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19-04-30   3235

[2019 GDMAS 연속기고 ⑤] 아이들 밥값보다 전쟁 무기? 부끄러운 ‘세계 10위’

아이들 밥값보다 전쟁 무기? 부끄러운 ‘세계 10위’ 

[2019 GDAMS 연속기고 ⑤] 2018 세계 군사비 지출 10위… 군축은 시대적 과제

 

신미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4월 22일부터 4월 29일까지, 약 일주일간 한국에서 진행되는 2019년 GDMAS 캠페인 슬로건은 ‘평화를 앞당기는 군축’이다. 강력한 군사력이 평화를 지키는 데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이념과 믿음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군비축소’는 이상적이거나 혹은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치부되어 왔다. 이런 주류의 사고에 질문을 던지고 군축에 대한 필요성을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 연속 기고를 진행한다 – 기자말

 

▲  전쟁 ⓒ piaxbay

 

부끄러운 세계 10위

 

29일(현지시각)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18 세계 군사비 지출 현황을 발표했다. 한국은 또다시 10위를 기록했다. 2013년부터 6년째 같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TOP 10에 들었으니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까? 

 

말하기도 입 아픈 수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한국의 복지 지출에 대한 것으로,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두 수치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보다는 군사비에 한정된 자원을 더 많이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수치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가 천문학적인 돈을 군사비에 쏟아붓고 있다. SIPRI가 발표한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017년에 비해 2.6% 증가한 1822억 달러(한화 211조 5342억 원)로 냉전 종식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예상대로 2018년 가장 많은 군사비를 지출한 나라는 미국이다. 2018년 미국의 군사비는 2017년 대비 4.6% 증가한 6490억 달러로 2010년 이래 처음으로 증가했으며, 세계 군사 지출의 36%를 차지했다. 2위는 중국으로 세계 군사비 지출의 14%를 차지했다. SIPRI 보고서는 지역별 군사비 증가 추이도 주목하고 있는데, 동아시아의 군사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과 한국 때문으로 드러났다.

 

정말 진지하게 되돌아보자. 이렇게 막대한 군사비로 세계가 얼마나 평화로워졌는지, 또한 우리 삶은 얼마나 안전해졌는지를 말이다. 2002년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시리아 전쟁까지.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와 무고한 아이들의 죽음, 전 세계를 떠돌 수밖에 없는 난민들의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평화가 찾아왔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  2018 세계 군사비 지출 현황 ⓒ SIPRI

 

 

판문점 선언 1년, 새로운 평화의 시대?

 

지난 2018년 우리는 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신뢰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1년 전 남북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통해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신뢰 구축을 통한 단계적인 군축에 합의했다.

 

또한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공표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에 따라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GP시범철수, JSA 비무장화, 남북공동유해발굴 등 긴장완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들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2017년 16건에 달했던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2018년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고, 한반도는 정전 이래 유례없이 평화로운 1년을 보냈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 관계의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의 국방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019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46조 6971억 원으로 작년 대비 8.2%나 증가했고, 특히 방위력 개선비는 지난해보다 13.7% 증가한 15.4조 원으로 국방비 중 무려 32.9%를 차지했다. 이는 2008년(8.8%) 이후 최대 증가율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볼 수 없었던 수치다.

 

정부는 변화된 한반도 정세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과 실체가 모호한 주변국 위협을 전제로 첨단 전력 구축에 군사비를 투자하고 있다. 사실상 이름만 바꿔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에도 5조 55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반면 통일부의 ‘판문점 선언’ 이행 및 남북관계 개선 지원 예산인 남북협력기금은 1조 1000억 원 수준으로 현재 방위력개선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예산은 어떠한가.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일자리 예산은 22조 9000억 원, 문화 예산은 7조 2000억 원, 환경 예산은 7조 4000억 원, 안전 예산은 20조 원에 불과하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예산도 추경을 합쳐도 3조 밖에 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대기오염 사망률이 가장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보육료에 포함돼 있는 영유아 하루 급식비는 오전, 오후 간식비를 모두 합쳐도 1745원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 예산은 11년째 동결 중이다. 이처럼 시민들의 삶과 안전에 직결된 예산은 국방예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의 세금을 국방비 대신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쓰면 좋겠어요. 누가 쳐들어오지 않아도 이미 너무 많이들 죽고 있잖아요.” 

