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4-17   753

바그다드 리포트(1) 이라크평화팀 바그다드 현지조사 착수

2003년 4월 14일~16일 바그다드 풍경

이 리포트는 한겨레신문사와 함께 바그다드 현지에 나가 있는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에서 보내온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바그다드의 거의 모든 병원들이 약탈로 문을 닫은 상태, 약국도 마찬가지이다. 의료진들은 폭격, 약탈로 인해 거의 병원에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교통, 통신수단이 전혀 없고 거리에 다니는 이들에 대한 어떤 안전, 심지어 병원에서 기자들이 죽어나갈 정도로 기본적인 치안유지가 되지 않고 있다.)

현재 바그다드에서 운영되고 있는 약간의 병원들은 의사 두세 명이 응급실을 운영하든 전체 병원을 운영하든 상관없이 볼룬티어 형태로 의료진을 재편하고 자체 치안을 위해 민병대 혹은 미군의 호위를 받고 있다.

사담시티 병원의 경우 어제까지 출입이 되었지만 오늘은 출입을 거절당했고, 심지어 의료진마저 만수르 병원의 경우 가족들조차 들어가기 어려울 만큼 민간인에 대한 통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의료진이라 하더라도 들어갈 수 있는 병원, 약을 전달하거나 의료행위에 참여할 수 있는 병원은 2~3곳의 공공병원이 전부다. 물론 개인병원을 임대해서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공공병원이 있는데 병원을 임대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돈을 낭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고, 가장 큰 문제로 보안이 전혀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어 우선 공공병원 중심의 보다 깊은 조사와 연대망을 구성하는 것, 또 같은 병원에 중복지원이 되지 않도록 국제단체끼리의 정보교환과 공유의 테이블을 현지에서 만드는 것 등이 이곳에서 해야 할 시급한 업무 가운데 하나이다.

사담 정형외과의 경우 하루 최소 20건 이상의 수술이 진행되고 있으며 전문의들이 일하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온 마취제 샘플을 가지고 마취전문의사를 만나 효용여부에 대해 함께 상의했다. 그녀는 지금 현재 이 병원에서는 충분한 의약품이 없어 거의 국부 마취약으로 수술을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가 가지고 간 ‘포폴’이라는 전신마취제의 경우 이름만 들어봤지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 신약이라며 뛸 듯이 기뻐했다. 그들의 의료장비와 수준이 12년 동안의 경제제재 전인 1991년에 멈춰있기 때문이다.

한국, 평화를 위한 의료 직접 지원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섯 개의 병원 중 우리가 출입을 하거나 도울 수 있는 병원은 세 개였다. 그러나 사담정형외과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개의 병원의 경우 응급실과 뇌 관련 환자만을 받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그들은 마취제 및 의약품에 대한 지원의 시급성을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치안, 의사들을 위한 교통수단 등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 중에도 쉬지 않고 일해 온 열 명의 의사가 하루에도 50명 이상의 환자들을 치료해 온 사담정형외과의 경우, 오늘 내일 중 약품이 떨어지는 현실에 처해 있었다.

팔레스타인 호텔 폭격으로 로이터 기자가 부상을 입었을 때도 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프랑스 의사인 쟈크 역시 그들과 함께 오늘까지도 진료에 참여하고 있었다. 외국인 의사가 진료에 참여할 만큼 그들의 활동모습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다.

열 명 이상의 전문의가 볼룬티어로 일하고 있는 사담 정형외과에 1차 마취제를 전달하고 그들의 리포트에 따라 추가 의약품을 구매해 전달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이후 한국에서의 추가 의료진 지원, 약품 지원과 관련해 이 병원을 통해 조사, 지원, 전달, 참여, 감사 등을 진행하는 것이 투명한 약품 전달 및 효과 평가의 샘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케이스가 되리라 생각한다.

2차 암만팀에서 수송될 의약품은 16일 오전 2차 취재 및 마취약 전달을 할 때 받게 될 그들의 요청을 기본으로 삼아 의약품을 구매하고 그 의약품을 수송하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의약품 구입해 이번주 금요일 전달예정

프랑스의 국제의료원조팀의 경우 이미 전쟁 중과 후의 현지조사를 마치고 6톤의 외과수술용 도구들과 의약품을 가지고 비행기로 암만을 향해 떠났다고 한다. 그들 역시 육로를 통해 그 의약품들을 이곳에 전달할 예정이다.

1차로 마취제를 전달한 후 의료진과의 2차 미팅을 갖고 암만에 필요한 약품 리스트를 위성전화로 전달할 것이다. 현지에서의 의료진 미팅, WHO 미팅 결과를 가지고 보건의료연대와 함께 의약품을 구입해 이번 금요일 혹은 토요일 정도 이곳에 전달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로서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바그다드 현황 브리핑

▶ 국경택시

이곳에서 암만으로 가는 택시도 1700불 수준, 그곳에서 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비자 없이 통과가 가능하지만 프레스 카드, 서약서 없이는 통과할 수 없다.

국경을 넘자마자 미군이 체크를 시작할 뿐 아니라 중간 중간 미군 체크 포인트가 있다. 요르단 국경을 통과할 경우 가능하면 국경부터 바그다드까지 쉬지 않고 오는 것이 좋다. 지난주 이곳에 도착한 강경란 PD는 휴게소에서 KBS팀이 카메라를 빼앗기는 등 약탈을 당하고 그 팀이 도주해, 바트당에 잡혀가 재판을 받고 풀려난 후 도착했다고 한다.

