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1-11-08   1445

[기자회견]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 발족 기자회견

“미국 보복전쟁 미국, 아프간 민중 모두에게 고통”

581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전쟁반대 평화실현을 위한 대중적 운동을 시작했다. 11월 8일 오전 11시 명동성당 입구에서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이하 공동실천)’발족 및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을 가졌다. 이는 9.11 테러 후 발빠르게 평화운동을 벌인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좀 더 대중적이고 광범한 평화운동을 하기 위해 드넓게 연대를 모색한 결과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인 공습 등으로 인해 아프간에서 수천 명이 죽고 혹한으로 600만명의 난민들이 죽음에 직면한 상황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우려와 평화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공동실천은 “9.11 테러를 명확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빈 라덴을 테러배후로 지목하고 급기야 아프간에 대한 보복공격을 감행한 미국의 행위에 의문을 제시한다”고 한 후 “미국의 행위 배후에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천연가스 개발 등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정광훈 의장은 “현재 미국의 아프간 전쟁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건 미국 군수산업체일뿐”이라며 “미국이 일방적 패권주의를 관철하려는 의도에 의해 제3세계 민중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공동실천은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김대중 정부가 이번 전쟁지원을 위해 15억 달러를 지원하고 파병 또한 검토하는 것을 반대했다. 또한 일본이 테러대책특별법을 통과시켜 자위대 파병을 사실상 합법화하면서 이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을 우려했다.

공동실천은 결성취지를 통해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호소해 온 한국 사회의 모든 힘을 한 데 모아 반전평화의 큰 물줄기를 만들 것”을 밝히고 “한반도, 아시아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전 세계 반전평화운동 세력과 굳건히 연대해 나갈 것”을 선포했다.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총장은 “21세기는 희망의 세기가 되길 기대했지만 9.11테러와 미국의 보복전쟁으로 말미암아 그런 기대가 좌절됐다”며 “이는 미국, 아프간 민중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의 평화운동이 개별적 대응에서 좀더 연대를 통한 활동이 필요함을 또한 강조했다.

이날 발족 기자회견 후 공동실천 소속 각 단체 활동가들은 명동 한빛은행 앞에서 ‘전쟁반대 평화실현’ 범국민서명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미국의 보복전쟁 반대, 한국의 전쟁지원 반대, 일본의 자위대 파병 반대, 아프간 난민지원 등을 내용으로 명동 주변의 시민들에게 서명 및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서명에 참가한 회사원 박성준 씨(27세)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대해 미국이 꼭 그런 식의 대규모 공격을 해야 하는 지 의문”이라며 “미국이 지금이라도 전쟁을 그만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주 씨(45세)는 “이번 테러는 미국이 지금까지 이슬람에 대해 저지른 행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한편 공동실천은 향후 아프간 난민지원 모금, 전쟁반대 평화실현 대중집회, 아프간 난민돕기 반전평화 콘서트, 한국군 파병 국회비준동의 반대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발족 공동선언문 전문

세계무역센터 테러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째 되던 지난 10월 10일 <전쟁반대 평화실현을 위한 765개 사회단체 시국선언>에서 한국의 시민사회는 테러희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고 보복전쟁의 중단을 간절히 호소한 바 있다. 그러나 보복전쟁이 시작된 지 두 달째에 즈음하여, 우리는 미국정부가 아프간에서 진행하고 있는 잔혹한 국가차원의 테러와 국제사회에서 벌이고 있는 반성없는 패권주의를 바라보면서 세계시민의 한 구성원으로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미국이 벌이는 이번 전쟁을 중단시키고 전쟁으로 인해 희생되고 있는 아프간 난민들을 돕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을 천명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미국의 비인도적 살상무기 사용과 아프간에 대한 국가테러행위를 규탄한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공습과정에서 미군이 민간 거주지역, 병원, 적십자 건물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 태도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이 공습에 있어서 민간인 지역과 군사용 지역간의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아프간 민간인들의 생명을 경시하고 있거나 민간인들 역시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반인륜적이라고 비난받아왔고, 실제로 대인지뢰와 똑같은 효과를 갖고 있는 이른바 집속탄까지 사용하고 있어 전쟁이후까지도 아프간 민간인과 어린이들의 희생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수십만 명의 어린이가 아사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식량공급을 위해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공습을 중단하라는 국제구호단체의 요구를 묵살한 미국 정부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테러조직을 뿌리뽑겠다던 미국은 결국 스스로 국가차원의 테러리스트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세계의 여론은 미국의 보복전쟁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그 동안 이번 보복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힘의 외교”를 통해 세계각국에게 군사/정치적 지원을 강제해 왔다. 그러나 지난 9월 테러사태이후 지금까지 전세계 450개 지역에서 50만명의 시민들이 반전평화 시위에 참가했다는 사실은 미국의 전쟁이 세계적인 저항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리아와 같은 중동국가들도 공개적으로 미국의 차별적인 중동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심지어는 영국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에서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석유자원 확보와 연루된 부도덕한 전쟁이라는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일본 자위대의 해외파병과 이에 대한 한국의 침묵을 개탄한다!

일본의 자위대 파병과 미군에 대한 군수지원문제는 특별히 한국의 입장에서 이번 전쟁을 중단시켜야 할 심각한 이유들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일본의 극적인 변화에 대해 아무런 견제를 못하고 침묵하고 있는 한국의 우익정치세력과 정부의 모습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등 다른 사항들에 대한 이들의 호들갑스러운 대응이 얼마나 일천한 수준에서 진행되어 왔었는지를 스스로 반증해주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전쟁지원계획에 대한 저지행동을 결의한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0월 10일 <전쟁반대 평화실현을 위한 765개 사회단체 시국선언>에서 어떠한 형태의 전쟁지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미국측과 구체적인 파병 및 전쟁지원계획을 협의하는 등 전쟁지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정부의 일체의 전쟁지원을 반대한다.

우리가 지원해야 할 것은 전쟁이 아니라, 아프간 난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이다.

오랜 기간동안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6. 25 내전의 고통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아프간 난민들에게 형제애 차원의 난민지원을 해야할 것이다. 죄없는 아프간 어린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죽음으로 내어모는 이 정당성없는 전쟁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과 똑같은 죄를 짓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우리는 아프간난민 지원운동에 적극 나설 것이다.

2001년 11월 8일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최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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