 

“내 손에 무기 들고 너는 무기 내려 놓으라고 하는 것은 평화의 시작이라 할 수 없습니다. 남북 같이 군축해야 진짜 평화가 옵니다.” 

 

2019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단은 지난 2주간 46조의 국방비를 줄여 어디에 쓰면 좋을지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온라인 캠페인(’46조 국방비 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을 진행했고, 100여 명의 시민들이 이곳에 글을 남겼다.

 

시민들은 군사비를 줄여 안정된 일자리 확보, 사회복지 확대, 교육권과 주거권 보장 등 우리의 삶과 직결된 곳에 써줄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 평화교육 확대, 미래세대를 위한 기후변화 기금 마련, 저개발 국가 투자, 난민 지원 등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의 세금을 투자하자는 바람을 남겼다.

 

 

▲  2018 세계 군사비 지출 현황 그래프(1988-2018) ⓒ SIPRI

 

 

군축이 허무맹랑하다고? 

 

물론 온라인 캠페인 게시판에는 군축을 반대하는 글들도 있었다. 

 

“군비축소는 비현실적인 공상입니다… 전쟁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오직 강력한 전쟁억지력과 힘의 균형입니다.”

 

“국방비 축소에 대한 생각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주변국들(꼭 북한뿐만이 아닌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국방력을 강화하는 마당에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은 꼭 필요합니다.”

 

주목할 점은 언제부터인가 군축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유가 북핵 위협에서 ‘주변국 위협’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국방비 증액 이유의 변화와 동일하다. 그러나 ‘주변국 위협’이라는 모호한 위협을 이유로 군사비를 늘린다면 도대체 얼마까지 늘려야 그 위협이 줄어들까.

 

중국, 일본, 러시아의 군비 경쟁 속에서 우리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은 도대체 얼마일까? 주변국들과 함께 군비를 축소하여 전쟁 위협을 줄이자는 주장과 군비 경쟁을 통해 전쟁위협을 줄이자는 주장, 둘 중 무엇이 더 허무맹랑한 소리일까. 

 

범위를 좁혀서 생각해보자. 한 해 4만명 이상이 총기 화기 사고로 사망하는 미국을 보면서 우리는 강력하게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총기 사망률은 10만 명 당 4.43명이었다. 반면 ‘총기 안전 국가’ 우리나라는 10만 명 당 0.05명이고, 싱가포르는 0.02명, 일본 0.04명, 중국 0.04명 등이다.

 

총을 들 수 있는 나라와 총을 들 수 없는 나라, 어디가 더 안전한가. 어느 누구도 총기 규제를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군사비를 줄여 전쟁 위협을 줄이자는 주장은 허무맹랑한가. 이제 정말 진지하게 되물어봐야 할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사를 통해 남북이 함께 출발한 평화의 길은 새로운 길이기에,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큰 강은 구불구불 흐르지만 끝내 바다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언급한 한반도 평화의 길에서 만나는 ‘난관’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은 군축으로부터 나오며, 남북이 군비를 축소하고 시민의 안전한 삶에 투자할 때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도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남북이 군축에 합의하고 평화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지금, 과거와 같은 논리로 군사비를 계속 늘려갈 것이 아니라, 복지 확충과 평화 구축 비용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더 많은 군사비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군사력 증강 논리는 군비 경쟁과 안보 딜레마를 부를 뿐이다. 결코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 오마이뉴스 기사보기>>

 

[2019 세계군축행동의 날 연속기고] 

 

2019 GDAMS 연속기고 ① 평화를 위한 군축, 평화를 앞당기는 군축 / 최하늬 피스모모 연구기획팀장 

2019 GDAMS 연속기고 ② ‘평화’를 위한다는 전쟁, 결국 방산 기업만 웃는다 / 쭈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2019 GDAMS 연속기고 ③ 세월호와 천안함을 ‘비교’하는 사람들, 대체 왜 그럴까 /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2019 GDAMS 연속기고 ④ 지뢰와 함께 사는 한반도…이젠 끝내야 한다 / 조재국 (사)평화나눔회 대표

2019 GDMAS 연속기고 ⑤ 아이들 밥값보다 전쟁 무기? 부끄러운 ‘세계 10위’ / 신미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2019 GDAMS 연속기고 ⑥ 남북 간 군축으로 한반도 평화 정세 이어가야 / 박석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상임활동가

 

* 2019 세계군축행동의 날 <평화를 앞당기는 군축> 캠페인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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