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부 북핵전문가들 `약속 깬 건 미국’ 비판(연합뉴스, 2005. 2. 17)

미국의 일부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 핵문제가 이처럼 꼬인 것은 미국이 1994년의 북ㆍ미 제네바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16일(현지시간) 맨해튼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북한 우라늄의 미스터리’ 포럼에서 “미국은 제네바합의 가운데 중유 공급을 제외한 나머지는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주로 미국 국내 정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네바 합의가 1994년 10월 21일 서명됐으나 다음달 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공화당이 합의내용을 거세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약속 이행이 6년 가까이 지연됐고 그 사이에 평양의 기류가 변했다는 것.

해리슨 연구원은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 6월에야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취하기 시작했으나 이 6년 동안 북한 내부의 정치적 상황이 조용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평양의 매파들은 김정일에게 `미국에 속았다’고 계속 말했고, 따라서 미사일 대신 우라늄 농출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파키스탄의 제의를 움켜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리슨 연구원은 “김정일은 매파와 비둘기파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이중 정책을 구사했다”면서 “김정일에게 있어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 대비한 일종의 위험분산책”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부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공개적으로 북한의 정권 교체를 희망한다는 뜻을 표시했고, 따라서 그의 참모들은 처음부터 1994년 합의를 무효화할 핑계를 찾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미 사회과학연구원의 레온 시갈 박사는 지난 13일 보스턴 글로브에 게재한 칼럼 `북한의 전략’에서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는데 실패하자 1998년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수단을 획득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시갈 박사는 “평양은 많은 것을 요구하는게 아니며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을 원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종식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면서 워싱턴이 협력적일 때는 협력하고, 워싱턴이 약속을 어기면 앙갚음을 해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적으로 남아 있다면 북한을 위협을 느끼고, 따라서 그 위협에 맞설 핵무기를 추구한다는게 북한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제거할 경우 관계를 정상화하고 서면보장을 해준다는 것은 일리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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