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유럽 MD배치 재검토와 체코의 레이더 기지건설 비준 철회


오바마 행정부가 동유럽에서의 미사일 방어(MD)체제 배치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체코 정부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레이더 기지를 자국 내에 설치키로 한 조약의 하원 비준 요청을 철회했다.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해 온 MD 레이더 기지 건설에 대해 체코 정부는 관련된 두 개의 조약에 대한 의원들의 표결을 거치기도 전에 비준요청을 철회했다. 체코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미국의 MD 레이더 기지 건설이 자국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해왔다. Mirek Topolnek 총리는 또 다시 체코가 러시아의 영향권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미국과의 강한 동맹이 필요하며 그 일환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MD 레이더 기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체코 시민들의 압도적인 반대여론 뿐만 아니라 체코의 정치권 또한 레이더 기지 건설에 충분히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Mirek Topolnek 총리는 비준절차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체코 국내 정치상황이 여의치 않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의식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MD 정책에 대한 재검토 방침에 따라 체코에서의 레이더 기지 건설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이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지하듯이 부시 행정부는 폴란드에 요격 미사일 10기를 배치하고 체코에는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는 체코와 폴란드 내에서의 강한 반대여론에 부딪쳤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첨예한 갈등의 요인이 되어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사일 방어(MD) 체제의 동유럽 배치를 ‘집중 재검토’하고 있는 미 국방부는 4월에 요청할 2010회계연도 예산 편성 일환으로 MD 동유럽 배치 계획에 대해 정밀 타당성 조사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가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는 것을 돕는다면 MD를 동유럽에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6일 고위 외교전문가들로 초당적으로 구성된 미국의 러시아정책위원회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19개 제안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해 백악관에 전달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현재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 하에 “이란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해 폴란드와 체코에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MD) 계획에 러시아의 시설과 장비를 포함하는 공동시스템 구축”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시 행정부의 MD 추진에 대해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해 온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는 한편 이와 관련하여 동유럽에서의 MD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동유럽 MD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MD를 둘러싼 동유럽에서의 미-러의 갈등은 미국 주도의 MD에 일본이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한국도 잠재적으로 참여 가능해지면서 동북아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큰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폴란드와 체코는 사실 안보상의 이유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라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국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MD를 추진해왔다. 이러한 정황들은 근본적으로 MD의 효용성 문제와 아울러 MD가 동유럽 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도 국가간 마찰을 초래할 가능성, 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라는 미국의 보다 큰 정치적 의제에 동유럽 국가들과 체결한 조약의 이행은 후순위가 될 수 있다는 것 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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