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국제분쟁 2002-05-14   2012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라말라에서 온 호소문

“신의 은총으로, 이 대학살을 중단시켜 주십시오!”

(편집자 주) 이 글은 한 학생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인 라말라에서 보내온 편지입니다. 그는 미국의 미네소타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으로 지난 3월 28일 그의 고향인 베이투니아(Beitunia)를 찾기 위해 라말라에 도착했습니다. 라말라에 도착 후 일주일동안 그가 보고 듣고 겪었던 사실은 너무도 처참했습니다. 일주일 후, 그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하는 편지글을 보내왔습니다. 편지의 전문입니다.

제 이름은 차포라 라이터(Tzaporah Ryter)입니다. 미국의 미네소타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라말라에 있습니다. 저희들은 끔찍한 포위상태에 있고 사람들은 이스라엘 군과 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 민병대에 의해 학살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밖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을 향해 사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외부의 긴급한 도움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저는 지난 목요일 이곳 라말라에 도착했습니다. 예전에 살면서 공부했던 팔레스타인 도시에 잠시 들르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목요일 오후에 이스라엘 군은 라말라로 가는 입구를 봉쇄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들이 돌았습니다.

아이들을 안은 여성들은 어린아이와 아기들을 데리고 라말라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었고, 어린 아이들은 비속을 뚫고 달리다가 미끄러지거나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는 가운데 안전지대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이스라엘 지프차들이 사방에서 속도를 내어 그 쪽으로 달려오더니 여성들과 어린이들, 그리고 저에게도 총을 쏘았고, 저희들은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들은 뒤쫓아 와서는 들판에서 짐승을 사냥하듯이 사람들을 사냥했습니다.

밤이 되자, 이스라엘 탱크들이 침공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계곡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도보로 접근해 우리 집을 둘러싸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들이 히브리어로 서로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군은 문을 마주보고 둘러싸더니 사방을 향해 총탄세례를 퍼부었고, 탱크의 포격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바닥에 엎드려 침묵을 지켜야 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거의 나흘동안 바닥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두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나마 저희 상황은 나은 편입니다.

노인들이나 아기들, 혹은 긴급한 치료를 요하는 사람들조차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날씨가 매우 추워서 거의 모든 가족들이 한 방에 몰려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인슐린 같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의약품들이 없었고, 그나마 남아있는 약이 있는 경우에도 소량으로 나누어 먹었습니다. 모두들 음식, 물, 난방의 부족으로 병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공포와 두려움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낮에 저희들은 군인들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들리기도 했습니다. 구급차의 통행은 전혀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내 비명 소리는 멈췄고, 사방에는 다시 적막이 흘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방에서 총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군인들이 사람들을 줄지어 무릎을 꿇린 채 사살했습니다. 죽은 사람들의 머리맡에는 그들의 신분증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군인들은 사람들을 집에서 끌어내 눈을 가리고 옷을 벗긴 후 데리고 가거나 줄을 세운 후 벽에 기대게 하고는 총을 쐈습니다.

인권단체들의 사무실과 미디어 센터들도 습격을 당했고 모든 것이 폐쇄되었기 때문에 실제 살해된 사람들의 숫자는 언론에서 확인한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모든 기자들에게 라말라를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오늘 어떤 외국인 기자가 총에 맞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이곳에 더 이상 외국인들이 있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사람들을 추방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이 목격자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 보입니다.

병원들 또한 둘러싸여 공격을 받고 있으며 이스라엘 군인들이 부상당한 사람들을 데려가 심문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 여성 환자가 병원에서 나가려고 시도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그녀의 목을 쏴서 죽였습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수많은 매장되지 않은 시체들 때문에 질병이 확산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사람들을 어디론가 끌고 갑니다. (끌려간 사람들의) 숫자가 600명을 넘어 700명에서 800명 사이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억류된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달라는 인권단체들과 법률지원단체들의 요구는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 가지 확인한 사실은 이제까지 끌려간 사람들의 10%가 18세 미만의 어린이들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오후, 이스라엘 군은 갑자기 통행금지 시간을 늦춰서 모든 사람들이 음식을 구하러 두시간 동안 외출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인들이 대부분의 상점에서 음식을 약탈해 가서 빵이나 먹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구해보려고 나갔습니다. 이스라엘 군이 두시간 동안 통행금지 시간을 늦춘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의약품들을 옮겨올 수 없었고, 급히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길에 무차별적으로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사격을 계속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길을 돌아서 상점까지 가거나 다시 집으로 돌아올 안전한 길을 찾으려고 애썼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을 굶긴 후 허락을 받아 음식을 구하러 갈 때 사람들을 쏴 죽인다는 잔인한 테러 전술이었습니다.

전에 제가 살았던 베이투니아(Beitunia) 지역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군인들은 한 아파트에 사는 60명의 주민들을 한 방안에 밀어 넣었습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그 아파트 건물이 자신들이 공격하고 있는 건물 건너편에 있기 때문에 그들을 “인간 방패”로 쓸 거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역에 있는 14살에서 45살까지의 남성들을 체포하고 있다는 보고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에 잡혀 있는 팔레스타인 가족들처럼 민간인들이 이스라엘 탱크가 예비보안지역(Preventative Security Compound)을 공격할 때 탱크 앞에서 방패막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금 밖에서는 더욱 더 많은 폭발음과 총성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또다른 폭발음, 또 다른 총성, 도무지 멈추지를 않습니다. 이것은 대량학살입니다. 외국 대표단들이 들어오려 했으나 발길을 되돌려야 했습니다. 국제적십자 위원회가 도우려고 하고 있지만 그들은 완전히 무시되고 있습니다. 도와 주세요.

인류가 달나라에 사람을 보내면 뭐합니까? 이 전쟁을, 이러한 극악한 인종청소가, 학살을 멈추게 할 수 없는데 말입니다. 이 세상이 정말로 두렵습니다. 미국의 뉴스에서는 어떠한 시위장면도 거의 볼 수 없더군요. 당신들은 도대체 거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겁니까?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학살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제발 거리에 나가, 제발 당신 국가의 대표들에게 대답을 요구해 주십시오. 각 국의 수도로 행진해서 이스라엘인들이 철군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외쳐 주십시오. 지금 행동하십시오! 이스라엘인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고, 군사 점령하의 팔레스타인에서 범죄만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해 주십시오.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위한 국제적인 보호를 요구하십시오. 이것은 인간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뿐만 아니라 자기 나라 안에서의 인권침해를 중단하라고 외쳐주십시오. 이것이 우리의 투쟁의 전부입니다.

신의 은총으로, 제발 이 대학살을 중단시켜 주십시오.

제발 도와주세요.

2002년 4월 2일 화요일

차포라 라이터(Tzaporah Ryter)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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