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반드시 평화적으로 한다”

여중생범대위, 총리 담화문과 경찰 강력대응에 발끈

13일 미군장갑차에 의해 숨진 고 심미선, 신효순 양의 사망 1주기 추모대회를 앞두고 주최측인 여중생 범대위와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고건 국무총리가 11일 발표한 대국민담화문이었다. 고 총리는 ‘신효순, 심미선 양 1주기 추모와 관련하여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추모의 뜻을 전한 동시에 이번 행사의 평화적 진행을 당부했다.

그러나 ‘촛불시위가 우호적인 한미관계에 끼친 부정적 영향’을 언급한 것을 두고는 논란이 분분하다. 고 총리는 담화문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된 촛불행사가 그 진행과정에서 전통적인 한미우호관계와 우리의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국내의 경제사회면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초래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 총리는 여중생 사고 후 소파(SOFA)개선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해왔다고 자평하며 한미동맹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총리의 대미굴종적 한미동맹인식”

이에 대해 여중생범대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12일 성명을 통해 고 총리의 발언이 촛불시위에 참가한 국민들을 모독했다고 강력 비난했다. 불평등한 소파 개정을 촉구해온 여중생범대위는 “총리가 말하는 한미동맹은 평등하고 친선에 기반한 한미관계가 아닌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굴욕을 참는 대미굴종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총리의 담화는 “수준높은 국민들의 주권의식에 대한 당혹감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의 “촛불시위 자제”발언 이후 무분별한 소환장 발부와 과잉진압 등으로 촛불시위에 개입하고 있는 공권력의 행보와도 이번 담화가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여중생범대위는 지적했다. 경찰은 지난 7일 광화문 촛불시위에서 미대사관을 둘러싸는 인간띠잇기 행사를 벌이려던 한 참가자에 대해 공무집행 방해죄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 지난해 12월 시청앞 광장을 밝힌 촛불시위

한편, 언론에 따르면 경찰청은 12일 내일 있을 추모행사와 관련, “추모, 문화행사는 보호하되 미 대사관 집단행진은 차단하고 불법시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26일 불법폭력시위에 대해 최루탄 사용을 시사해 여론의 질타를 맞은 바 있는 경찰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이같은 결정방침은 13일 추모행사에서 충돌우려를 낳고 있다.

최기문 경찰청장이 주재한 ‘여중생 사망 1주기 추모 촛불행사 등 종합대책토론회’ 자리에서 이같이 밝힌 경찰은 내일 98개 중대 1만여 명을 배치해 성조기나 조지 부시 미 대통령 가면 등의 행사장 반입을 막고 이를 불태우면 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화적인 촛불시위 우리의 원칙이었다”

이에 대해 범대위는 성조기 화형식이나, 부시 대통령 가면의식 등은 이제껏 진행되고 있는 여중생 사건관련 집회에서 상징의식으로 번번이 이뤄졌던 것인 만큼, 경찰의 강력대응 방침은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채희병 사무국장은 “자유롭게 국민들이 의사표현하는 것을 불법으로 몰아가려는 처사가 바로 과도하게 미국 눈치를 보는 것”이라며 “평화적으로 촛불시위를 벌이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

추모대회 10만 준비위원을 모집해온 여중생범대위에는 6월 11일 현재 15만여 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의 호응이 모아지고 있다. 내일 늦은 5시부터 시청 앞 광장에서 진행될 ‘촛불의 힘, 당당한 내 나라’ 추모대회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과 문화예술인들의 공연 등 문화제 형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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