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환경도 민주주의도 실종된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

환경도 민주주의도 실종된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

– 강정마을 홍보부스 불허, 환경활동가 강제출국, 기자회견 명칭변경 압력 등 특정의제에 대한 정치적 압력으로 얼룩져

– 해군기지건설에 대한 독립적 환경영향평가 요구 결의안, 한국정부의 외압과 IUCN의 편파적 운영으로 가로막혀

 

9/15(토)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 본회의에서 많은 한국 인권시민환경 단체들과 해외 활동가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모션 181. 강정마을 주민, 자연, 문화와 유산보호(Protection of the People, Nature, Culture and Heritage of Gangjeong Village)가 부결되었다. 그러나 그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 사무국과 한국 운영위원회 측의 부당한 행동들은 이번 WCC 회의가 과연 환경과 인권을 중심에 두고 민주적인 절차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WCC가 시작하기 전부터 한국 운영위원회와 한국 정부는 합리적 사유 없이 강정마을회가 신청한 부스를 불허하고 WCC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해외 활동가들의 입국을 거부하는 등 환경보전이라는 WCC 총회의 취지, 특히 지역주민의 환경적 권리를 우선 고려하는 환경운동의 기본정신에 명백히 반하는 처사를 보였다. 또한 장하나 의원실, 그린피스 동아시아, 녹색연합 등이 공동주최한 해군기지건설 환경영향평가 기자회견 제목에서 ‘강정’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국제 회의장에서까지 부당한 방법으로 강정 해군기지건설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막았다. 

 

WCC 총회 기간 동안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개최국인 한국 정부가 보인 모습 역시 WCC 총회의 정신과 원칙과는 상반되는 것이었다. WCC는 각국 정부 및 비정부기구, 환경 전문가들이 만나 전 세계 자연환경 보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다. 그러나 정부는 WCC 내내 제주 해군기지건설과 관련된 환경적 쟁점을 회피하는데 집중하였다. 정부는 제주해군기지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과학적이고 환경적인 전문성에 바탕을 두고 토론하기보다는 해군기지 건설이 적법했다거나 국가 안보를 위해 해군기지건설이 필수적이라거나, 해군기지건설 관련 독립적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면 한국 정치에 야기될 혼란 등을 거론하며 환경적 쟁점에 대한 실질토론을 회피했다. IUCN 한국 운영위원회는 문구를 수정하는 협상 과정에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결의안자체를 철회시켜 달라는 내용의 안건을 총회에 기습 상정하기도 했다. 심지어 IUCN 한국 운영위원회와 국방부, 환경부는 주민들이 보상금을 목적으로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펼쳐오고 있다는 허위사실 유포와 정치적 매도도 서슴지 않았다.

 

IUCN 사무국과 지도부의 태도도 세계자연보전총회와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취지와 원칙에 상반되는 편파적이고 종속적인 것이었다. Julia Marton-Lefevre IUCN 사무총장은 WCC 개최 이전부터 한국정부의 4대강 공사와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에 대해 사실적 근거 없이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IUCN 사무총장은 강정마을 홍보부스불허에 대한 최고책임자이면서도 한국정부의 반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고 이의 재고를 요청하는 강정마을회, 한국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IUCN 회원단체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IUCN 회원 단체 활동가들의 입국거부에 대해서도 전혀 적극적 조치를 위하지 않았다. IUCN 사무국은 결의안과 관련된 의견을 조정하는 자리인 컨택 그룹(contact group)의 일정 및 시간 변경도 스폰서 단체(발의단체)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 

 

또한 Ashok Khosla IUCN 회장은 공평하게 모션에 대한 논의를 진행시켜 나가야 할 컨택 그룹에 들어와 간접적으로 한국 정부 측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고, 본회의에서도 모션 투표가 이뤄질 때도 발언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하지 않는 등 편파적인 모습을 보였다. IUCN 한국 운영위원회 및 IUCN 회장은 IUCN 미국 회원단체인 Center for Humans and Nature이 강정 해군기지 관련 모션을 제안한 것과 관련, 한국 단체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러한 모션은 정당성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125개 한국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되어있는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26개 제주도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되어 있는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 강정마을회, 36개 환경단체로 구성되어 있는 한국환경회의는 강정 모션을 지지한다는 서한을 IUCN 회장에 보낸 바 있다. 단순히 관변단체가 다수 속한 IUCN 한국 회원단체들의 다수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강정 모션이 모든 한국 인권시민사회단체 및 환경단체의 지지를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속단이다. 

 

비록 이번 WCC 본회의에서 강정 모션은 부결되었으나 과반수가 넘는 비정부기구 단체들이 강정의 목소리를 지지했으며 약 40%에 달하는 국가가 기권표를 던졌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의가 있다. 또한 수많은 참가자들이 연대와 지지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향후 강정 해군기지건설로 인해 야기되는 환경 문제를 국제적 차원에서 어떻게 해결하고 논의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또한 제주 해군기지 반대 국제행동주간 평화선언에 연명한 137개 단체 대표들이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 운동에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들이 강정에서의 인권침해와 관련된 공동서한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과 더불어 수많은 환경 단체들의 국제적 지지는 강정 해군기지건설의 인권적, 환경적 부당함을 세계로 알리고 연대해나가는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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