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반도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는 일관된 원칙” (연합뉴스, 2005. 2. 13)

< `북핵 난기류' 타개 중국 행보 주목 >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 이르면 이번 주 방북

北핵보유, `한반도 비핵화’ 中원칙에 정면 배치

(서울=연합뉴스) 인교준기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 한반도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중국의 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이르면 이번 주가 될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일정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도 중국의 `역할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11일(미국 현지시간)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는 가 하면 그 직전에 회동한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과 딕 체니 미 부통령도 중국이 북한 설득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대(對) 중국 메시지를 전했다.

가장 친밀한 우방 격인 중국도 지난 10일 북한 외무성의 전격적인 `핵무기 보유 선언’에 크게 당혹해 했던 것으로 보인다.

◆ 왕자루이 방북..中역할 주목 =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사실이라면 그간 중국의 일관된 원칙인 `한반도 비핵화’에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6자회담 장(場)에서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외교적인 대응을 주장하면서도 북한에게는 `핵무기 불용’ 의지를 단호히 비쳐왔던 게 사실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주변의 일본.대만.한국의 핵무기 보유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외무성의 `핵무기 보유 선언’ 발표 직후에 쿵취안(孔泉)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는 일관된 원칙”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은 또 북핵문제는 기존의 6자회담 틀 속에서 풀어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비치고 있다. 리자오싱 외교부장이 북핵 해결 노력을 당부하는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6자회담 개최를 위해 긍정적인 여건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실 중국에게 6자회담은 `북핵 해결’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대만문제 해결의 지렛대라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중국은 핵문제에 있어 대북 영향력을, 미국은 대만 문제에 있어 영향력을 반대급부로 주고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중국이 북핵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할 경우 대만문제도 꼬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이라는 초강수로 새로운 상황이 조성됐다는 점”이라며 “따라서 중국의 입장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 후진타오 친서 전달 관측도 = 왕자루이 부장의 방북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방북기간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의 진실성 여부를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한 `협상용’인 지 아니면 `실제’인 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협상용’이라면 중국은 그간 기조대로 대북 지원이라는 당근과 6자회담 불응시 북-중관계 악화라는 채찍을 병행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왕자루이 부장은 경제지원 약속과 함께 북한의 6자회담 참가를 적극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제’라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중국은 최악의 경우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핵무기 보유 선언’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왕자루이 부장의 방북 때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겸 국가주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한 마이클 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이 북한의 대(對) 리비아 핵물질 수출 가능성과 이에 대한 시급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후 주석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져, 왕자루이 부장은 이른바 대북 경고 메시지도 북한에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자루이 부장의 방북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이후 첫 북-중간 협의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입장은 왕자루이 부장의 방북 이후에 정확히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북-중 채널과는 별도로 한국과 미국은 14일 워싱턴에서 반기문-라이스 외교장관 회담을, 미국과 일본은 19일 외교.국방 각료급 안전보장협의 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핵보유 선언’ 이후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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