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물] 제주 해군기지, 강정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제주 해군기지, 강정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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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함께하는 올리버스톤 감독과 강동균 마을회장

 

배경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들은 2007년부터 지난 7년 동안 해군기지 건설에 맞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습니다. 해군기지 공사는 평생을 강정마을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강행되었고, 심각한 절차적•환경적•군사 전략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군기지건설 저지 운동을 펼쳐온 이들에게 돌아오는 답은 공사 강행과 정부의 탄압 뿐이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절차적 문제점 : 해군기지 건설 과정은 정당했나? 

주민 동의 없이 진행된 강정 해군기지 건설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부지로 처음 구상했던 곳은 강정마을이 아니었습니다. 애초 후보지도 아니었던 강정마을은 2007년 3월에야 처음으로 해군기지 후보지로 검토되었습니다.  

 

대다수 주민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가운데, 해군에게 설득된 일부 주민들의 주도로 2007년 4월 26일에 개최된 강정마을회 임시총회에서는 전체주민 1,900명(유권자 1,050명) 중 87명만 참석해 정확한 표결 없이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의했고, 다음날인 4월 27일에 제주도에 해군기지 유치를 건의했습니다. 대다수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러한 마을회 임시총회가 적법하지 않았다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강정마을 향약에 따르면 총회소집 7일 전에 반드시 소집공고를 내고 수시로 방송해 회의 소집 사실을 알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시총회는 불과 3일 전에 주민에게 공지되는 등 향약에 따른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2007년 8월,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재투표를 실시했고 725명이 참석하여 94%에 해당하는 680명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또한 해군기지 유치 결의를 주도한 윤태정 전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강동균 현 마을회장을 새로 선출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더 많은 주민이 참석한 재투표 결과는 무시한 채 주민의 10%도 참석하지 않았고 절차적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첫 번째 투표 결과만을 강조하며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이 주민 동의를 얻은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권침해 : 주민을 상대로 한 정부의 전쟁 

고조되는 갈등과 계속되는 인권침해

강정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은 일방적인 해군기지 공사 강행에 비폭력적으로 저항해오고 있으나 해군과 정부는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는 없이 강경한 방식으로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07년 공사가 시작된 이래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다 연행된 사람들은 무려 650명에 이르고 있으며 기소된 사람은 473명에 달합니다. 2013년 10월 현재 총 세 명의 평화 옹호자가 구속된 상태입니다. 해군기지 건설이 결정되고 7년이 지난 오늘, 강정은 어느새 한국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마을이 되었습니다. 

 

과도한 공권력 투입

2011년 8월부터 2012년 8월까지 1년 동안 연인원 12만 8,402명의 경찰력이 강정마을에 투입되었고 총 41억 8천만 원의 예산이 배정되었습니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대부분 공사장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는 방법으로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경찰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다리를 잡고 끌어내 머리를 다치거나 사지를 들고 옮기다가 떨어뜨려 부상을 입거나 발에 차이고 관절이 꺾이는 등 심각한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매일 기지사업단 앞에서 진행되는 생명평화 미사와 같은 종교 행사 중에도 업무방해라는 이유로 참석자와 사제들을 연행하거나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도한 벌금 부과로 인한 경제적 압박

2013년 현재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을 앞둔 강정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은 210여 명(중복포함)으로 총 53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판결이 종료된 약 50건의 형사사건으로 납부한 벌금은 1인당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천만 원에 달하며 전체 금액은 약 1억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형사재판 벌금액은 경범죄와 과태료를 제외하고도 앞으로 2~3억 원대에 이를 전망이고 해군기지 시공사가 마을회장 등을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과도한 벌금이 부과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몇몇 평화활동가들은 해군기지 반대 평화활동 중 부과된 벌금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벌금납부를 거부하고 감옥에서 노역으로 대신하는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강정마을 인권침해와 관련해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2012년 5월 31일,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공동서한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해당 서한에서 특별보고관들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지속적인 괴롭힘, 협박 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한국 정부가 평화활동가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환경파괴 : 생명의 섬 파괴하는 군사기지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제주도는 유네스코(UNESCO) 자연환경 분야의 3관왕이라 칭하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섬입니다. 그 중에서도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강정 앞바다는 천연기념물 442호(제주연안 연산호 군락), 인근 범섬은 천연기념물 42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범섬 주변은 생태계보전지역과 서귀포 해양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강정마을은 모두가 인정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곳입니다. 

