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17   623

유엔의 옷으로 바꿔 입어도 침략전쟁에 동참할 수는 없다.

APEC 한미 정상회담시 파병 관련 어떤 합의도 해서는 안될 것

1. 유엔과 국제사회의 반발로 수 차례 연기되었던 이라크 결의안이 진통 끝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이번 결의안 통과를 계기로, 전세계를 향한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병력 및 자금지원 요청 압력은 거세 질 것이 분명하다. 당장 오는 20일 APEC 회담에서 예정되어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런 압력은 보다 노골화 될 것이다.

2. 우선 이번 유엔의 결의도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대한 본질을 바꿔 놓을 수는 없다. 당초 전쟁의 명분으로 제시되었던 ‘대량살상무기 보유’와 ‘테러조직과의 연계성’에 대한 의혹이 거짓임이 드러난 상황에서 유엔에서 형식적 결의가 통과되어 다국적군을 인정하였다 하더라도 점령군적 성격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이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저항과 공격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당장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결의안 통과 직후 부시 대통령 스스로도 “우리는 적이 공격을 하기 전에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해 ‘선제공격 독트린’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우선적으로 선제공격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심히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따라서 이는 향후 파병결정 논의에 있어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고려되야 할 것이다.

3. 이번 유엔에서 결의된 다국적군은 평화유지군(PKO)으로 평화유지활동과 전적으로 유엔사무총장의 지휘를 받는 형태가 아니라, 미군 지휘 하에 유지되고 게릴라 소탕작전까지 벌이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물론 전비도 유엔 부담이 아닌 파병 당사국이 부담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지난 3월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면서 우방국들에게 요청했던 파병군의 성격들과 내용상 별반 다를 바 없다. 결국 미·영 점령군의 외연만을 확대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4. 정부는 이런 점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소상히 알려야 한다. 이번 파병 결정에 있어 다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민주적 절차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이와 같이 중요한 국가적 결정사항을 판단함에 있어 국민여론의 수렴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그 자체가 중요한 국익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 파병될 군의 성격과 맡겨질 역할, 구체적 미국의 요구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지난 1차 정부합동조사단의 부실조사의혹과 이를 국민들에게 거짓으로 보고해서 오히려 국민적 합의도출을 어렵게 만들었던 사실을 정부는 이번 기회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5. 이라크내 상황은 한치 앞을 판단하기 힘든 상태이다. 이라크내 반군들은 공공연히 파병군들에 대한 테러를 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 이미 파병을 결정한 터키와 스페인이 그 피해를 입은 상태이다. 더구나 파병시 주둔예상지역인 북부 모술지역에 대한 위험도 증가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당초 약속했던 2차 조사단 구성은 조속히 착수되어야 한다. 아울러 파병시 사상자 발생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국민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유엔 결의안에 찬성했던 프랑스-독일-러시아 등도 파병이나 자금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우리와 같이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파병요청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도 파병 거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국회시정연설에서 밝혔듯이 파병결정을 신중히 해야만 한다. 또 군대를 파병하는 것 외에도 민간구호 활동, 경제지원 등 실질적으로 이라크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물어야 한다. 이런 국민적 여론 수렴을 위해서라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된 구체적 언급과 어떤 합의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끝.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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