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23   452

<파병반대의 논리> 파병거부가 국익이다.

각계전문가와 세계지성이 말하는 이라크 파병반대의 논리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이다. 외교정책은 국익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부시행정부 스스로 후세인정권과 9.11테러가 관계없음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파병의 명분은 없다. 전투병 파병은 국익에 부합되는가? 국익은 경제적 실익, 한반도 안보 현실, 한미 관계의 영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투병 파병은 실질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파병의 경제적 실익 없다.

먼저 경제적 실익 부문이다. 첫째, 우리 군대의 주둔비용을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 터키와 파키스탄과 달리 미국은 별도의 경제적 보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조용길 장관은 이라크에 1개 여단 3000여명을 파병할 경우 연간 2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 전후복구 사업의 참여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이라크의 원유 수출로 복구비용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유정파괴와 석유산업의 인프라 낙후로 당초 원유생산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라크는 3800억 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안고 있다. 미국은 외채 감축을 원하고 있으나, 이라크의 외채가 대부분 러시아, 독일, 프랑스의 원유채굴 사업 투자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본격적인 복구사업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요 복구사업은 미국기업들이 독식하고 있으며, 중동 인근국가들의 하청참여 형태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향후 정권이양 일정이 구체화할 경우, 새로 구성되는 이라크정부가 전후복구 사업을 결정한다는 점은 파병여부가 전후복구 사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새로이 구성되는 이라크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전투병보다는 의료와 건설지원 등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셋째, 중동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이라크의 테러는 국면별로 중요 타격대상에 집중되는 조직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 미국과 국제사회를 분리시키기 위한 상징적 대상에 테러를 집중할 것이다. 그것이 한국이라면, 비극이다. 우리 기업인들에 대한 테러나, 한국산 제품의 불매운동이 벌어진다면, 중국, 중남미와 더불어 세 개의 중요시장중 하나인 중동을 잃는 것이다. 특히 우리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갖고 있는 이란과의 경제관계는 여러 가지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극단적으로 유조선에 대한 테러 가능성은 생각하기조차 끔직하다. 일부 사람들은 폴란드와 한국을 비교하지만, 중동경제에서의 역할을 고려할 때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파병 거부해도 한미 관계 이상 없다.

파병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파병을 하지 않았을 경우의 불이익을 거론한다.

대부분 근거가 없는 무책임한 선동행위다. 전투병을 파병하지 않는 것이 한미 동맹관계의 파탄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1차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고, 현재에도 의료 및 공병부대를 파견하고 있다. 영국을 제외하고, 미국의 어떤 동맹국이 우리만큼 미국의 입장에 오랫동안 일관되게 동참하고 있는가?

한미 관계는 중요하다. 이라크 문제와 관련,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이라크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동맹국의 의무다. 현재 이라크에서 필요한 것은 군대가 아니다. 의료와 건설 등 이라크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테러리스트들을 줄이는 것이요, 치안을 안정시키는 것이며, 나아가 반미 감정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을 이른바 네오콘과 동일시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라크 처리 문제와 관련, 극심한 국론 분열을 겪고 있으며, 50%정도는 명시적으로 네오콘을 반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의 중도파 의원들까지 동맹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라크 전쟁을 주도했던 이른바 네오 콘의 문책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아마도 조만간 네오 콘들과 함께 패배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네오 콘들과의 차별성을 통해 재선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쟁점을 완화시킬 것인가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네오 콘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지만, 부시 대통령이 너무나 확실한 패배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투병 파병으로 네오콘과 동조하기 보다,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실질적인 이라크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한국의 역할을 찾는 것이 성숙한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도움 되지 않는다.

