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시대 뉴노멀 ‘안보에서 안전으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이 발표되었습니다. 총 7조 6천 억원의 추경안 중 국방비는 9,047억원(전력운영비 1,927억 원, 방위력개선비 7,120억 원)을 감액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충분치 않습니다. 우리의 안전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이미 차고 넘치는 최첨단 무기로 막을 수 없으니까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우리에게 인간을 위한 ‘안보’가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예산의 우선순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요? 


코로나 시대 뉴노멀 ‘안보에서 안전으로’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이 발표되었다. 지원 대상, 재정 확보 등과 관련한 논의가 이제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감과 소득이 끊긴 사람들,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피해 극복을 위해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세출 구조조정만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지금이야말로 예산의 우선순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역대 최대 규모인 약 50조원의 국방비를 대폭 삭감해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방비는 연평균 7.5%씩 증가해왔다. 2020년에는 50조1527억원이 편성되었고, 이 중 방위력개선비가 16조6804억원에 달한다. 주로 무기체계 획득 비용인 방위력개선비의 삭감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정부는 계약 일정 변경에 따른 연부액 조정과 공사비 조정 등으로 국방비에서 약 9000억원을 삭감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충분하지 않다. 용어만 변경되었을 뿐 여전히 추진되고 있는 공격적인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 구축 예산 약 6조원,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와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으로 가능성이 불투명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비용 약 1조원, 그리고 주한미군 주둔 경비를 지원하는 방위비 분담금까지, 타당성과 우선순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사업들이 산적해 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우리에게 인간을 위한 ‘안보’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2018년 전 세계는 군사비로 약 1조8000억달러를 지출했다. 핵무기 현대화, 각종 신무기 개발과 생산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인류를 어려움에 빠뜨린 오늘날의 위기는, 외부의 적으로부터가 아니라 전염병으로부터 야기되었다. 인류가 ‘안보’를 위해 개발해온 자원들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 차고 넘치는 최첨단 무기보다 튼튼한 사회안전망, 좋은 일자리, 지속 가능한 환경, 민주주의와 국제연대를 바탕으로 한 시민의 힘이었다. 적을 겨냥하기 위한 자원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을 함께 지키기 위한 예산이었다. ‘국가 안보’가 아니라 ‘시민 안전’을 위한 투자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세금은 그렇게 쓰이지 못했다. 한정된 자원은 ‘국가 안보’에 우선적으로 배분되었다. 한국의 군사비 지출은 2018년 기준 세계 10위를 기록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비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공공의료, 기초생활보장, 일자리, 환경, 외교·통일,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위한 예산은 여전히 국방비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로 규정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삶은 달라지리라 직감한다. 예산 투자의 우선순위 조정과 국방비 삭감, 맹목적인 군비 증강이 아닌 평화적 수단으로 평화를 구축하는 방향으로의 전면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추경안 논의가 그러한 전환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국방비를 대폭 삭감해, 코로나19 재난 극복 지원의 보편성을 확대하고 위기 상황의 장기화에 대비하며 팬데믹 통제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와 인도적 지원에 기여하기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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