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집] PKO와 ODA가 진정 ‘기여’를 위한 것이 되려면


– 정부 파병정책에 대한 평가와 성찰이 우선되어야
– 시민사회의 협력과 참여, 정보공개는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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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기여외교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3일(목) 참여연대가 주최하는 PKO와 ODA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날 토론회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PKO, ODA 정책이 국제평화와 빈곤퇴치를 위해서 한국이 국제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원칙과 방향에 부합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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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O 정책에 대해 발제를 한 서보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은 PKO에 관한 유엔의 기본원칙과 개혁논의 현황을 소개하면서, 유엔과 PKO 공여국간의 폭넓은 협의와 참여의 원칙이 정부와 시민사회 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오늘날 국제 정세가 상당히 다변화되면서 PKO는 분쟁의 예방뿐만 아니라 분쟁 전, 분쟁 후 활동까지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유엔이 요구한다고 해서 파견 규모를 늘리고 절차를 간소화시킬 문제가 아니라 거버넌스에 기반하여 PKO 정책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서보혁 박사는 정부가 PKO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유엔이 제시하는 PKO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 연장선에서 ▷ 오늘날 국제 분쟁 양상 및 요인 분석, 그에 대한 PKO의 성공 및 실패 사례로부터의 교훈 도출, ▷ UN PKO 정책 및 개혁 논의 적극 참여 및 모니터링, ▷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일반적, 독창적 PKO 참여 방안 개발, ▷ PKO 교육훈련을 위한 인적, 제도적 기반 확충 등의 과제해결 등을 제시했다.

.jpg이런 점에서 보자면 지난 17대 국회에 계류되거나 상정된 3개의 PKO 법안(김명자, 송영선, 김무성 의원안)들은 모두 이러한 원칙을 대체로 생략하고 있음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또한 PKO에 대한 민간의 참여와 역할은 고려하지 않고 군 부대 파병 중심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국회 동의절차를 무력화 혹은 간소화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아울러 서보혁 박사는 정부의 파병관련 정책결정이 어떤 기준에 입각하였는지, 그리고 어떠한 논의절차를 거쳤는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모든 정책영역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정보공개의 기본 원칙을 전혀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ODA 정책방향에 대해 발표한 조시현 교수는 한국의 ODA의 지원규모는 OECD 회원국들에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데 실제 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평균의 1/5에 불과해서 유엔으로부터 ODA 지원규모를 확대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의 ODA 정책이 양적팽창 위주로 가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국제사회 ODA 동향은 더 이상 ODA를 초기 경제개발 중심의 개발개념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새로운 접근방법이 시도되고 있다고 했다. 유엔은 1986년 발전권에 관한 유엔선언이 채택되면서 개발 혹은 발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라는 철학적, 윤리적인 부분들까지 논의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제 이러한 국제인권규범을 ODA에 있어서 충분히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ODA 공여국들은 평화, 인권, 환경, 발전 등 인류 보편의 가치와 국제 규범을 무시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jpg조시현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가 ODA에 대한 비전이나 철학은 보여주지 못한 채 ODA 증액을 말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내세울만한 것도 못된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한미동맹 강화 속에 이라크 재건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혹은 ‘자원외교’의 수단으로서 ODA를 확대하는 것은 ODA의 근본취지에도 벗어날 뿐만 아니라 지구촌 주민들에게도 외면당할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결국 ODA 확대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오용되고 남용된 ODA 사례를 답습할 것이 아니라, 국제규범의 틀 속에서 그리고 시민사회의 참여 아래 ODA 법제와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ODA가 국민의 세금으로 쓰이는 것만큼 사업의 실효성, 타당성, 현지주민의 인권 침해 여부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였다.

