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종료 결정은 북핵 협상 악영향 줄 ‘중대 실책’ 될 것, 종료 결정 유보하여 논의 가능성 열어두어야
지난 22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가 경수로 사업을 종료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최종 결정이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KEDO가 경수로 사업을 종료하기로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핵 6자회담에서 큰 쟁점이 되었던 대북 경수로 제공 문제는 여전히 협상의 과제로 남아있는 사안이다. 잘 알려진 대로 지난 9.19 6자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참가국들은 대북 경수로 제공 문제를 적절한 시점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다음 5차 6자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이행에 관한 협의를 예정해두고 있다. 따라서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KEDO가 경수로 사업을 서둘러 종료하겠다는 것은 회담 참가국간의 신뢰구축이나 원활한 협상 진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적절치 못한 결정이다.
더군다나 한국 정부가 건설이 중단된 경수로를 대신해 제시하였던 ‘중대제안’에 대해 북한이 수용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그 동안 정부는 200만 kW 대북 전력 제공이 북한의 6자회담 참가에 큰 역할을 했다면서 ‘중대제안’을 애써 부각시켜왔지만, 진작 북한은 대북 전력제공과 경수로 제공은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경수로 폐기를 전제로 한 ‘중대제안’을 사실상 거부해왔다. 그리고 북한의 핵포기에 따른 보상으로서 경수로 제공이 논의될 수 있다는 데에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 따라 경수로 폐기를 전제로 한 중대제안은 사실상 의미를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중대제안’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신포 경수로 건설 종료에 한국 정부가 앞장서 나서게 되는 ‘중대실책’을 범해서는 안된다.
만일 경수로 제공 논의가 이루어질 경우 그것은 KEDO의 신포 경수로 건설을 재개하는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2003년 11월 건설 중단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KEDO의 경수로는 3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여기에 11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엄청난 국민 세금이 들어간 사업에 대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기를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이 비용, 시간, 기술력 제공 등 많은 측면에서 KEDO의 경수로 사업을 대체할 방안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6자회담이 어렵게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할 이번 KEDO 경수로 사업 종료 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경수로 제공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고 한다면, 대안도 없이 경수로 사업을 종료할 것이 아니라 결정을 유보하여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마땅하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는 KEDO 경수로 사업비용의 70%를 부담하고 있는 만큼 주도력을 발휘하여 경수로 사업 종료를 막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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