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DO를 위한 레퀴엠 (John Wolfsthal, 2005. 11. 29)

출처: 문화일보

한·미·일 3국이 지난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을 종료키로 결정했다. KEDO는 1994년 북·미 기본합의의 마지막 잔존물이다. 경수로 2기를 북한에 제공한다는 합의는 이행되지 못했고, 기본합의의 목표였던 북한의 핵무기프로그램 종식 또한 아직 달성되지 못했다.

기본합의 및 KEDO 무력화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1년 출범하면서부터 견지해온 핵심 어젠다였는데, 이제 그 임무가 완수된 셈이다. 하지만 부시행정부가 북핵종식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던 전략은 총체적으로 실패를 기록해왔고, 지난 5년간 어떤 구체적인 성과물도 없었다. 단지 북한이 1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만한 핵물질을 양산할 기회만 제공했을 뿐이다. KEDO가 동북아 지역안보와 글로벌 비확산전략에 기여한 점은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적어도 한가지만은 확실하다. 지금 북핵상황도 나쁘지만, 만약 기본합의와 KEDO가 없었다면 상황은 더욱 나빴을 것이라는 점이다.

부시1기 행정부를 지배했던 KEDO 및 기본합의 비판자들은 1994년의 북·미협상을 미국의 굴복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미국이 북한의 핵야욕을 종식시키기 위해 대가를 제공한다는 점에 대해 불평해왔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1990년 내내 KEDO에 대한 자금제공을 중단하려고 시도해왔다. 또한 KEDO비판자들은 미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경수로와 중유는 핵무기 개발소동을 벌이는 나라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며 불평해왔다. 그렇지만 이 같은 주장은 1990년대 핵개발을 시작한 나라보다 포기한 나라가 더 많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기본합의와 KEDO를 무효화하는 시도는 1990년대 내내 지속됐다. 이 같은 움직임 때문에 합의의 실행이 지연됐고, 북한이 핵합의를 스스로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인센티브도 줄어들었다.

대북포용정책 반대론자들은 2002년 그 같은 정책을 중단할 수 있는 빌미를 발견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기기를 파키스탄 주도의 블랙마켓에서 획득했다는 증거는 KEDO반대론자들에게 아주 좋은 명분이 됐고, 그해 10월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2005년까지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가동중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우라늄 관련 기기를 확보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은 아직 북한이 어떤 관련 시설을 갖고 있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가동중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 와중에 북한이 국제감시단원을 추방했고 영변의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재가동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북한이 기본합의를 준수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이 기본합의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본합의 및 KEDO 죽이기가 최우선적 관심사항이었다.

부시 행정부 출범 5년 후, 6자회담 참여국들은 베이징(北京)에서 주기적으로 만나 북한을 어떻게 설득해 핵을 포기토록 할 것인가를 두고 씨름하고 있다. 협상의 핵심은 북한이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맞춰져있고, 경수로 지원안은 다시 테이블위에 올려졌다. 워싱턴 및 기타지역의 북핵 전문가들은 어느 지점에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겠지만 그 조건은 핵원자로와 핵포기가 맞교환될 때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핵포기를 먼저하고, 원자로를 나중에 받는다 해도 북한은 이 조건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좀더 넓은 관점에서 볼 때 그 같은 협상은 결국 기본합의와 유사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같은 합의를 실행하기 위해 최근 종식된 KEDO와 유사한 기구를 언젠가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부시 행정부가 실수를 자인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지만, KEDO의 가치를 훼손하고, 궁극적으로 해체한 결정이 과연 가치있는 것이었는지, 그리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위치를 손상시킨 게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역사가 몫이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KEDO의 종식, 그리고 그것을 한반도에 구현함으로써 북한을 포용하려던 가치있는 목표가 손실됐음을 추모하는 일뿐이다.

[[존 울프스털 / 국제전략문제硏(CSIS) 연구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