중간에 우리가 머물렀던 휴게소들이 폭격을 당한 상태이며 그곳에서 오래 머물 경우 약탈당할 수 있다고 한다. 기름을 미리 준비해 차에 싣고 쉬지 않고 오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 우리가 탔던 국경택시의 경우 1300달러에 오기로 했지만 도착하자 150달러의 기름 값을 요구(지금은 기름 값을 별도로 받는다고 함)해서 100달러를 주고 돌려보냈다.

▶ 숙소

알파나 호텔 하룻밤 묵는 데 50달러, 쉐라톤호텔 100달러 함무라비 호텔 등은 50달러 수준에 쓸 수 있지만 치안유지가 안 되는 영역에 있어 KBS, SBS 등의 언론사들은 쉐라톤과 팔레스타인 호텔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있다. 그러나 가격에 상관없이 1천여 명이 넘는 취재진들로 어느 호텔에도 방이 없는 상태. 암거래의 경우 쉐라톤 호텔 방 하나에 700달러의 커미션을 요구하기도 한다.

▶ 교통

택시를 비롯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다. 알파나의 경우 호텔 앞까지 차가 올 수 있으나 쉐라톤의 경우 불가능. 현재 차량은 하루 100달러 수준(모하메드-우리가 알고 있는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100달러 이하로는 가격을 조정해 주지 않고 있다)으로 이용할 수 있으나 아는 사람들을 통해 알아보면 50달러까지 깎을 수 있다.

▶ 치안

오늘 아침부터 알파나에서 쉐라톤까지 전신검색 없이 갈 수 없는 상태. 어젯밤부터 밀착 경비에 들어갔다. 어제 있었던 쉐라톤 호텔 앞 총격전의 여파로 추정됨. 그러나 팔레스타인 호텔, 알파나 호텔 등은 여하튼 미군의 경비로 안전한 상태이기 때문에 세 호텔에 모든 언론인이 모여 있고 여전히 평화활동가들은 알파나에 머물고 있다.

▶ 통행

프레스카드 없이는 미군의 체크포인트를 통과할 수 없다. 국경을 넘어 오는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알파나에서 쉐라톤을 가는 경우도 매번 미군이 수색 및 체크를 하고 있다. 또한 병원을 방문하거나 어느 곳을 가더라도 프레스 카드가 필요한 상황. 암만에서 만들 수 있으며 사진 세 장, 한국에서 온 언론이라는 확인 팩스가 필요하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프레스센터에 사진, 팩스를 들고 방문하면 반나절 정도에 프레스 카드가 나온다. 그 이후 그 프레스 카드에 국경통과를 위한 서약과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라크에 들어와서는 발급이 불가능한 관계로 반드시 암만에서 만들어 와야 한다.

▶ 식량

어제부터 시내에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몇몇 상점들이 정상적으로 운행되기 시작했다. 야채가게, 식당, 식료품점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계란, 물, 야채(토마토, 감자, 양파, 고구마, 오렌지, 오이, 당근 등) 구입 가능. 시민들의 경우도 집집마다 이미 충분한 식량들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최소 한달 이내에 식료품 구입라인이 정상화되리라는 낙관적 전망으로 식량문제에 대해 큰 염려를 하지 않고 있다.

▶ 화폐

들어오기 전 이라크 돈을 전혀 쓸 수 없다고 해 최대한 1달러 짜리를 많이 준비해 왔지만 호텔 이외에서는 달러보다 이라크 돈이 더 많이 통용되고 있다. 이라크 돈 3000디나르가 1달러 수준, 한 끼 식사는 1달러 정도로 해결할 수 있다(그러나 조금 위험한 지역이기 때문에 식사 중 총성을 듣는 위험 등은 감수해야 한다). 알파나나 팔레스타인 호텔의 경우도 3~5달러 수준에서 식사 가능. 그러나 부유층이 살던 식당에서 식사를 한 기자들의 경우 4사람이 스파게티를 먹고 무려 50달러를 지불한 경우도 있었다.

의료 외의 사각지대 지원을 위한 조사

바그다드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유은하, 임영신 두 사람의 팀원은 한쪽은 고아원 및 장애아동 시설에 대한 조사, 다른 한 사람은 의료시설 및 의료지원 경로에 대한 조사로 역할을 분담하고 이틀간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 장애인 수용시설

박기범씨나 유은하씨가 매일 방문했던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SIONARY OF CHARITY의 경우, 안정된 운영진, 외부로부터의 재원 등이 있기 때문에 어렵기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운영방법을 찾아 이 위기들을 잘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유은하씨가 16일 국제활동가들과 같이 방문한, 숙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한 장애인 시설의 경우 정부에서 운영하던 기관이었고 정부가 마비되자 직원들이 두 달 간 월급을 받지 못한 채 아무 의욕이나 계획도 없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마당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채 심하게 달려드는 파리를 쫓지도 않고 무기력하게 널부러져 있었고, 이에 대해 선생들은 무심히 자신들의 일을 할 뿐이었다. 그들이 받던 월급은 이라크 돈으로 6000디나르, 현재의 환율로 약 20달러 수준이다. 11명의 직원들이 80여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그들의 월급을 모두 합해도 220달러인 것이다. 아이들의 식량 및 운영비를 감안해도 500달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충분한 공간이 있어서 유은하씨의 경우 그곳으로 숙소를 옮기고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및 인수를 생각하고 있다.

이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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