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6-30   694

“그들은 평화재건 믿지 않는다”

이라크 현지 100여 일 머물다 온 윤정은 씨 기자 간담회

‘한국군이 아르빌에 오는 것은 이라크에 오는 것이 아니다. 아르빌은 이미 (쿠르드인들이) 오래 전부터 자치와 독립을 준비해온 지역이다. 아르빌은 미국에게 이라크의 석유를 장악하기 위한 전략 요충지다. 이라크를 도우러 온다는 것은 거짓이다. 미국을 도우러 오는 것이다. 이라크가 언제 한국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는가?’

지난 3월 중순 이라크 평화활동을 위해 이라크로 들어간 평화활동가 윤정은 씨가 100여 일의 고단하고 위험한 평화활동을 마치고, 6월 29일 한국에 도착했다. 30일 오전 12시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진 윤 씨는 이라크 출국시 공항에서 만난 이라크인 ‘살람’ 씨와의 대화를 통해, 아르빌 지역 한국군 파병을 지켜보는 이라크인들의 시각을 전했다.

윤 씨는 “살람 씨 말고 다른 이라크인들도 한국군의 파병을 이라크가 아니라 미군을 돕는 행위로 받아들이느냐?”고 질문했다. 살람 씨는 “나는 저항의식을 가지고 있을 뿐 저항군은 아니다. 내 생각이 대부분 평범한 이라크인들이 한국군의 파병에 대해 가진 생각을 대표한다”고 답변했다.

윤 씨는 바그다드에 주로 머물면서, 교전이 가장 치열한 팔루자 지역을 포함한 이라크 현지를 탐방하며 이라크 민간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조사하고, 민간인뿐만 아니라 무장세력과도 만나 그들의 생각과 요구를 들었다.

기자 간담회에서 오간 질문과 대답을 정리했다.

-고 김선일 씨의 죽음 이후 현지의 분위기는 어떤가?

“바그다드의 민심은 전반적으로 한국인 피납과 피살을 대단히 안타깝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인이 죽은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이라크에는 종교적, 정치적으로 지역에 따라 다양한 집단과 입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저항의 방식으로 민간인이 희생된 것에 대해 대부분 바그다드의 민간인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라크 민간인들 중 특히 가족 일원이 희생된 분들은 김선일 씨의 가족들의 고통을 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무장세력이 아닌 이라크 민간인들은 저항의 방식으로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고 있다.”

이라크인들은 ‘평화재건’을 거짓으로 받아들인다

-이라크인들은 한국군 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평화재건이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공항에서 살람이라는 현지인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아르빌이 차라리 한국보다 안전하다’는 말을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군이 아르빌에 오는 것은 이라크에 오는 것이 아니다. 아르빌은 이미 (쿠르드인들이) 자치와 독립을 준비해왔다. 아르빌은 미국에게 이라크의 석유를 장악하기 위한 전략 요충지다. 이라크를 도우러 온다는 것은 거짓이다. 미국을 도우러 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라크가 언제 한국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는가?’

그래서 그런 생각이 살람 씨의 생각이냐, 대부분 이라크인들의 생각이냐고 물었다. 그는 ‘나는 저항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저항군은 아니다. 내 생각이 이라크 민간인들의 생각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선일 씨의 죽음 이후 이라크인들의 태도 변화는 없는가?

“김선일 씨가 피납되고, 피살돼 발견된 곳도 팔루자인데, 팔루자 지역은 워낙 미군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심해서 심지어 기자와 민간인에 대해서도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바그다드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무슨 믿을 만한 라인이 있었기에 대사관에 알리지 않았는지….”

-김선일 씨의 피납과 피살 과정에서 미군과 우리 정부에 대한 은폐의혹이 일고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나도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피납 사실을 접했다. 그러나 현지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피납사실을 (대사관을 비롯한 우리 정보라인이)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팔루자는 아주 민감한 지역이다. 나도 여러 번 방문했다. 웬만한 사람, 심지어 바그다드 사람도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무슨 목적으로 언제 누구를 만난다는 일정이 분명치 않으면 어떤 사고가 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6월에도 팔루자 지역에 들어갔다가 상황이 너무 나빠서 그냥 나왔다. 그런 지역에서 한 사람이 실종됐는데, (가나무역) 사장이 혼자서 해결하려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대사관 이외에 한국 국민의 생명에 관심을 가진 단체나 조직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알리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 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믿을만한 라인이 있었기에 대사관에 알리지 않은 건지 이해가 안된다.

내가 대사관이 알고 있었다는 어떤 증거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대사관이 모를 수밖에 없었다는 증거를 (역으로) 입증하지 않는 한 이 의혹은 풀릴 수 없을 것이다. 왜 김 사장 전화 한 통화 하지 않았나? 대사관과 김 사장은 모르는 사이가 아니다. 팔루자 지역의 지역사업과 관련해 대사관과 김 사장 사이에 진행하는 것이 있었다.”

-팔루자 지역 민간인들에게 담요를 공급하는 사업 말인가?

“그렇다.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는데, 5월 20일 전후로 한국 대사관에서 기자들을 초청해 담요를 지급한다는 것을 취재하도록 요청했다. 나도 거기에 참석했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지만 그 일정이 5월말로 미뤄졌다고 전화가 왔다. 그게 지금까지 미뤄져 담요지급이 안되고 있다. 그 담요를 보관하고 있던 곳이 가나무역이다.”

-팔루자 지역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저항세력과 사전 조율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팔루자 지역의 치안을 누가 담당하고 있다는 말인가? 전체 저항세력을 지휘하는 지도부가 있다는 뜻인가?

“미군 폭격이 중단되면서 휴전협상이 있었는데, 검문소에서 이라크 보호군으로 불리는 이라크 경찰과 저항세력 양자가 팔루자 지역의 치안을 담당한다는 것이 협상조건이었다. 이라크 경찰과 저항세력이 함께 팔루자 치안을 담당하는 셈이다.”

-이번 테러가 너무 극단적이고, 지금 김선일 씨를 죽인 단체가 이라크 자체 조직이 아니라 외부 테러리스트 단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아랍 사회는 팔레스타인, 이라크의 아픔을 전체 아랍의 아픔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서구의 수세기 침탈이 계속되면서 아랍은 강한 연대감을 가지고 있다. 바그다드에서도 김선일 씨를 죽인 단체가 외부세력이라는 주장이 일부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 저항하는 세력은 단순히 이라크인들이 아니라 전 아랍인들이라는 사실을 볼 필요가 있다. 외부세력이라는 주장은 미국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임시정부에 대해선 조롱과 비난”

-임시정부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생각은 어떤가? 괴뢰정부이기 때문에 거부하는 분위기인가, 그렇게 라도 질서와 평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없는가?

“적어도 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에 대한 찬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군 주둔으로 이익을 얻을 일부를 제외하면, 확신컨대 미군 주둔을 찬성하는 여론은 없다. 그러나 저항의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구체적으로 임시정부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시각은 무엇인가?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이라 불리는 현지인들을 만나보면, 임시정부에 대해 조롱과 비난이 대부분이다. ‘새정부의 각료들은 아랍어의 깊이를 모르고 오로지 사담 후세인을 비난할 때만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이들이 후세인을 비난하지만 후세인 치하에서 이라크 민중들이 고통받을 때 이들은 어디에 있었나?’라는 주장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권이양이 된 상태고 다양한 집단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저항의식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을 것이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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