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2-02   816

“파병 전면 재검토해야” 들끓는 여론

파병반대운동 다시 불지필 듯.. 정부-국회 결정 주목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이라크에 머물렀던 한국인들의 피살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미국에 우호적이거나 다국적군에 소속된 나라들을 대상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이라크 저항군의 테러 대상에 이제 한국도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 속에 이번 사건이 정부의 파병방침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 “파병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예고된 비극, 파병결정 철회만이 유일한 테러대응책”

파병반대운동을 벌여온 시민사회단체와 평화운동가들은 “이 안타까운 사고는 이미 예고되었던 것이며, 우리가 파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앞으로도 계속될 비극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파병결정 철회만이 예견되는 비극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파병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12월1일 오후1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누구와 무엇을 위해 우리가 피흘려야 하느냐”며 “파병결정 철회하고 서희제마부대를 즉각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치밀하게 준비된 목적의식적 공격’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공격이 한국정부의 파병결정에 대한 공격이며, ‘미 점령군의 편에 서는 나라는 이라크인들의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던 반복된 경고의 실천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일본대사관 직원과 스페인 군인 등 미국에 적극 협조하여 군대를 보내기로 했던 국민들이 불과 이틀 사이에 연쇄적으로 공격받았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정대연 상황실장은 “군대를 보내는 것이 이라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라크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결국에는 한국민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이런 폭력과 죽음의 악순환을 막을 방법은 파병철회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테러에 직면하고도 우리가 파병입장을 고수한다면, 이번 사건은 앞으로 당할 더 큰 참사의 예고편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 치안상태가 안전하다는 정부와 국회조사단의 보고는 모두 거짓”

11월 2일부터 20일까지 18일 동안 이라크에 머무르며 한국군 파병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을 조사했던 김박태식 씨(평화운동가)는 먼저 “이라크 치안상태가 안전하다고 했던 정부와 국회조사단의 말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지에서 만난 이라크인들은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돌이켜보라는 충고를 했다. 지난 시절 독재정권과 힘겹게 싸워온 한국이 무력적인 방법으로 이라크에 개입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그들은 말했다.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에는 이번 테러의 경우를 포함한 경고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2의 베트남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경고로 파병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라크에서 만난 한국거주민이 “라마단 시작일이었던 ‘저항의 날’ 즈음에는 아예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없었다”라며 한국의 파병 방침이 결정된 이후로 테러 공포에 시달리고 있음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노 정부 “용납할 수 없는 민간인 테러, 그러나 파병입장은 불변”

한편, 정부당국은 뒤늦게 “이라크에 있는 재외국민들에 대한 대피를 명령하는 등” 비상사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12월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용납돼서는 안되는 비인도적인 행위다”라며 “추가 테러가 없도록 대책을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미 재외공관에 테러 경계 태세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또한 이번 사건이 정황상 “한국의 파병결정에 대한 경고성” 공격으로 보기에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 밝혀 사실상 이라크 파병을 강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국방부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에 맞서기 위해 아예 특전사 등의 전투병을 파병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솟는 파병반대 여론, “정부는 무엇이 진짜 국민보호인지 알아야”

정부의 ‘파병 고수’ 방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여론은 급격히 파병반대로 기울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한국인 피살사건으로 파병결정은 수정되어야하는가’라는 한 포탈사이트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 가량이 ‘전면 재검토되어야’라고, 18%가 ‘수정되어야’라고 응답하는 등, 설문에 참여한 4000명의 네티즌 중 75%가 ‘정부의 파병결정의 수정과 재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게시판에도 파병반대 의견이 속속들이 게재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열린마당 코너에 의견을 게재한 한 시민은 “노무현 대통령은 정신차려야 한다. 얼마나 더 많은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이런데도 파병을 계속 고수할 것인가”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이 시민은 또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대통령의 첫번째 의무인 줄 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진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경고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해서 파병반대운동이 다시 대중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들끓는 파병반대 여론 속에서 정부와 국회가 최종적으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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