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아닌 ‘이념’에 경도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100일 동안 뒷짐 지다 한반도 정세 개입력 상실과 고립 자초
북한 식량위기는 인도적 문제, 지체 없이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야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 총체적 난국이다. 대북정책 역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장기화되고 있는 남북경색 국면을 풀어나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우려되었던 대로 ‘실용’과는 거리가 먼 이념적이고 편향적인 대북인식과 정책의 결과이다. 대북 식량지원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최근 미국과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결정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대북 식량지원에 소극적이다. 대신 북의 식량 사정이 급하지 않다는 자체 판단을 강조하고 있다. 대북 식량지원을 계기로 정부가 남북대화를 시작하겠다는 신호를 북한에게 줄 수 있는 기회인데도 그러한 전략적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전임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과 차별성만을 강조한 것도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역사적 의미를 부인할 수 없는 6.15 선언과 10.4 선언을 부정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조차 ‘퍼주기’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를 적용하며 북의 요청이 있어야 대북지원이 가능하다는 식의 대북정책 방향이 정부의 운신의 폭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계속 취한다면 대북협상력 제고 없이 재정적 부담만 떠안았던 김영삼 정부 시절의 실책을 반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북한의 식량지원은 지원시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 주민의 생존 문제를 두고 정치적 고려를 하느라 실기(失期)해서는 안된다. 인도적 지원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일각의 우려대로 북한 주민들이 실제 아사위기에 처해있는데도 정부가 식량지원을 머뭇거리는 것은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복원도 더욱 요원하게 할 것이다. 정부가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최소한의 의지가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각 대북식량 지원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전임정부 정책을 무조건 거부(Anything But Roh)한다거나 ‘잃어버린 10년’ 이라는 식의 이념적, 정책적 편견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념적 대응에 치우친 나머지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개입력 상실과 고립을 자초해서는 안된다. 지난 정부의 성과와 과오를 제대로 진단하여 취할 것은 과감히 취하고, 잘못된 관행들은 새롭게 정립하는 유연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 그 시작은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수용하고 이행을 천명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지난 100일 동안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뒷짐 지고 방관하는 것 밖에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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