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3-17   542

국민의 의사를 전하기엔 멀고먼 청와대

참여연대, 한국의 이라크파병 반대 1인 시위 돌입

청와대의 문턱은 높았다.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전 지지와 지원을 밝힌 데 대해 참여연대는 대통령의 결정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청와대 정문 앞에서 벌일 예정이었지만 경찰의 저지로 청와대 부근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기습적으로 부당한 결정을 할 수 있지만 국민은 기습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히는 시위를 할 수 없음이 확인된 것. 이날 1인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동안 청와대 정문 앞은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17일 오전 10시 종로서 경찰들과 청와대 경비대 소속 관계자들은 ‘한반도 전쟁이 안 되면 이라크 전쟁도 안 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청와대 정문을 향하려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인 박순성 교수를 둘러싸고 진로를 봉쇄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대의견을 전하러 왔습니다. 국민들이 청와대 앞에 가서 대통령께 의견을 전달하려는 것을 막는 것이 정당한 일입니까”라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대통령 경호상의 이유로 끝내 막아섰다.

▲ 경찰들은 이날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는 박순성 교수를 에워싼 채 길을 가로막았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대통령 경호 등을 이유로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막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는데 무슨 소리인가”라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종로경찰서 관계자들은 “항소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1인 시위를 허용하는 집시법을 인정하는 한편, 이날 1인 시위 허용지침을 경호실로부터 받지 못했다며 청와대 접근을 막았다.

지난해 11월 서울지방법원은 국무회의 회의록 작성을 촉구하는 청와대 앞 1인 시위도중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 당한 최한수 참여연대 간사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태호 실장은 계속해서 “폭력행동이 아니라면 100명의 국민이라도 자신의 뜻을 어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에도 백악관 앞 1인 시위는 물론 각종 시위를 보장하고 있다”며 “청와대 정문 앞 1인 시위를 허용하는가의 여부는 정부가 국민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속 1인 시위의 첫 참가자였던 박순성 교수는 이날 상황에 대해 “참여정부라지만 국민의 의사가 어떤 형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정부 단독으로 결정한 파병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들의 1인 시위를 막는 것은 국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말”이라며 “평화적인 1인 시위조차 막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평화를 안착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박 교수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 시위는 정책 결정자에게 국민 개인의 뜻을 알리는 포기할 수 없는 방법인 만큼 폐쇄적인 벽을 뚫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1인 시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경찰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처로 이날 민원실을 통해 청와대에 이번 주 1인 시위 진행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박순성 교수에 이어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김현숙 평화여성회 공동대표, 장유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이 진행한 이날 이라크 파병반대 1인 시위와 연속공개서한 발송은 오는 21일까지 계속된다. 장소는 청와대 정문 앞.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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