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06   621

장영달 위원장에게 전달한 공개서한

장영달 국방위원장께

1. 의정활동에 노고가 크십니다. 우리는 351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약칭 파병반대국민행동)공동대표단입니다.

2. 지난 9월 24일, 정부는 12명 규모의 이라크 현지조사단을 파견하여 파병과 관련된 이라크 현지 상황을 조사하였습니다. 이 조사단은 지난 10월 3일 귀환하여 보고서를 제출하고 분야별 보고서를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보고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단장을 맡은 국방부 정책기획부의 강대영 차장이 “전체적으로 한국에서 보고 들은 것보다 안정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니며 경제활동도 활발히 이뤄지는 등 거리가 활기찼다”고 인터뷰하는가 하면 조사단 일원인 외교통상부 아중동국 심의관 역시 “이라크 북부의 치안이 언론보도와는 달리 비교적 안정돼 있어 우리 군이 파병됐을 때 위협요인 등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언론에 인터뷰하는 등, 조사단의 주요인물들이 조사결과 마치 파병에 따른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3.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보고 내용과 그 보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절차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우선, 조사단의 구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는 당초 지난달 조사단을 구성하면서 “‘민-관 조사단’을 구성해 이라크에 파견하겠다”고 밝혔으나 12명의 조사단 가운데 민간출신은 단 2명뿐이었고 이 가운데 1명은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소 소속이어서, ‘민관합동’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당수가 파병찬성론자들로 이루어져 파견 당시부터 그 신뢰성과 객관성에 근본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 조사단의 조사대상과 가이드가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조사단은 이라크 남부 나시리아의 서희·제마 부대 방문을 시작으로 나시리아 의회, 이탈리아 여단, 폴란드 사단, 연합합동사령부(CJTF-7), 과도통치위원회 등의 방문과 현지 주민 접촉 등으로 현지 정세를 파악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사활동을 미군 통제하의 연합합동사령부, 과도통치위원회 방문, 미군기를 이용한 현지조사 활동 등 미군의 통제 아래 진행함으로써 그 객관성과 신뢰성에 중대한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 조사일정이 실질적인 조사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부 조사단은 불과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라크 전역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이 기간은 전국을 돌며 미군정의 브리핑을 받기에도 불충분한 시간입니다. 하물며 이라크 민심을 파악하고, 주요 종교, 정파, 인종 간의 갈등과 저항의 양상을 살피는데는 턱없이 부족한 일정입니다. 특히 이들이 모술지역을 조사한 시간은 넉넉히 계산해도 3일을 넘지 않습니다. 게다가 언어장벽까지 고려하면 이 기간 동안 타당성 있는 조사를 했다고 믿을 수 없습니다.

○ 파병하게 될 경우 주둔지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고 조사결과가 부실합니다.

조사단은 “모술 등 북부지역에서 미군 사고(?)가 간간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위협적인 요인은 아닌 듯 했다”고 밝히는 등 이라크 모술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역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모술 지역에 대해 조사한 바는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모술지역 상황과는 너무도 다릅니다.(별첨: 유엔 안전 보고서 참조)

주지하듯이 이라크 북부 석유도시 모술은 후세인의 두 아들과 손자가 교전 끝에 사살됐던 곳이자 후세인 정권의 2인자와 국방부장관이 체포 및 투항했던 곳이며, 사담 후세인이 이곳에 숨어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을 만큼 후세인 충성세력의 집결된 곳으로서 UN, 미국 등의 각종 공식 비공식 보고서를 통해서 예외 없이 후세인 지지세력의 저항이 완강한 곳의 하나로 지적된 지역입니다. 이곳이 다른 지역보다 교전이나 테러가 적다고 보고한 것이야말로 부실조사 또는 고의적인 보고 왜곡 의혹을 짙게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모술 지역에 대한 구호활동을 후원하고 있는 참여연대 대표단은 지난 8월-9월 중 ‘안전상의 이유’로 예정된 방문 일정을 모두 취소해야 했습니다.

4. 이상에서 열거한 조사단의 조사기간의 부족, 조사주체의 편향성, 조사 내용의 제한성과 자의성, 자의성 등으로 인해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고 그 결과보고를 근거로 파병여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편향되고 오도된 결론에 이를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무엇보다도 베트남 전 이후 사실상 최초로 사단급 전투부대를 해외로 파견하는 중차대한 일에 대해 요식적인 한차례의 현지조사만으로 판단근거를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5.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국방위원장에게 정중히 요청합니다.

□ 정부조사단의 조사결과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해주십시오

– 이 공청회를 통해 정부 조사단 활동의 내역과 그 보고내용의 적절성과 타당성, 객관성과 신뢰성을 검증해주십시오.

– 이 공청회에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부분을 검증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이라크 구호 담당 NGO인사, △파병에 찬성 반대하는 각각의 국제관계 전문가, △이라크에서 활동했던 NGO활동가 등을 진술인 또는 참고인으로 소환, 논의 및 검증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정부 1차 조사의 시간상 제약과 내용상의 미비점을 해소하기 위한 ‘민간전문가 중심의 2차조사단’ 구성을 촉구해주십시오.

– 2차 조사단은 1차 조사단과는 달리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되도록 하고 구성원의 파병 찬반여부 또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구성해야만 1차 조사단의 문제점과 편향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정부차원의 조사활동과는 별도로 ‘국회차원의 조사단’을 이라크에 파견해주십시오.

– 일본의 경우 12차례의 조사단을 파견한 바 있습니다. 정부의 조사단과는 별도로 국회차원의 조사단 파견을 통해 정부의 조사활동이 신뢰할만한 것인지를 검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제적 위신과 장기적 국익에 관련된 사항인 만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직접 조사단을 파견하여 현지사정을 조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국회조사단은 정부 1차조사단이 구성상의 편향과 조사절차 및 내용의 편향으로 인해 신뢰를 잃었던 점을 감안하여 △민간전문가의 참여, △이라크 민심을 파악할 보다 합리적인 계획과 일정의 마련, △인정할만한 근거와 자료의 제시 등을 충족해야 할 것입니다. 끝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공동대표단 권영길(민주노동당) 김세균(사회진보연대) 김흥현(전빈련) 단병호(민주노총) 박경조(녹색연합) 손호철(민교협) 오종렬(전국연합) 유수스님(좋은벗들) 이김현숙(평화여성회) 이남순(한국노총)이종회(노동자의 힘) 이학영(YMCA전국연맹) 문규현(평통사) 정광훈(민중연대) 정재욱(한총련) 정현백(여성단체연합) 정현찬(전농) 조해정(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조희연(학단협) 최병모(민변) 최영도(참여연대) 최열(환경운동연합) 최인순(보건의료단체연합) 한상렬(통일연대) 홍근수(자통협) 공동운영위원장단 김기식(참여연대) 김숙임 (평화여성회) 김제남(녹색연합) 김재웅(민주노총) 노회찬(민주노동당) 박석운(민중연대) 박흥식(전농) 서주원(환경운동연합) 한충목(통일연대)

파병반대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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