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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이라크
  • 2003.03.26
  • 405

<암만 현지소식>몇 조각의 빵과 통조림으로 하루를 연명하는 난민캠프 표정



평화의 단식 7일을 맞이하고 있는 임영신 평화운동가가 요르단 주재 난민캠프를 다녀와서 한 편의 글을 보내왔다. 그가 본 난민캠프의 실상과 폭격속에서도 다시 바그다드로 향하는 이라크인들이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편집자 주)

이곳은 폭설이 내렸습니다. 폭설이 비바람으로 변하며 흘러내리는 물로 길이 막히고 안개가 자욱해 차들은 움직이질 못하고 있습니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어야 할 중동의 3월, 이곳에는 저희가 머무는 날들 동안 절반이상의 날들이 비로 젖곤 했습니다.

하물며 눈이라니요... 그 눈에 발이 젖고 마음이 눅신해지며 두고온 국경의 텐트들이 그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합니다.

텐트가 사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텐트를 지키는 듯한 광막한 바람, 황무지 위의 텐트촌, 그곳에는 203명의 제3국 난민들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이집트인, 수단인, 에티오피아인, 스리랑카인.... 이곳에 잠시 머문 후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그들이 국경에서 잠시 쉬며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단기 캠프인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체류해야 할 이라크 난민을 위한 캠프는 바로 그 옆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의 주재아래 더욱 방대한 규모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제3국 난민을 위한 캠프에 203명 체류

일주일 전 만해도 아무 것도 없던 그 사막에 전쟁 발발과 동시에 시작된 난민 텐트촌이 건설된 것입니다. 최대 인원 5명이 들어갈 수 있는 텐트가 200개 정도 있으니 적신월사가 만든 그 캠프에는 적어도 2천명 정도의 난민을 받을 수 있겠지요.

허나 그 사막의 바람, 밤의 추위 그것을 그 얇은 한 장의 텐트와 버너,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 하나로 버텨내기엔 삶이 너무 가파르다고, 어쩌면 폭격보다 무서운 것이 난민으로서 생을 이어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바람이 가슴을 베고 지나갑니다.

차에서 내려 10분을 서 있기조차 힘겨운 사막의 광풍, 그 사막에는 봄을 들이지 않는 듯 차갑게 내려가는 체감온도. 난민보다 더 많은 수의 자원봉사자들, 무려 209명의 요르단인 자원활동가들이 그들을 위해 그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허나 그들이 자원활동가인지, 난민인지 그 하얀 천에 붉은 초생달이 그려진 적신월사의 휘장이 아니었다면 구분할 길이 없습니다.



체감 온도 영하 10도를 방불케 하는 그 차가운 바람과 건조한 사막의 추위 속에서 모두 두꺼운 겨울 점퍼를 입은 채 동동거리며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일주일 동안 집중되었던 텐트 설치 작업이 끝나자 이미 많은 인원이 할 일을 찾지 못한 채 머물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들 역시 저 텐트에서 잠을 자고 저 작은 버너 하나로 손을 녹이고 난민들에게 배급되는 몇 조각의 빵과 통조림으로 하루를 이어가야 합니다. 난민구호라는 막연한 일이 얼마나 고된 것인가를 그들을 통해 설핏 엿봅니다.

텐트 한 장, 마른 빵 한 조각으로 어찌 이 추운 사막의 봄과 밤을 그 뜨거울 사막의 햇살을, 아무 가릴 것 없는 저 거센 바람을 견디어 낼 수 있을까요. 어쩌면 난민을 위해 난민 캠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난민 캠프가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씩 그곳을 찾은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요르단 통해 5천명의 이라크인이 국경을 넘었다

제3국을 위한 난민촌을 뒤로 하고 이라크 난민을 위해 설치되었다는 UNHCR의 캠프를 찾았습니다. 그 곳에 있는 것은 난민이 아니라 텅 빈 텐트들, 그리고 거센 사막의 바람소리뿐입니다. 커다란 본부 텐트를 찾아 들어서니 요르단인 대표가 저희를 맞아줍니다.

40여 명 정도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곳에서 난민을 기다리고 있고, 유니세프에서 보내준 의약품들이 텐트 안에 가득 쌓여있습니다. 벌써 559명의 난민이 그곳을 머물다 갔다는 제3국을 위한 난민캠프와는 달리 이곳 캠프에는 이라크 난민이 단 한 사람도 온 적이 없다고 합니다.

왜 이라크의 난민들이 오지 않는 것 같으냐고 묻는 제게 그가 말합니다. "당신이라면 그 집과 고향을 떠나 이 사막의 텐트에 오고 싶겠어요? 여기서 우리가 보는 것은 전쟁을 피해 도망 나오는 난민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이라크로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전쟁을 맞이하기 위해 돌아가는 이라크인들 뿐이에요."

그랬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요르단을 통해 5천여 명의 이라크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폭격 속의 본국을 향했다고 합니다.(『요르단타임스』 3월 25일자) 지난 월요일에는 무려 100대의 차가 이라크를 향해 떠났다고 합니다. 집중 폭격이 시작되었을 그 월요일, 이라크 사람들은 그 폭격 속의 가족을 향해 더욱 더 먼길을 떠난 것입니다.

한국의 두 배에 이르는 면적을 가진 이라크 그러나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은 티그리스 강을 주변으로 형성된 도시밖에 없습니다.

우리처럼 도시의 폭격을 피해 시골로 피난을 간다는 일은 그들에게 물과 숲과 집을 버리고 죽음의 사막을 향해 나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도 피난이 아니라 자신들의 강과, 자신들의 집과 자신들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바그다드로, 바그다드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남아있는 세 명의 동료들이 전하는 소식에 의하면 지금도 바그다드에선 물건을 팔고, 운전을 하고, 밥을 짓는다고 합니다.

이미 4개월치 정도의 물과 식량을 갖추어 놓고 이 전쟁을 이겨내기 위해 그들의 집을 지키고 있는 이라크인들, 하여 우리는 이 국경의 난민촌이 아니라 그들의 집과 도시를 향해 가야겠다고, 그들의 부서진 벽을 세우고, 다친 팔과 다리를 싸매 주기 위해 하루빨리 그곳에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의 옷깃 깊이 여밉니다.

이 바람과 죽음의 땅에서 그들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유엔이 만들어낸 난민 캠프에 그들의 등을 밀어 넣고 그 풍요롭고 아름다운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미국의 양심을 안위하기 위한 유엔의 구호여서는 안 된다고 그들의 집과 도시를 부수고 광야에 서게 하는 폭력적 동정이어서는 안 된다고 사막의 바람 속에서 깊은 마음 다집니다.
임영신/평화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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