박영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도 조시현 교수의 발표에 대체로 동의한다면서, 현재 정부의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확인된 ODA 확대 정책은 개도국의 안정적인 성장이나 여성정책 확대, 올바른 거버넌스 확립, 지속가능한 환경개발 등의 규범이 강화되기보다는 오히려 개념적 모순을 내포한 ‘상호이득’ 혹은 ‘국가이익’으로 편향되고 있어서 ODA에 대한 올바른 가치와 규범 정립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개발협력과의 견종호 서기관은 그동안 시민사회와의 협력과 정보교환이 부족했다면서 앞으로 NGO의 의견을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밝혔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은 혜택만 받았고 경제규모에 걸맞는 ODA 공여는 너무나 저조해서 국제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ODA 규모를 확대시키는 데 치중하고 있으며, 무상원조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견종호 서기관은 신정부가 자원외교를 강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원확보는 기업의 몫이라고 하면서도 정부가 ODA를 통해 빈곤국이 자생능력을 키우도록 하되, 석탄 탐사 지원 등 자원개발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ODA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시켜 기업 활동의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해외 분쟁지역에서 인도적 지원과 평화교육 활동을 주로 펼치고 있는 개척자들의 송강호 활동가는 정부의 해외 파병이 국민적 합의나 평가가 부재한 상태에서 자국민의 생명을 잃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이러한 국가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판했다. 송강호 활동가는 정부가 군사작전 실패가 낳았던 동티모르에서의 한국군 사망사건이나 미군 기지내 활동했던 아프가니스탄 윤장호 병사의 죽음을 오로지 국가를 위해 순직한 것으로 포장하기에 급급하다면서  PKO 정책을 논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파병정책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최근 정부가 도입하고 있는 ‘Peace building’ 개념에 대해서도 분쟁지역에서 총을 들고 있는 군인들이 ‘Peace building’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군인들이 정전 상태에서 긴장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군사활동이 고유임무인 군인들이 전후 평화를 건설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민간 섹터를 강화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의 송상교 변호사는 의회에 계류 중인 PKO관련 법안 세 개를 비교분석하여 법안이 담고 있는 위헌적 부분들을 날카롭게 제기했다. 특히 세 법안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가 바로 국회동의권을 축소하고 있는 점인데, 이는 국회 사전동의 절차를 규정해 놓고 있는 헌법 제60조2항을 위반해 사실상 헌법개정을 하지 않는 한 입안은 불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리고 만약 법안이 도입되어 사후 동의 방식이 이루어진다면 국내정치에서 현실론이 득세하게 되어 무분별한 군대파견이나 파병연장을 막을 국민적 통제장치가 무력화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상교 변호사는 법안에서 일정한 규모를 정해두고 그 이하일 경우에 국회 사후동의로 파견하자는 것은 그 기준 자체가 매우 자의적이며, 현재로서는 PKO의 대규모 파견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에서도 사실상 전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PKO의 핵심이 국군의 해외파견이라는 점에서 이런 절차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파병의 신속성, 기동성을 위해 PKO 법안을 제정하는 것은 행정적 편의주의 다름 아니며, 또한 이를 이유로 국제평화주의 원칙이 파기되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상교 변호사는 PKO를 포함한 해외파병이 사실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되는 문제인데도 국민에 대한 관련 정보공개가 매우 부실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였다. 따라서 향후 PKO법 제정논의에서는 국민에 대한 정보공개 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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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PKO 정책에 대한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에 대해 외교부 유엔과 김은정 서기관은 다국적군과 PKO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재 정부가 PKO확대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비교우위 면에서 한국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분쟁지역에 파견된 한국군은 현지주민들의 저항을 불러오거나 큰 마찰을 발생시키지도 않으면서 군의 민사작전이 현지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은정 서기관은 현재 외교부가 여러 국가들의 PKO 사례와 정보를 수집, 분석하면서 해외파병의 원칙과 기준, 고려사항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 여러 국가들의 PKO파병은 그 자체가 ‘선한 의도’가 아니라는 것도 부인하지 않았다. 선진국들은 국제안보질서 차원에서 다국적군과 PKO를 필요에 따라 선택하고 있고, 반면 개도국들은 개인수당 등을 통한 경제적 이익획득이 주목적이며, 중국은 자원외교의 측면에서, 일본은 평화헌법으로 제약된 해외파병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PKO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앞서 송상교 토론자가 지적했듯 현 PKO 법안 중 위헌적인 부분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외교부는 이를 충분히 감안하면서, 문민통제를 강화하고 위헌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PKO 관련한 법제들을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간인과 경찰 파견확대 등을 포함한 PKO 전략 개발을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 밖에 참여연대 관계자는 PKO 파병에 매우 소극적이었던 유럽 국가들이 다분히 정치,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이례적으로 대규모 PKO 병력을 레바논에 파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가 유럽 국가들의 일반적인 PKO 참여 수준인 것처럼 호도하고, 한국의 PKO 파병 확대의 근거로 삼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또한 유엔의 요청이라고 해서 PKO 파병을 당연시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PKO 파병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PKO 파병의 실효성, 국민적 동의기반 확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번 토론회는 기여외교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형성하고 구체적으로 PKO, ODA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정부에 촉구하는 자리였다. 또한 정부의 PKO, ODA 정책수립에 있어 시민사회의 협력과 참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PKO의 확대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방부가 끝내 토론회 참석 요청을 거부한 것은 시민사회의 의견 청취나 수렴없이 정책결정을 하겠다는 의사가 아닌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기여외교’를 어떤 식으로 펼쳐 나갈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러나 앞으로 PKO와 ODA 정책에 대한 시민의 감시가 더욱 요구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참여연대는 PKO와 ODA 정책의 올바른 수립과 집행을 위해 정부와 국회 내 관련 활동들에 대한 감시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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