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19-04-27   2609

[2019 GDAMS 연속기고 ➃] 지뢰와 함께 사는 한반도… 이젠 끝내야 한다

지뢰와 함께 사는 한반도… 이젠 끝내야 한다

 

[2019 세계군축행동의 날 연속기고 ➃] 남북이 동시에 대인지뢰금지협약 가입해야

 

조재국 (사)평화나눔회 대표

 

 

4월 22일부터 4월 29일까지, 약 일주일간 한국에서 진행되는 2019년 GDMAS 캠페인 슬로건은 ‘평화를 앞당기는 군축’이다. 강력한 군사력이 평화를 지키는 데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이념과 믿음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군비축소’는 이상적이거나 혹은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치부되어왔다. 이런 주류의 사고에 질문을 던지고 군축에 대한 필요성을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 연속 기고를 진행한다 – 기자말

 

▲ 남북공동 DMZ 지뢰제거 작업 시작 지난 2018년 10월 2일, 9.19평양공동선언 군사분야 합의 첫 조치로 남북공동 비무장지대(DMZ)내 지뢰제거 작업이 경기도 철원 5사단 지역 화살머리고지 최전방감시초소(GP) 인근에서 실시되고 있다. 화살머리고지는 한국전쟁 당시 격전이 벌어진 곳으로 국군, 북한군, 유엔군, 중공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사진공동취재단

 

 

2019 세계군축행동의 날을 맞아 군축과 평화의 문제를 다루어 보는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다. 특히 고도로 발전된 현대의 전투기술에서 많이 뒤떨어진 재래식 무기의 처리 문제는 군축의 필요성과 함께 민간인들의 안전과 평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므로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재래식 무기들 가운데 가장 나쁜 무기는 바로 지뢰와 불발탄이다. 과거 전쟁을 치른 나라나 지역은 예외 없이 지뢰와 불발탄으로 오염된 국토를 가지고 있고, 그 제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지뢰, 불발탄 제거와 피해자 지원에 발 벗고 나서게 되었다.   

 

 

국제적 지뢰 금지 운동과 한국 정부의 태도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인명을 살상하는 지뢰와 불발탄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 위해 국제사회는 1997년 12월 ‘대인지뢰금지협약’을 제정하고 캐나다 오타와에서 조인식을 개최했다. 당시 내전으로 다량의 지뢰를 사용한 캄보디아는 분쟁이 끝났지만 매년 5천 명 이상의 주민들이 지뢰와 불발탄 사고로 살상됐으며, 특히 많은 어린이가 지뢰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리가 절단되는 피해를 겪었다.

 

이러한 이유로 민간단체인 세계대인지뢰금지캠페인(International Campaign to Ban Landmines)이 지뢰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자는 주장을 제기했고, 캐나다, 영국, 노르웨이, 남아공 등이 받아들여 대인지뢰금지협약을 유엔에 제출했다. 그 결과, 오랜 논의를 거쳐 유엔의 국제협약으로 탄생했다. 

 

협약의 초안작성 과정에서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의 대치상태를 이유로 한국이 지뢰 사용을 포기할 수 없으므로, 가입은 하되 그 실천은 유보하는 예외조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1997년 9월 오슬로에서 개최된 초안 확정 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대표는 예외조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한국의 지뢰사용 실태를 호도하는 발언을 했다.

 