이라크 파병과 핵 문제를 연결하는 논리도 현실 타당성이 없다. 미국의 북한 핵에 대한 입장은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고려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정부가 밉다고 강경으로 가고, 곱다고 온건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1차 파병을 요청했던 국방성 강경파들의 입장은 3자회담에서 6자회담까지 변함이 없다. 파병 거부로 네오 콘들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핵문제 해결에 유리하다. 대량살상무기 확산금지체제(PSI)와 같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세력이 바로 네오콘 들이다. 한국의 파병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의 북한 핵에 대한 입장은 전략적으로 선택된다. 미국의 선핵포기 방침에 변화가 없으면, 6자회담의 성과는 보장될 수 없다. 파월을 중심으로 미국이 1차 6자회담이후 포괄적 협상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외교적 쟁점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왜 부시 행정부가 지난 3년여동안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무대책으로 일관했는지를 묻고 있다. 네오 콘들의 입지 축소는 6자회담의 성과로 나타날 것이다. 한편, 북한 핵문제가 진전이 없다면, 더더욱 전투병을 보낼 수 없다.

동맹국의 역할만큼 우리 안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6자회담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면, 한반도는 불안정한 잠재적 위협을 안고 있는 것이고, 한반도의 안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 군대를 외국에 보낼 수가 없다.

한반도 정세,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

파병거부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의 철수로 이어 질 것이라는 주장도 과장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시장의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평가한다. 현재의 남북관계 수준을 고려할 때, 한반도 정세가 갑자기 불안정해 질 가능성은 없다. 물론 네오 콘들은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2사단 철수 가능성을 흘릴 것이다. 1971년 국군이 베트남에서 돌아오기도 전인 그때에, 6만6천명의 주한 미군 중 2만 2천명이 우리정부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철수했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의미 뿐 만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적 차원에서 중요한 것이다. 전투병을 파병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한미군이 갑자기 철수할 가능성은 적다. 다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군사전략이 지상군을 줄이고, 신속대응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2사단 재배치 문제 등은 파병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의 일정에 따라 진행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수준이다. 한반도의 안보 현실을 남북한의 신뢰를 통해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외교적 협상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파병 논의를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은 외교가 없는 나라다. 모든 정책이 다 그렇지만, 외교정책도 결정 과정이 있다. 현재 상황은 한미 관계, 북한 핵문제, 그리고 국민 여론 등 파병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들을 검토하는 단계다. 이런 점에서 직무에 충실하지 않은 관료가 너무 많다. 외교관은 한국의 당면한 현실을 적극적으로 미국에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만 주한 미국 대사관이 할일을 주미 한국 대사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 한국 외교의 현실이다. 국방부는 어떤가? 이라크 현지 조사단은 말 그대로 현지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닌가? 유엔 사무소는 이라크 북부지역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우리 조사단은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않고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은 없고, 의견만 있다. 그 정도는 현지에 가보지 않고도 작성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일본은 파병관련 법안을 통과하고도 10여 차례의 조사단을 파견하여 평화유지에 적합한 상황인지를 점검하고 있다. 다시 조사단을 파견해야 하는 이 상황에 대해 분명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외교정책을 이런 식으로 결정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한미 관계에서 앞으로도 많은 중요한 협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관료들이 한미관계를 외교적 협상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주권 국가인가? 정책결정 과정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국민적 동의를 얻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외교는 협상 상대자와의 관계와 국민 여론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노련한 외교관이 어려운 협상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당신의 제안을 받고 싶지만, 우리 국민을 납득시킬 자신이 없다” 그것이 민주 국가의 외교 협상력이다. 국내 여론을 활용하기는커녕, 협상 상대자를 대신하여 근거도 없는 논리로 국민들을 설득하려 한다면 협상력은 없다. 그렇게 되면, 상대 국가는 우리를 외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들은 많이 하는데, 관료들은 스스로 국익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

한국형 평화 봉사 활동이 필요하다.

파병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라크의 미래와 관련하여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이다.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은 이라크 주민의 민심을 얻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질적인 한국형 복구 프로그램을 갖고 이라크 문제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 간접자본 시설 복구, 의료지원, 교육체계 복원, 행정체계 구성 등이다. 민관 합동으로 이라크 지원단을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교육과 의료 분야 지원과 관련해서는 관련 시민단체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평화봉사단구성은 이라크 주민들의 민심을 얻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국내의 청년 실업 극복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나아가 실질적인 평화 봉사 활동은 중동지역에 한국의 평화적 위상을 심는 계기가 될 것이며, 노무현 정부의 평화 번영 정책이 국제적으로 평가받는 기회가 될 것이다. 평화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어 줄 수 있다면, 앞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에서도 한국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 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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