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6-27   1427

“진상 규명” · “파병 철회”

26일, 고 김선일 씨 추모 광화문 집회 1만여 시민 운집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마라”

“우리는 이라크 민중을 사랑한다”

“노무현은 파병을 철회하라”

“김선일 씨 피납 은폐의혹, 진상을 규명하라”

고 김선일 씨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고국으로 돌아온 26일, 광화문에서 김 씨 피납 사실이 국민들게 알려진 이후 가장 많은 1만여 시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촛불추모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김 씨의 피납과 피살 과정에 얽힌 숱한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김 씨의 죽음을 부른 이라크 추가파병을 철회할 것을 노무현 정부에 요구했다.

연단에 선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쟁을 반대하고 이라크 추가파병을 막아내는 것만이 또 다른 국민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절절히 호소했다.

“국익이 무엇입니까? 그것이 정말 국민의 이익이란 말입니까? 설혹 그것이 노무현 정권의 이익이 아니라 나라의 이익이라 칩시다. 과거 우리가 베트남 파병으로 얻은 이익, 그 이익이 과연 월남 민중의 죽음과 바꿀 수 있는 것입니까? 정부가 말하는 국익은 미국의 이익일 뿐입니다.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저지지는 이 추악한 전쟁,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정의를 부르짖으며, 자기들 이익만 챙기는 것을 똑똑이 알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촛불을 들고, 전쟁을 반대하고, 이라크 파병을 철회시키는 데 나섭시다.”

5000여명으로 시작한 군중은 행사시작 1시간 정도 지난 8시 20분경에는 1만여 명으로 부쩍 늘었다. 인원이 불어나면서 저지선을 뒤로 물려 줄 것을 요구하는 군중과 경찰 간에 가벼운 실랑이도 벌어졌다. 지난 탄핵무효 촛불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 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집회답게, 분위기는 시종일관 엄숙했다.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천영세 의원은 “이 땅에서 우리는 과연 이 나라, 이 정부는 무엇인가, 이 나라 대통령은 과연 뭐하는 사람인 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AP통신과 외교부의 통화 관련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하지만, 그러나 장관 하나 바꾸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천 의원은 “이라크 파병에 찬성했고, 이라크 추가파병에 찬성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지금 은폐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한다고 한다”면서 “진상 규명은 해야겠지만, 김선일 씨의 원혼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이 비극의 원인인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고, 이라크 추가파병을 막아내는 것에 있다”고 호소했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가슴에 사무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탄핵을 막아냈던 그 촛불이 다시 200만, 300만이 모여야 파병을 철회시킬 수 있습니다. 노사모와 국민의 힘 등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정말 당신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다면 촛불을 다시 들어야 합니다. AP 통신도 장난치지 마세요. 비디오 테이프 왜 공개 안했습니까? 열린우리당에서 개혁파로 불리는 분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당론 바꿀 생각이 없으면 차라리 의원 그만 두십시오.”

사회자는 ‘이라크에서 새마을운동을 하겠다’는 국방부의 주장을 상기시키며, “새마을운동에 특수부대며, 장갑차는 왜 필요하나. 그렇게 새마을운동을 하고 싶으면 군인들 말고 새마을운동본부를 보내라”고 비꼬았다.

2부 문화행사에는 가수 안치환의 추모곡에 이어,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나와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김 씨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씻김굿은 이라크 현지의 치열한 전투 음향과 섞여 전쟁의 참혹함을 실감케 했다.

집회는 10시를 넘어 마쳤고, 참가자들은 다음 집회에 더 많은 촛불을 밝히자고 다짐하며 자리를 떴다.

장흥배 기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