“한국에는 대인지뢰로 인한 어떠한 희생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민간인의 피해가 없도록 철저하게 대인지뢰가 통제되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한국은 북한과 대치선상에 있는 155마일 비무장지대를 제외한 그 어떤 지역에도 대인지뢰를 매설해 놓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 대표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과거 50년 동안 지뢰 사고가 없이 안전하게 대인지뢰를 사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대인지뢰의 사용이 금지된다면, 그리하여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면, 이것은 오히려 대인지뢰금지조약의 정당성을 위태롭게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안자들이 무예외조항을 관철한 결과 지금의 협약이 제정됐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한국 외교부는 놀랍게도 현실과는 전혀 다른 사실을 공공연히 주장했다.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지뢰 사고가 없었고, 어떠한 민간인 희생자도 존재하지 않으며, 비무장지대 외에는 지뢰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지금은 국방부에서 후방지역의 지뢰를 제거하고 민간인 피해자 보상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당시 유엔 회의 발언은 지뢰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발표문은 유엔의 공식문서로서 보존되므로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클린턴 정부는 예외조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향후 6년 이내에 재래식 지뢰를 대체할 대체 무기를 개발한 후 한국과 함께 조약에 가입하겠다고 약속했고, 약속대로 대체 무기를 개발해 이라크전쟁 등의 실전에서 사용했다. 한국도 다량의 대체 무기를 수입했다.

 

오바마 정부는 오타와 조약 가입을 검토했으나 한국의 반대로 가입을 포기했는데, 당시 미국 정부는 한미연합사의 연합작전 수행을 위해 단독으로 가입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2014년에 한국을 제외한 어디서도 지뢰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각 나라의 지뢰 제거와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오타와 조약 가입국의 지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여 년간 약 1조 5천억 원의 예산을 출연했다.

 

 

한국의 지뢰피해자들, 그 고통과 눈물

 

미국 정부는 최근에 베트남과 라오스를 비롯하여 직접 책임이 있는 지역의 지뢰 제거와 피해자 지원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군은 한국에 직접 매설한 지뢰와 그로 인한 민간인 피해에는 눈을 감고 있다. 한국 외교부가 민간인 지뢰 피해자의 존재를 부인한 이래로 국방부도 민간인 지뢰 사고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피해자들의 호소를 외면해 오다가 최근에야 특별법을 만들어 최소한의 보상에 착수했다.

 

그런데 한국의 지뢰 피해자들이 그 고통을 호소하는 동안, 정부는 외국의 지뢰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에 많은 재정을 출연했다. 외교부는 유엔이 설립한 지뢰 제거 및 지뢰 피해자 지원 국제 신탁기금(International Trust Fund for Demining and Mine Victim Assistance, ITF)에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총 200억 원을 지원했다.

 

또 외교부 산하 기관인 코이카도 베트남과 라오스의 지뢰 제거와 피해자 지원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000만불(한화 약 227억 원 규모)을 지원할 계획이다(참고 KOICA 보도자료 – 베트남 지뢰 불발탄 제거활동). 말하자면 한국 정부는 자국의 지뢰 문제에는 눈을 감고, 외국의 지뢰 문제에는 큰 관심을 가지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참여연대, 경실련,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등 한국의 28개의 NGO가 1997년 10월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orea Campaign to Ban Landmines)를 발족하고, 한국의 민간인 지뢰 피해자 조사와 후방지역 36개 지뢰지대 조사에 착수하여 보고서를 발표했다. 후방지역에 대해선 합참이 2010년부터 5년간 지뢰 제거에 나섰지만 발견하지 못한 지뢰가 다수 존재해 서울의 우면산, 김포의 장산 등에 ‘과거 지뢰지대’라는 애매한 푯말을 세워놓고 있다. 이는 CCW(특정재래식무기금지조약)에 명시한 지뢰 표식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약 1천여 명에 달하는 민간인 지뢰 피해자들과 관련한 법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가 설립한 사단법인 평화나눔회의 오랜 노력으로 <민간인지뢰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2014년 9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15년 4월부터 보상신청과 배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국방부가 보유한 민간인 지뢰 피해자 관련 자료가 미비하고 홍보가 부족하여 300여 명 이상의 피해자가 법 시행 2년 동안 신청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국회가 2019년 4월 특별법 2년 연장안을 통과시켰고,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한국의 민간인 지뢰 피해자들은 지난 60여 년간 국가로부터 그 존재조차 부정되어 우리 사회에서 완벽하게 외면당하는 가운데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대부분 접경지역에 살면서 군에서 허락한 토지를 경작하며 살아왔고, 입주 시에 지뢰 사고와 같은 무기 사고와 관련해 국가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강요받았다. 그로 인해 사고 후에도 국가에 책임을 묻거나 배상을 신청할 엄두도 못 내고, 오히려 땅을 빼앗길까 걱정하면서 남은 다리 한쪽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

