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7-31   1451

“이라크 파병부대는 우리를 밟고 가라”

평화 염원으로 전국을 발로 걸어 청와대 앞에 선 전쟁 피해자들의 피맺힌 절규

▲ 도보행진단과 단식 농성단이 31일 서울에서 만나 청와대 앞에서 '파병철회'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 아들, 우리 조카, 우리 손자들 죽이지 마세요. 이렇게 무릎꿇고 절하겠습니다. 권양숙 여사님, 권 여사의 아들들이고 조카들이고, 동생들입니다. 절대로 파병해서는 안됩니다. 노 대통령께서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만나 임기 동안에는 과거사 묻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좋습니다. 그것도 탓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만은 안됩니다. 나이 팔십이 다 되가는 우리들이 여기 와서 무릎꿇습니다. 파병만 하지 않는다면 일평생 대통령으로 모시고 존경하겠습니다.”

‘전쟁 피해자와 함께 하는 이라크 파병저지 도보 행진단’은 삼복더위에 부산에서 출발해 전국 주요도시를 발로 누비며 서울에 도착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추가파병 철회를 호소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연설은 연설이라기보다는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이용수 할머니는 연설 도중 세 번이나 청와대를 향해 무릎을 꿇고 “파병만은 안된다”고 간절히 호소했다.

지난 24일 부산을 출발해 경산, 대구, 거창, 익산, 대전, 천안, 평택 등을 경유해 31일 서울에 도착한 도보 행진단은 31일 단식 9일째에 접어든 광화문 단식 농성단과 만나 서로를 얼싸 안았다. 단식 투쟁을 벌여왔던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등 일부 단식 투쟁단은 긴 단식과 폭염으로 인해 탈진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사진 : ▶ 일본군 성폭력 희생자 이용수 할머니는 청와대를 향해 “파병만은 안된다”며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도보 행진단은 태평양 전쟁 당시 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과 강제 징집자, 그리고 한국전쟁 피해자 등 전쟁의 피해자들이 주축이 돼 “파병반대, 전쟁반대”를 외치며 전국을 발로 누볐다. 31일 서울에 도착, 국회와 열린우리당 앞에서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외쳤고, 5시 기자회견이 끝난 후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도보행진단 단장인 최봉태 변호사는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집요하게 집회를 했던 정신대 할머니들이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일본에게 사죄와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번 도보행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 단장은 “도보행진단은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파병을 위해 출국하는 공항에서 드러누울 것”이라고 밝히고 “노무현 정부와 한국군 파병부대는 이라크로 떠나려면 우리들은 밟고 가야 할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연설 역시 8월초 한국군의 이라크 행이 임박한 상황을 의식한 듯 전에 없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김 처장은 “8월초 이라크로 떠나는 것은 한국군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마음이 완전히 노무현 정부로부터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지지율이 파병을 하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며, 그것은 이 정부의 정치적·도덕적 생명이 끝난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31일에도 광화문에서 도보행진단, 단식 농성단, 한총련 통일선봉대 등이 중심이 돼 추가파병 철회를 위한 촛불집회를 가졌다.

(사진 : ▲ 삼복더위에도 31일 광화문에서는 파병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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