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6-23   1207

김선일 씨 피납 은폐의혹 진상규명 요구키로

파병반대국민행동, “정부 설명 미흡하면 국정조사권 발동 요구할 것”

고 김선일 씨의 피납 사실을 미군 당국 또는 우리 정부가 한국군 추가파병 결정 전까지 고의적으로 은폐했는 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고 김선일 씨 피납을 정부가 언제 알았는 지, 인지한 후 어떤 대책을 세웠는 지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 국회에 국정조사권 발동을 촉구할 계획이다.

고 김선일 씨가 납치된 시점은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6월 17일이 아니라 그보다 3주전인 5월 30일이었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가 김 씨의 피납 사실을 언제 인지했느냐 하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김 씨가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공개된 21일 김 씨의 납치 사실을 알았으며, 납치 시점 역시 17일이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최영진 차관은 23일 김 씨가 근무했던 가나무역의 김천호 사장의 여러차례 진술을 토대로 “김 씨의 납치 시점은 김천호 사장의 세번째 진술인 5월 30일이 가장 정확한 것으로 보고 확인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군 당국과 한국 정부가 김 씨의 납치사실을 언제 확인했는 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했다. 만약 미군 당국 또는 한국 정부가 김 씨의 납치 시점을 한국군의 추가파병 결정 전에 알았다면, 국내 여론악화를 우려해 고의적으로 이 사실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정대연 기획단장은 “현지 교민과 아랍 대사관 직원들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 미군이 김 씨가 30일 피납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그렇다면 미군 당국는 3주 이상 한국 국민을 속여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 큰 쟁점은 우리 정부의 피납 사실 인지 시점이다. 정대연 단장은 “언론보도를 보면 알자지라의 방송 전에 현지 직원이 주 카타르 한국대사관에 피납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나왔다”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정부가 김 씨 피납 사실을 인지한 시점도 지금까지 알려진 시점과 다르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오늘 7시 광화문 촛불집회를 통해 이런 은폐의혹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김 단장은 “만약 정부가 고의로 김 씨의 피납사실을 은폐했다면 국민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조차 박탈한 것으로 엄중한 정치적, 윤리적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정부가 먼저 은폐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하며, 정부 설명이 납득하기 어렵다면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조사권은 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발동될 수 있어 최소한 75명 이상의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23일 ‘국군부대의 이라크 추가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을 제출한 국회의원의 수가 50여명에 불과해, 한나라당의 입장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실은 “김 씨의 피납 과정과 정부 대응에 대한 엄정한 검증이 필요하며, 이는 단순히 문책 차원을 넘어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조사여야 한다”면서 “조사권 발동요건이 문제이긴 하지만 국정조사위를 구성해 은폐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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