 

그런데 피해자 조사에서 드러난 특이한 사항은 5살에서 12살까지의 어린이들이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잘리거나 실명된 사고가 잦았다는 것이다. 대부분 개울이나 논밭에서 놀다가 M14 플라스틱 대인지뢰가 폭발해 사고를 당했다. 지뢰가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한국전쟁 후에 도처에 깔려 있던 지뢰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민간인들이 나물을 뜯기 위해서 무리하게 지뢰지대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고 오히려 생활권 안에서 일을 하거나 토지를 개간하는 중에 사고를 당한 경우가 많다. 1954년 창원에서는 버스가 지뢰를 밟아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치기도 했다.  

 

유엔은 지뢰 피해자 지원에 대한 메뉴얼을 제정하여 배포하고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국가는 5가지의 항목을 보상·지원해야 한다. 즉, 육체적 피해, 정신적 피해, 감정적 피해, 가족적 피해, 공동체적 피해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를 오랫동안 외면하다가 최근 특별법에 의하여 겨우 육체적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하는데 그치고 있다.

 

 

비무장 DMZ의 회복, 지뢰 제거

 

한국의 지뢰 문제 해결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모든 지뢰 지대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여 사고의 원인을 소멸시키는 데 있고, 모든 지뢰 지대를 해제하여 평화지대로 회복시키는 데 있다. 다행히도 최근에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을 통해 휴전체제의 종식과 더불어 평화조약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무기가 없어야 할 비무장지대가 지뢰 등 온갖 무기로 중무장한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남북이 동시에 오타와 대인지뢰금지조약에 가입함으로써 국제적인 지원과 협력을 통하여 모든 지뢰를 제거해야 한다.

 

조약 가입국 164개국 가운데 지뢰를 제거해야 하는 나라는 50개국에 불과하고 나머지 나라는 지뢰 제거를 돕기 위하여 가입하고 있는 것이니, 남북한이 가입한다면 적어도 북한은 수많은 나라와 유엔 산하 기구, 국제 민간기구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지뢰와 불발탄을 제거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뢰 오염이 사라진 땅에 진정한 평화의 자연과 마을이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지뢰 사용에 대한 공식적인 질문에 대해 주한미군은 지뢰를 사용하지 않았고, 유엔군이 지뢰를 사용했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지뢰 제거는 일차적으로 유엔군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고, 오타와 조약의 운영 주체인 유엔이 한국의 지뢰 제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앞으로 지뢰에 관련하여 한반도의 추이를 관심있게 바라보며, 적절한 지적과 더불어 적절한 도움을 주려고 할 것이 분명한데, 우리 한국인들이 보다 큰 관심을 가지고 지뢰 없는 세상, 진정한 평화의 세상을 만드는 데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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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세계군축행동의 날 연속기고] 

2019 GDAMS 연속기고 ① 평화를 위한 군축, 평화를 앞당기는 군축 / 최하늬 피스모모 연구기획팀장 

2019 GDAMS 연속기고 ② ‘평화’를 위한다는 전쟁, 결국 방산 기업만 웃는다 / 쭈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2019 GDAMS 연속기고 ③ 세월호와 천안함을 ‘비교’하는 사람들, 대체 왜 그럴까 /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2019 GDAMS 연속기고 ④ 지뢰와 함께 사는 한반도…이젠 끝내야 한다 / 조재국 (사)평화나눔회 대표

2019 GDMAS 연속기고 ⑤ 아이들 밥값보다 전쟁 무기? 부끄러운 ‘세계 10위’ / 신미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2019 GDAMS 연속기고 ⑥ 남북 간 군축으로 한반도 평화 정세 이어가야 / 박석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상임활동가

 

* 2019 세계군축행동의 날 <평화를 앞당기는 군축> 캠페인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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