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클락, 미 전 법무 “외국군이 있는 그 어느나라도 자주권이 있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

[방미투쟁②]UN본부, 방미대표단의 서한전달 거부

3일(이하 뉴욕현지시각) ‘2002 방미 투쟁단’은 UN본부를 찾아 코피아난 사무총장에게 한국민의 요구를 담은 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본부측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방미투쟁단은 영하7도를 밑도는 매서운 추위속에서도 각계와의 면담 및 뉴욕거리 사진전을 여는 등 강행군을 계속했다.

WBAI(미국진보라디오방송) 대담

▲ WBAI 대담프로에 출연한 김종일 집행위원장 ⓒ민중의소리

3일 일정은 오전 6시 WBAI(미국진보라디오방송) 대담으로 시작되었다. FM 99.5Mhz로 송출되는 WBAI Radio는 진보적 성향의 독립 언론이다.

한상렬단장, 홍근수목사, 김종일 집행위원장이 자리한 대담에서는 ‘여중생 압사사건’에 대한 사건 개요 및 투쟁진행과정, 지난 세기동안 벌어진 미군범죄에 대해 설명하고, 부시의 성의 있는 사과와 SOFA 개정 등 한국민 요구사항의 요구사항이 다루어졌다.

김종일위원장은 “증거가 명백한 여중생 압사사건을 중립적일 수 없는 배심원(미8군 소속군인들)이 평결하는 재판에서 미군이 주장하는 ‘공정한 판결’이란 애시당초 존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군과 미정부를 향한 홍근수 고문의 발언이 이어졌으며, 한상렬 단장은 1997년 5월30일 일본에서 발생한 유치원생 성추행 사건 등을 예로 들면서 “계속적인 미군의 만행에 부시의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진상규명을 위한 사건 재조사와 함께 재판권 이양, 책임자 처벌, SOFA개정을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 단장은 “한국민은 이 내용에 대해 지금도 서명 중이며, 현재 130만명 이상이 서명에 참여했다”며 “우리의 주권과 자존심을 되찾는 것은 온 한국민의 염원”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진행자 및 스탭들은 압사사건에 대한 한국민들의 정서에 공감대를 표현했고, 미국정부의 조속한 조치를 희망하는 멘트를 나누었다.

램지클락 전 미 법무장관 면담

약 1시간 가량 대담을 끝내고, 방미단은 오전 9시에 East 12 Street에서 램지클락(IAC 대표, 전 미 법무부 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램지클락 대표는 즉석에서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 서명운동’ 서명용지에 서명하여 한국민의 투쟁에 연대를 표했다.

램지클락 대표는 “반세기에 걸쳐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한국 민중들에게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은 오랜 역사 문화, 언어 등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서 해묵은 감정으로 역사적 동질성이 없는 중동이나 남미와는 다르게 평화통일 정착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쪽이익만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협정인 ‘SOFA’는 항상 평화의 걸림돌이 된다. 외국 주둔군이 있는 그 어느 나라도 자유권과 자주권이 있는 나라를 본적이 없다”며 “외국 주둔군은 철거가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종일 위원장은 주한미군 만행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제 주한미군 당국은 항의하는 한국인들에게 ‘미군에게 위협을 주는 시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전포고까지 했다”라며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어 “하지만 한국민들은 ‘세가지 요구사항’만으로 이번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며 요구사항의 즉각적 수용을 촉구했다.

▲ IAC(국제행동센터) 방문 ⓒ민중의소리

The Interchurch Center에서 이뤄진 미국 감리교 국제선교부 목사들과 투쟁단과의 만남에서도 위와 비슷한 내용의 면담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국제선교부 사무처장 데이빗 와일드맨, 재미동포 미주연합 회장 함성국 목사등이 차리했다. 미군범죄에 따른 기만적 행위를 비롯 증거사진을 실제로 본 국제선교부 목사들은 안타까움과 애도의 마음을 표했다.

UN본부, 방미대표단의 서한전달 거부

▲ UN센터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UN본부에 도착하자 외신기자 및 국내특파원들의 취재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 방미대표단은 오전 11시40분경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요구서한’을 전달하려했으나, 안전요원들이 이를 저지해 실랑이가 벌어졌다.

‘전달하겠다는 사전약속’이 확인되지 않았고, 안전요원의 판단상 들여보내 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에게 자유롭게 열려있는 ‘UN본부’가 한국민의 평화적 시위 앞에 그처럼 완고하게 문을 닫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지구 반바퀴를 돌아 도착한 이 곳에서도 미선이, 효순이의 바람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영하7도를 밑도는 매서운 날씨속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방미투쟁단은 안전요원과 실랑이를 벌이며, 아직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음을 실감했다. 즉석에서 회의가 벌어지고 방미대표단은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전하는 일을 뉴욕후원회에 맡기고 이후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타임스퀘어까지의 거리 사진전 및 선전전

낮 1시경부터 1시간 가량 미국언론 및 뉴욕 주재 국내 언론사 특파원을 상대로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기자회견에는 수십명의 국내외 외신기자들이 참석했으며, 방미단의 사사로운 투쟁행보에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

▲ 내외신 기자회견 ⓒ민중의소리

▲ 내외신 기자회견에는 많은 기자들이 몰려 이 사건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보여줬다 ⓒ민중의소리

기자회견을 마친 방미투쟁단과 뉴욕지역 후원회는 UN본부 앞에서 타임스퀘어 거리까지 가두 사진전 및 선전전을 벌였다. 사이렌소리와 함께 가두행진을 벌이는 방미투쟁단과 뉴욕후원회의 뜨거운 분노와 국내외 취재진들의 취재열기로 전형적인 뉴욕의 쌀쌀한 날씨는 어느새 느낄수 없었다. 피켓을 들고 걷던 그들의 손은 얼어 있었지만 그들의 분노와 투쟁의지는 더없이 격해지고 있었다. 한상렬 목사는 거리행진 내내 격분의 눈물을 흘리며 효순이 미선이의 아픔을 대신했다.

▲ “미군은 한국에서 나가라”, “미군병사를 한국법정에서 심판하자” ⓒ민중의소리

▲ 눈물을 흘리는 한상렬 목사(방미투쟁단장) ⓒ민중의소리
오후 6시부터는 IAC(국제행동센터)와 뉴욕후원회 공동주최로 약50여명의 IAC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코리아 문제 국제연대 포럼>이 열렸다. IAC 회원들은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제기했으며, 방미투쟁단원중 한총련 소속 이효원 학생은 미군과 미군범죄에 대한 절규 어린 발언을 토해냈다. 포럼은 약 3시간 30분 가량 계속됐다.

내일(4일)은 오전에 뉴욕지역 활동에 대한 평가모임을 갖고 오후 1시에 워싱턴으로 출발한다. 도착 후에는 워싱턴 지역 후원회와 투쟁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Korean Girls were Crushed to Death by US Armored Vehicle on Civilian Road!

President Bush! Apologize Directly and Openly to Korean People!

Let the US Soldiers be Re-tried in a Korean Court!

Revise Unjust SOFA! Do it Right Now!

Korean Task face Committee on the Death of Two Girls.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 대책위원회 방미 투쟁단”

(이상 플랑카드 문구)

뉴욕 = 이강현 기자(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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