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13-04-21   4060

[논평] 북한은 기업대표 면담 수용하고 우리 정부와 미국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라

<개성공단 조업 재개를 위한 긴급제안>

 

북한은 기업대표 면담 수용하고 

우리 정부와 미국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라

 

개성공단 조업이 중단된 지 13일을 맞은 가운데, 북측은 오는 22일 범 중소기업 대표단의 방문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지난 17일에도 개성공단 입주기업협회 대표단의 방북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평화포럼(이하 시민평화포럼)은 북측의 잇단 기업대표단 면담 거부에 크나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북한 당국의 개성공단 입경 거부조치는 남북 경제협력의 신뢰토대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 시장에서의 신뢰와 예측가능성은 당국간 관계보다 더 민감해서, 한번 깨어지면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어떤 곳인가? 북한 스스로 6.15선언의 핵심인 ‘우리민족끼리’ 정신의 실현으로 간주하던 곳 아닌가? 6.15합의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무너진다면 남북관계는 과연 어디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시민평화포럼의 제안으로 지난 4월 11일 개최된 『한반도 군사충돌 위기해소와 대화협력 재개를 위한 각계인사연석회의』참가자들은 북측 당국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개성공단 투자 기업인들과의 면담 성사가 절실함을 호소한 바 있다. 그 서한에서 밝힌 대로 개성공단 기업인들이야말로 화해와 협력을 온 몸으로 실증해온 평화의 전도사들이자 개성공단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이들과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각종 어려움과 대응책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를 거절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하는 6.15정신과 배치되는 일이다. 

 

우리 정부 역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능동적인 대화와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관계의 진전 없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부는 개성공단사업의 시발점이었던 6.15선언 등 기존 남북간 합의에 대한 존중과 이행의 의사를 분명히 표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남북관계 정상화로 가는 첫 출발이다. 또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5.24조치로 중단된 교류와 인도적 조치들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 이러한 입장을 표명한다면 ‘최소한 개성공단과 관련된 대화창구라도 열자’는 정부 제안에 대해 그 누구도 진정성을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5.24조치 해제를 위한 구체적 노력을 위해서는 당국간 대화가 불가피한만큼 북한으로서도 더 이상 대화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반도 위기의 또 다른 당사자인 미국 역시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오늘의 한반도 위기상황이 가깝게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나 미국의 무력시위와 무관하지 않고, 또 근본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외면하고 북한의 핵능력 확대를 방치해온 결과이기 때문에 미국은 현 위기 해소의 책임에서 결코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은 실패한 정책인 ‘전략적 인내’와 결별하고 ‘조건 없이 즉각’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비핵화는 조건부가 아니라 대화와 협상의 결과로만 얻을 수 있다. 비핵화를 위한 압박은 대화와 함께 병행되어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조건의 제시는 대화의 장에서 해도 늦지 않다. 

 

한반도 위기 상황의 관리와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과 북, 그리고 미국 등 관련 당사자 모두가 추가적인 상황 악화조치를 중단해야 한다. 상대를 멸시하고 위협하는 횡포한 언어들은 물리적 충돌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긴장 조성행위이다. 지금처럼 모두가 서로를 비난하고 자극하면서 대화의 문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일관한다면 대화는커녕 도리어 위기만 고조될 뿐이다.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은 상대를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조건 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 바로’ 나서야 한다. 

 

 

2013년 4월 21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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