 

허울뿐인 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는 국책 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여 사업의 적합성과 타당성을 가늠해보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대표적인 보호종들이 누락되는 등 졸속으로 부실하게 진행되었습니다. 2012년 7월 5일 대법원은 환경영향평가에 부실함은 있었다고 보여지나 국방•군사시설사업실시계획승인을 무효로 할 만큼 심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이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둔 취지, 환경권 및 생태계에 관한 제대로 된 인식 없이, 국책사업 강행에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준 것과 다름없습니다. 또한 해군은 그나마 있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도 수차례 위반하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날치기로 통과된 절대보전지역 해제

제주해군기지 건설부지인 구럼비 바위와 강정 앞바다는 개발이 제한되는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던 곳으로 남방큰돌고래, 붉은발말똥게와 같은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9년 당시 한나라당이 다수였던 제주도의회는 조례에 명시된 주민 동의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절대보전지역 해제 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오탁수방지막만 있으면 해양 오염 막을 수 있나? 

오탁수방지막은 바다 한가운데 설치하는 차단막으로 오염물질이 해류에 의해 이동하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입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청은 오탁수방지막 설치를 조건으로 강정 앞바다의 건설공사를 허가해주었지만, 오탁수방지막 설치만으로 오염된 ‘물’을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특히 제주도 남방 해역은 거대한 태풍이 자주 오기 때문에 오탁수방지막이 쉽게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해군기지 시공사가 오탁수방지막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어 그나마 있는 방지막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탕발림 공약 : 정부와 해군의 거짓말 시리즈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가능한가?

2007년 노무현 정부는 해군기지가 제주도에 들어오는 것과 관련해 제주 도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자 새로 건설된 항구가 해군기지가 아니라 민항을 중심으로 하고 군용선박은 기항만 하는 ‘민군복합형 기항지’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이어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제주해군기지 공식 명칭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확정하고 최대 15만 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드나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1조 원에 가까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예산 중 ‘관광미항’을 위한 예산은 530억에 불과하고 실제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지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와이 같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정작 하와이 진주만 인근 해역에는 수은과 방사능 등의 오염이 상당히 심각하고, 고유생물종 82%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하와이 주민들은 대부분의 수산물을 수입해서 먹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강정 주민들은 허구적인 발전 계획과 보상 대신, “그냥 이곳에서 평화롭게 살게 해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입지 타당성 문제와 설계오류 : 해군기지, 제대로 지을 수는 있나?

강정마을은 대형 항구가 들어서기에 불리한 지형조건

제주도 남쪽 지형 중에서도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강정마을은 파도가 높고 조류가 센 곳입니다. 지난 2012년 강정 앞바다에 투하되어 있던 해군기지 방파제 기본 구조물인 케이슨 7동이 태풍으로 모두 파손되었습니다. 이는 강정마을의 입지조건이 대형 항구를 짓기에 매우 불리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입니다. 해군 스스로도 “제주 남방 해역은 기본적으로 지형상 천연기념물, 기후 조건 등으로 대형 해군기지가 들어서기에는 불리한 지형조건” (해군, 기본계획보고서 2009. 4)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설계상의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불가능한 입지조건에 무리하게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항도 군항도 불능- 선회장, 항로 법적 기준 미달로 사고 위험도 커

‘항만 및 어항 설계 기준’에 따르면 15만톤 크루즈가 안전하게 입출항과 정박을 할 수 있으려면 지름 690m의 선회장이 필요한데 해군기지 선회장 규모는 520m에 불과해 법적 기준에 미달합니다. 또한 입출항 항로는 천연기념물 보호구역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회 예결특위 제주해군기지 조사 소위원회 위원들은 “해군은 크루즈 선박은커녕 군함마저 입출항에 문제 있는 황당무계한 사업을 강행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군사적 문제점 :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게 될 해군기지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키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정부는 제주해군기지가 ‘우리 선박의 남방해양수송로 보호’라는 안보상의 이유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주요 해양수송로인 말라카 해협의 위험요소는 테러나 해적활동이 아닌 불법어로 문제이기 때문에 해군을 파견하여 해양수송로 보호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미 해군의 요구조건에 맞추어 건설되는 제주해군기지

제주해군기지는 주한 미해군사령관(Commander U.S. Naval Forces Korea, CNFK)의 요구조건을 만족하는 수심으로 계획되고 있습니다. 한국군이 보유하지도 않은 CVN-65급 핵추진항공모함을 기준으로 항만설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제주해군기지가 추후 미 해군의 동북아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중국 견제 구상에 활용될 제주해군기지

미 오바마 행정부는 2012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군사전략으로 천명했고 이에 2012년 6월 21일 강정마을 근처 제주 남방 해역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한미일 군사훈련이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인도적 차원의 훈련이라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 대(對)중국 군사훈련입니다. 제주해군기지는 자주국방의 요충지가 아니라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까지 끌어들인 대중국 해양군사동맹의 전초기지가 될 것입니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과 더불어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한국이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 휘말릴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제작 : 강정마을회 /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문의 :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peace@pspd.org, 02-723-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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