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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동맹
  • 2002.07.15
  • 577

휴일 빗속, 주한미군 규탄대회 3천여 명 참가



일요일인 14일 늦은 12시, 의정부 미 2사단 앞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도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대위가 이끄는 제 4차 범국민 규탄대회에 참가하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 이날 대회에서 태워진 성조기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날 규탄대회는 지난 10일 법무부가 주한미군 측에 재판관할권 포기를 요구한 가운데, 이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뜻을 전하고,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단 구성 및 부시 미 대통령의 공식사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열린 것이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을 대표한 10여 명의 인사들은 부시행정부와 주한미군 당국 앞으로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미군 측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매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열리고 있는 집회와 의정부 역 앞 광장에서 벌이고 있는 철야농성과 함께 주말마다 이어지고 있는 범국민대회에는 회를 거듭할수록 수천 명 단위의 사람들이 참가, 이 사건에 대한 범국민의 분노를 실감할 수 있었다.

▲ 미군부대를 향해 할머니, 할아버지 역시 중지를 빼들었다
범대위의 김종일 위원장은 "현재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쳐 10만여 명의 서명을 받았고 성금 또한 2천 5백여만 원에 이르고 있다"며 국민들의 폭발적 반응을 전했다. 현재 온라인 서명은 여중생사건범국민대책위원회(http://www.antimigun.org), 청소년 공동체 '희망' 사이트(http://www.no-usarmy.wo.to),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www.jatong.org)에서 진행중이다.

이날 대회장소 주변 곳곳에는 '억울하게 죽어간 효순이와 미선이의 한을 풀자', '두 여중생 깔아죽인 주한미군 물러가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설치되어 있는 한편, 3천 여명이 함께 내지르는 구호소리와 손짓은 어느 틈에 굵어진 빗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규탄연설에 나선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월드컵 때 나라 전체가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과연 있기나 한 나라인가. 살인미군을 우리 법대로 재판정에 세우지도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껍데기국가일 뿐"이라고 격분하며 부시 대통령의 사죄를 공식 요청했다.

"어! 그거 강화도 조약이랑 똑같아요!"

▲"우리의 함성을 들어라"비옷을 입은 채 구호를 외치는 대회 참가자들


일본 오키나와에서 미군에 대해 투쟁을 벌여오고 있는 재일동포 2세 도유사(46세)씨는 "아시아에만 주둔하고 있는 10만여 명의 미군이 저지르는 범죄의 대부분이 한국과 일본에 집중되어 있지만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분노한다. 미군에 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날 역시 가수 박성환 씨와 민중 노래, 무용패들이 무대에 올라 열띤 공연을 선보였다. 의정부 전교조 노래패에서 활동 중인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의 '분노'를 전하기도 했다. 역사시간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조약이자 불평등조약인 강화도 조약을 배운 아이들이 이번 여중생 사망사건을 전해듣자마자 보인 반응은 "미군들 깜방에 넣어버려야 돼요"라고 했단다. 하지만 1차 재판권이 한국측에 없다는 SOFA규정을 들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일침을 가했다고. "어! 선생님 그거 강화도 조약이랑 똑같아요! 바꿔버려요"

▲ 의정부 역 앞에 모인 대회 참가자들


한편, 대회를 마치고 의정부역까지 거리 행진을 하려는 대회참가자들을 경찰들이 막아 30여분간 대치상태가 이루지기도 했다. 하지만 길은 하나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방향을 틀어 의정부북부역을 거쳐 의정부역으로 다시 내려오는 행진을 벌였다. 4킬로미터가 족히 되는 대열은 1시간 여 동안 거의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날 대회는 의정부역 광장에서 마무리 집회를 가지고 4시 30분께 쯤 해산하였다.

재판권, 꼭 돌려받을 겁니다!-집회에서 만난 사람들 미니 인터뷰

▲ 김종일 범대위 위원장(참여연대 자료사진)
범대위에서 눈코 뜰 새 없는 김종일 위원장(민족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은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다. 14일 대회가 시작될 무렵 김 위원장을 참가자들 틈에서 만날 수 있었다.

-국민들 반응이 심상치 않은데...

=3차 규탄대회가 있었던 지난 4일 이후 국민들의 반응이 더욱 뜨거워졌다. 전국의 10개 지역에서도 현재 동시에 규탄집회를 벌이고 있다. 어제(13일)는 네티즌들과 함께 오프라인 집회를 갖기도 했다. 폭발적 반응이다.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국민들의 반응이 놀랍다.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50년이 넘도록 주한미군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쌓여온 분노라고 본다. 특히 이번 사건이 주한미군의 본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표적인 예다. 사건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국민들이 한반도의 근본적 문제를 함께 인식한 것 같다.

-재판권포기요청에 대해 미군이 답할 시기는 다가오고 있는데, 어떻게 내다보고있나.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포기를 이끌어내고 말 것이다. 또한 이 사안은 주한미군의 철수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현재 국제적 연대를 구상 중이다. 제 3세계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문제를 공감하고 있다. 현재 이 사건에 국제적으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 김동욱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연대사업국장
의정부 역을 나서면 광장 왼편에 자리잡은 검은색 천막이 눈에 들어온다. 효순이와 미선이의 분향소와 함께 진상조사와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는 설치대 뒤에 마련된 철야농성장이다. 농성을 벌인지 보름이 되어간다. 사실 '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협소한 1평 남짓한 이곳에서 대학생들의 1차농성이 끝나고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2차 철야농성을 연이어 벌이고 있는 상태다.

김동욱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연대사업국장 역시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사람들의 참여가 어떠한가

=초등학생부터 노인분까지 다양한 계층이 적극적으로 사건에 대해 물어오고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분이 옆에 설치한 사진들을 1시간이 넘게 보고 있더라. 갑자기 안보이더니 얼마 후에 조그만 종이에 이름을 적어왔다. 알고보니 글을 읽지 못하는 분이었다. 사진들을 보고나서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서 이름을 적어온 것이었다.

효순이와 미선이의 또래의 학생들은 더욱 적극적이다. 아예 서명용지를 가지고가서 서명을 받아온다.

-의정부 자체가 지니고 있는 특성도 있으리라 본다.

=미군에 의한 범죄를 현지 주민들은 일상에서 느껴온 것이다. 그들이 어떤 일을 저질러왔는지, 주민들이 당한 피해는 어떤 것이었는지 누구보다 피부로 느껴온 사람들이기에 이번 공동행동에 앞장서고 있는 것 같다.

-서명은 어떻게 쓰여지나

=모두 취합해서 한국정부와 미 대사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어떤 의지로 농성에 임하고 있는가

=이번에야말로 끝장봐야겠다는 마음뿐이다. 더 이상 주한미군의 범죄를 용납할 수 없다. 반드시 피의자들을 한국법정에 세울 것이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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