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8-10-02   3494

[2008 이라크 모니터⑧] 127억 달러 무기판매와 아프간 병력집중

최근 이라크 철군에 관한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호주가 올해 6월부터 철군을 개시한 것을 시작으로 폴란드군은 10월 말까지 철수할 예정이고, 그루지야는 8월 러시아 침공으로 인해 이라크 주둔 병력 2000명을 급거 철군시켰으며, 일본 역시 지난 1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해 말까지 이라크 주둔 항공자위대를 철수시키기로 했다. 또한 지난 9일 부시 미 대통령은 내년 2월까지 이라크에서 8천 명의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10개국도 올해 연말까지의 철수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아프간 상황은 날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 아프간에 배치된 다국적군 사망자 수는 날로 증가하여, 올해 9월 말까지 사망자 수는 무려 236명까지 발생하는 등 2001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내년 2월까지 아프가니스탄으로의 병력 4500명 증파를 밝혔고, 프랑스도 지난 22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자국군 주둔 연장안을 가결하는 한편 100명 이상 증파와 화력 보강을 덧붙였다. 영국에서는 24일 아프간 주둔 영국군 사령관이 4000명 증파 필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는 반면, 영국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이라크에 주둔 중인 4100명의 병력을 아프간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철회하는 등 자국군의 아프간 파병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8월 6일 부시 미 대통령 방한 시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파병 요청에 관한 양국 정상간의 입장 차이로 해프닝을 벌인 적이 있는데, 정부가 언제 경찰이나 PRT(지역재건팀) 파견을 발표할지 모를 상황이다.  

:: 관련 기사
타임즈온라인 9월 25일자 ttp://www.timesonline.co.uk/tol/news/politics/article4821130.ece 
IRNA 9월 27일자, http://www2.irna.ir/en/news/view/menu-234/0809271478150117.htm

이라크에서는 철군, 아프가니스탄으로 병력 집중

현재까지 발표된 각국의 이라크 철군 및 아프가니스탄 파병 소식을 간추린 아래 표를 보면, 다국적군은 이라크에서의 임무를 점점 줄이는 한편 아프가니스탄으로의 병력 집중 흐름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분

이라크 철군

아프간 파병

미국

2009년 2월까지 8000명 감축

2011년 12월까지 완전 철군 예정

(부시 정부)

2013년 1월까지 철수 시사(매케인)

집권 후 16개월 안에 철군 표명(오바마)

2009년 2월까지 4500명 증파

(부시 정부)

2-3개 여단(7000명) 증파(오바마)

한국

2008년 12월까지 완전 철군 발표

미국의 지속적인

‘비군사적 지원’에 대한 압박 받고 있음

호주

2008년 12월까지 철군

수백 명의 비전투적 병력 계속 주둔

1000명으로 유지

일본

2008년 12월까지 철군 시사

파병 보류 방침을 미 측에 전달,

미국이 인도양 해상자위대 활동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재고 촉구함

영국

대부분 병력 내년 초까지 철수

추가 파병 논의 확산

프랑스

X

100명 이상 증파, 화력 보강

이라크 난민 지원 시급

지난 9월 23일, 유엔총회에서는 미 부시대통령과 이라크 탈라바니 대통령 및 이라크 다국적군 참가국 대표 초청 합동 연설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라크 탈라바니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에 대한 사의를 표명하면서 민간 분야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라크 상황이 현격히 안정화 된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1일, 이라크 발라드에 소재한 사이드 무함마드(Sayid Muhammed) 사원에서 대규모 종교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폭탄 테러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민간인 사망 소식은 계속 들려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국내외 난민 문제도 심각하다. 난민보호운동을 하고 있는 국제 난민(Refugees International)는 이라크 정부가 수백만 명의 국내 난민들에 대한 원조 정책을 외면하고 있으며 이들을 위해 책정된 예산마저도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국제난민은 현재 이라크 국내 난민들이 처한 인도적 위기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국회 난민과 이주 담당 위원회가 난민 지원을 위해 책정한 내년도 예산 788억달러 중 지금 당장 40억 달러 기금 요구에 대해 이라크 정부는 즉각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난민은 또한 미국 정부에게도 이라크 국내외 난민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구호의 손길이 긴급하기 때문에 필수적인 지원활동을 즉각 펼칠 것을 촉구했다.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민병대의 교전으로 폐허를 방불케 할 정도로 파괴된 남부 바스라 시

미국, 지금까지 12조 원 이상 이라크에 무기판매

한편 이라크 전쟁 종식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은 여전히 이라크에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철군의 연막 뒤에는 석유 산업에 이어 무기판매 속셈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미 의회는 지난 7월 국방부 요청에 따라 109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이라크에 팔 수 있도록 승인했고, 미국의 무기 판매를 감시해온 '무기통제 및 확산 금지센터'는 올해 현재까지 성사된 미국과 이라크의 무기 계약액만 해도 127억 달러어치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미 의회는 지난 17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비 700억 달러를 포함한 6,125억 달러 규모의 2009회계연도 군비지출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부시 대통령의 요청액보다도 120억 달러가 늘어난 것으로, 지속적인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쟁 비용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 대선 후보들의 이라크-아프간 해법은?

그렇다면 미 대선의 양 후보들이 내놓은 이라크 해법과 아프간 관련 계획은 어떠할까. 이라크 해법과 관련하여 지난 26일 첫 TV토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매케인은 이라크로의 병력 증파가 효과적이었음을, 민주당 대선 후보 오바마는 천문학적인 전비와 수많은 희생자 수를 언급하며 전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어찌 보면 상반된 의견 같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두 사람 모두에게서 전쟁을 종식시킬 해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먼저 매케인은 지속적인 이라크로의 병력 증파를 내세우며 자신의 대 이라크 정책이 오바마의 해법보다 더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TV토론에서도 자신이 내세웠던 이라크 증파 계획은 성공적이었고 여전히 전쟁의 중심은 이라크라며 자신은 섣부른 이라크 철군을 반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의 대 이라크 해법과 대 아프간 계획은 상반적이다. 오바마는 TV토론에서 이라크에 지나치게 맞추어져 있는 초점을 아프간으로 돌릴 필요가 있고, 자신은 아프간으로 2-3개 여단 증파를 원한다고 밝혔다. 즉 이라크 철군과 더불어 아프간 파병을 거론한 것이다. 이는 현 부시 행정부가 펼치고 있는 해법과 별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오바마 역시 전쟁을 계속할 것임을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현재의 이라크 철군 흐름은 결코 기뻐할만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제 전쟁 무게의 추는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각국 정부는 끝나지 않은 이라크 전쟁에서의 실패를 교훈삼아, 아프간으로의 병력 파병보다 전후 재건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미국은 이라크 전쟁으로 늘어나기만 한 군비지출과 희생자 수, 그리고 국제사회의 비판을 거울삼아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이라크 및 아프간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라크에서 콜레라로 인해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소식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혹독한 추위, 식량가격 폭등, 가뭄 등으로 올 겨울 500만 명이 기아에 직면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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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xfam.org.uk/applications/blogs/pressoffice/?p=1468

                                                                   김중훈(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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