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23   1729

<파병반대의 논리> 변해버린 미국을 슬퍼함

각계전문가와 세계지성이 말하는 이라크 파병반대의 논리

– 오늘 나는 조국을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

나는 이 아름다운 나라를 믿습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뿌리를 공부해 왔고 위대한 헌법에 담겨있는 지혜를 찬양해 왔습니다. 건국의 아버지들의 지혜에 경탄해 왔습니다. 대대로 미국인들은 우리의 위대한 공화국의 바탕이 되고 있는 숭고한 이상을 배우고 실천해 왔습니다. 나는 그들의 희생과 용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힘을 얻곤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나는 조국을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최근 수개월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나는 무거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 봤습니다. 강하고, 그러나 선의에 가득찬 평화의 수호자라는 미국의 이미지는 이제 사라지고 없습니다. 미국의 이미지는 바뀌었습니다. 전세계에 걸쳐, 우리의 친구들은 우리를 더 이상 믿지 않으며, 우리의 주장을 반박하고, 우리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이성적 토론을 하는 대신 복종을 요구하거나 비난합니다. 사담 후세인을 고립시키는 대신 우리가 우리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선언한 선제공격이라는 새로운 독트린, 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단지 두려워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용의자가 있다고 의심되는 곳이면 지구상 어디라도 폭격을 가할 권리가 있다고 말입니다. 어떠한 국제기구도 허락하지 않은 권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세상은 갈수록 위험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만하게 초강대국이라는 우리의 지위를 뽐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안보리 이사국들을 쓰레기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고개를 뻣뻣이 들어 우리의 제왕적 존엄성에 먹칠이라도 했다는 듯이 말입니다. 귀중한 동맹은 갈갈이 찢겨졌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 미국은 이라크보다도 훨씬 많은 것들을 재건해야 할 것입니다. 전세계에서의 미국의 이미지를 재건해야 할 것입니다.

현 정부가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건 명분들은 가짜 문서들과 주변적 증거에 불과하다는 비판들로 얼룩져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향해 이 전쟁이 필요하다는 단 하나의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 전쟁은 우리가 선택한 전쟁입니다.

사담 후세인을 9.11과 연결시킬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쌍동이 빌딩은 전세계 60개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테러 조직 알 카에다에 의해 쓰러졌습니다.

9.11과 여타 테러사건에서 우리가 목격한 야만성은 자신들의 문화에 나날이 침투하고 있는 서방문화를 저지하려는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적이고 절망적인 몸부림입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 세력은 국경을 초월하여 전세계에 산재해 있습니다. 이 세력은 수많은 얼굴과, 수많은 이름과, 수많은 주소지를 갖고 있는 어둠의 세력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쌍둥이빌딩의 잔해에서 솟아오른 분노와 두려움과 슬픔 모두를, 우리가 볼 수 있고 미워할 수 있으며 공격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악당에게로 돌렸습니다. 맞습니다. 그는 악당입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공격해야 할 악당은 아닙니다. 이 전쟁은 잘못된 전쟁인 것입니다. 우리가 사담 후세인을 공격한다면 아마도 그를 권좌에서 몰아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테러를 근절하기 위한 우리의 전세계적 전쟁을 도우려는 우방국들의 열의는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번 전쟁을 둘러싸고 우리 모두가 느끼는 불편함은 단지 테러에 대비한 ‘적색경보’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너무 서두르는 것은 아닌가?’ ‘이러저러한 것들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는데…’라는 느낌들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어야 하나? 그 비용은 얼마나 될까? 도대체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가? 국내는 얼마나 위험해지는 것인가? 등등의 의문 말입니다.

두터운 어둠의 장막이 이 방(미 상원)을 감싸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있는 주제를 토론해야 하는 우리의 신성한 의무를 회피했습니다. 수천, 수만의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자신의 임무 수행을 위해 속속 이라크로 떠나고 있는 지금에도 말입니다.

도대체 이 나라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까? 언제 이 나라가 친구들을 무시하고 비방하는 나라로 변해 버린 것입니까? 우리의 무시무시한 군사력을 사용하기 위해 과격하고도 독선에 가득찬 정책을 선택함으로써 국제질서를 어질르기로 작정한 것은 또 언제입니까? 혼란에 가득찬 세계를 추스르기 위해 외교의 필요성이 절박한 이 시점에 우리는 어떻게 해서 외교적 노력을 포기하게 된 것입니까?

미국의 진정한 힘은 남을 위협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남들을 격려하는 데 있다는 사실은 어째서 대통령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제 전쟁은 불가피해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이 자욱한 안개가 걷히기를… 어쩌면 사담은 꼬리를 내리고 도망갈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성의 힘이 그래도 힘을 발휘할지 모릅니다. 수백만 미국인들과 함께 우리 병사들의 안전과, 무고한 이라크 시민들, 그리고 조국의 안전을 위해 기도합니다. 신이여, 앞으로 다가올 어려운 날에 미합중국에 축복을 내려주시고,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비전을 되찾게 해주소서.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2003년 3월 20일자 기사입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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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버드 (미 상원의원/ 2003. 03. 20 미상원에서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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