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믿을 수 없는 군의 ‘셀프 쇄신’, 외부 감시 기구 필요해

믿을 수 없는 군의 ‘셀프 쇄신’, 외부 감시 기구 필요해

외부에서 군 인권 감시할 수 있도록 군인권법 제정해야

군복무단축 등 전반적인 병영 개선 노력 안에서 인권문제 해결해야

 

※ 군 복무 중 말할 수 없는 아픔 속에서 생명을 잃은 故윤 일병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지난 7월 31일, 육군 28사단 소속 윤 일병이 반복적인 집단구타로 인해 지난 4월에 사망했다는 군 수사 기록이 폭로되었다.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사건의 심각성을 군 수사대가 일찍 파악했음에도 진상을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 역시 충격적이긴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은 얼마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22사단 총기난사사건 이전에 발생했다. 군대 내 만연해 있는 폭력의 실태와 군 당국의 은폐 왜곡 시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국방부는 사건이 폭로된 이후에나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 및 병영문화 쇄신’을 약속했다. 하지만 더 이상 국방부의 재발방지 약속을 믿을 국민은 없을 듯하다. 국방부의 실패한 ‘셀프 쇄신’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참여연대는 군대와 안보기관 내 폭력과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독립적 민간 감독 기관 설치를 포함한 군인권기본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동시에 군 복무기간 단축을 비롯한 전반적 병영 개선의 노력도 있어야 군 인권문제도 개선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근본적인 군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서는 군인권기본법 제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군인의 기본권을 명시하고 군인 인권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단순히 군인의 기본권만을 나열하고, 인권기준 준수를 권고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군인권기본법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서는 폐쇄적인 군 내부의 인권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독립적 민간 감시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이미 독일에서는 1957년에 ‘군옴부즈만’ 제도를 설치했고, 이후 북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 평가 또한 긍정적이다. 한국에서도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 친화적 병영문화를 위해 군인권기본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으며, 그 내용에는 부대점검 시 외부전문가 참여 보장을 명시한 바 있다.

 

이번 28사단 집단구타 치사 사건은 군대 자체의 왜곡된 폭력적 문화 뿐 아니라, 가혹행위가 발생하더라도 문제를 곧 바로 파악할 수 없는 군대 내 폐쇄성에도 기인한다. 물리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군대가 기존 사회로부터 동떨어져 있고, 군 내부에서 병사가 자율적으로 외부와 소통할 수단도 상대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구조적으로 군대 내의 인권침해 문제가 외부에 노출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 동안 국방부가 내놓은 ‘병영문화 대책위 발족’, ‘선진 병영문화 비전 발표’ 등의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도 이와 같이 외부의 감시가 불가능한 폐쇄적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군대 내 인권 개선은 전반적인 병영 개선 노력과 함께 가야한다. 생활공간 개선 및 사병 월급 인상, 건강권 및 정보 접근권 등 기본권 보장, 전문적 상담 및 스트레스 관리 서비스 제공, 휴가 일수 확대 등 군인 복지를 확대해나가는 총체적인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50만 명 이상의 과도한 군 병력을 줄이고 24개월의 군복무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 무기체계의 발달과 전술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대규모 지상군 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이번 28사단 집단 구타 치사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병사들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폭력이 대물림되는, 나아가 병사들의 생존까지 위협받게 하는 그런 군대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대책마련은 결코 군에 맡길 일이 아니다. 여론에 못이겨 내놓는 군의 땜질식 처방에 맡겨서는 동일한 비극이 반복될 뿐이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과 군 당국의 사건 은폐, 조작시도에 대한 책임과 단호한 처벌 뿐만 아니라 국회의 조속한 군인권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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