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6-16   465

열린우리당, 파병 거수기로 전락하나?

국회개원 전 파병당론 밀어붙이기, 국회 차원의 재검토 여지 원천봉쇄

 

1. 정부의 파병 밀어 붙이기 앞에서 열린우리당이 변변한 토론조차 없이 이를 추인하는 식으로 정리되어가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17일 오전 의총을 통해 파병 관련 당론을 확정하기로 한 가운데, 16일 저녁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파병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7월 말 파병을 보낸다던 기존의 보도와는 달리 6월 중 파병물자를 실은 선박을 비롯한 파병선발대를 이라크로 파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여당 내의 파병 논란을 무색케 하고 있다.

2. 열린우리당은 총선 직후 파병문제 등 국민의견 수렴이 필요한 국가중대사에 대해 국민통합특별위원회(위원장 이미경)라는 당내 기구를 두어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천정배 원내 대표는 국민통합위원회가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며 파병반대국민행동측의 면담요청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위원회는 변변한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고 보름도 채 안되는 활동기간을 용두사미로 마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정책의총’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간에 쫓겨 정부 입장만 듣고 해산하는 식의 의총이 두 번 있었을 뿐 국민에게 공개되는 국회에서의 공식적인 논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3. 공식적인 당 기구인 국민통합특위는 파병반대국민행동측과의 간담회를 비롯한 2-3차례의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위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와 여론을 전달하기 위해 총 50여 페이지의 정책보고서를 작성, △세계 각국 추가파병 현황 비교를 바탕으로 한국의 추가파병 규모와 시기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전후 재건 지원이라는 파병전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이라크 내외 정세, △민정이양기간 중 쿠르드 지역의 불안정성, △유엔결의가 파병일정강행의 근거가 될 수 없는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그리고 적어도 민정이양기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파병일정을 중단하고, 변화된 정세분석과 다각적 대안마련을 위한 국회논의를 ‘정책청문회’의 형태로 진행해 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정부가 “이라크 상황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예의 ‘조사 없는 추측’을 강변하는데 대해 지난 6개월 간의 국방부와 외통부의 정세예측 실패에 대한 책임추궁과 정부 차원의 재조사활동을 촉구했었다.

4. 그런데 열린 우리당과 실무주체인 국민통합위는 이 모든 ‘여론’과 ‘정보’에 대한 당의 입장과 판단, 그리고 그 근거는 제시하지도 않은 채 밑도 끝도 없이 ‘파병일정을 연기하자고 건의할 수 없다’는 결론만 내놓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다수 의원들이 제기했던 정책청문회 등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 설령 위원회가 애초에 표방한 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파병 재검토와 관련한 당의 입장을 정식화하기 위한 논의기구’가 아니라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기구’라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했던 각각의 문제제기에 대한 당의 책임 있는 판단과 답변을 공식적으로 내놓아야 마땅하다.

5. 열린우리당은 파병이라는 국가중대사 앞에서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공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를 다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를 감싸고 대통령을 편드는 거수기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아직 개원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임위원회 논의나 대정부 질의조차 없이 당론으로 파병일정을 기정사실화해서는 안된다. 이라크 파병이 가진 사안의 중요성이나, 이라크 상황의 불확실성, 이 사안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반대여론 등을 두루 감안할 때, 변화하는 이라크 상황에 대한 정부부처의 공식적인 대국회 보고를 청취하고, 이에 대한 국회의 동의 재확인 여부를 검토하는 최소한의 공식적 절차를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과 정부를 곤란하지 않게 하기 위해’ 파병의 성격, 규모, 시기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 하지 않은 채 정부의 강행방침을 그대로 추인하는 것은 국회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다. 유럽의회선거에서 파병을 추진했던 유럽 각국 정당이 참패했다는 사실을 열린우리당은 되새겨야 한다.

6. 국민 여론을 살펴보자면 파병에 반대하는 여론이 과반수, 최소한 파병의 성격 시기 규모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여론은 80% 이상이다. 한편, 열린우리당 내에 ‘파병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의원은 66명, 파병시기만큼은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의원까지 포함하면 과반수인 75명에 육박한다. 열린우리당이 민의를 반영할 의지와 용기를 지닌 열린 정당인지 아니면 국민여론 수렴은 고사하고 내부 언로조차 막힌 닫힌 정당인지는 내일 의총을 통해 판가름 될 것이다. 우리는 내일 의총에서 국민이 만들어낸 원내다수의석이 정부의 파병강행방침에 대한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을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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