기사 : http://www.reuters.com/article/joeBiden/idUSSP467856._CH_.2400


 이와 관련해, 대중동 정책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패권 정책을 비판해 온 대표적인 지식인, 타리크 알리(Tariq Ali)는 지난 3월 19일,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domocary now’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추가 파병함으로써, 전쟁을 지속하려는 것은 불가사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이 이미 아프간의 탈레반 온건파들인 ‘네오 탈레반’과 비밀 협정을 맺어 왔다고 했다. 그 속에는 합법적인 정당 세력 인정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강경 탈레반은 미국과 영국에게 “외국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쉽게 의견차를 좁히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타리크 알리는 “이들은 이라크 종교 지도자들보다도 훨씬 더 원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군 1만 7000명의 추가 파병군이 칸다하르에 도착할 경우, 탈레반을 포함한 무장세력의 공격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들어 다국적군의 사망 사고 역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호주군은 불과 1주일 사이에 2명이 사망해, 지난 1년 반 사이에 모두 10명으로 사망자수가 늘어났다. 이에 조엘 피트기번 국방부 장관은 “아프간에 오래 머물수록 여론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발언했다.


캐나다 역시 지난 21일, 폭탄 공격으로 병사 4명이 사망해, 총 사망자 수는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더욱이 남부 탈레반의 세력은 커지고 있고, 미 추가 파병군으로 더욱 더 격렬한 전투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캐나다 야당의 반발은 물론 아프간 파병에 관한 캐나다 국내 반대 여론도 훨씬 커질 전망이다.
 
이와 같이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파병국들은 더 이상 아프가니스탄에서 격렬한 교전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심적, 물적 부담을 크게 가지고 있어 보인다. 현재 아프간 상황을 보듯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쉽게 승리할 수도, 그만큼 성과를 얻을 수도 없다는 교훈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 아프간 파병으로 인한 국내 여론까지 악화되면 정치적 타격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 오바마 대통령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해결에 ‘실효성’을 강조하고 이에 기반한 대아프간 전략을 세우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PRT(지방재건팀)와 같은 아프간 재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아프간 파병으로 인해 입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아프간 파병에 대한 진지한 평가도 단 한차례도 하지 않은 채 미국의 요청만으로 PRT의 대규모 파견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간 정세를 전혀 낙관할 수 없고, 이 때문에 각국이 아프간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이러한 아프간 정책방향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가 아프간 파견을 검토하는 계기는 오로지 ‘한미동맹’때문이다.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언제쯤 우리는 아프간 전쟁과 점령, 그리고 파병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지한 성찰과 평가를 들을 수 있을까. 언제쯤 우리는 아프간 주민들을 생각하는 한국의 새로운 정책방향을 볼 수 있을까


작성자_ 지은(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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