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군사주권 의지 없는 한국군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군사주권 의지 없는 한국군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연합사와 미 2사단 잔류 등 SCM 합의는 기존 미군기지이전협정 위반

국민과의 약속, 국회 비준동의도 무시하는 정부와 군 당국

 

제 4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양국 정부는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령부와 동두천 미2사단 210화력여단을 그대로 잔류시키기로 합의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전시작전권 환수도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이로써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은 군사주권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1990년대 역대 정부부터 추진해왔던 전시작전권 환수와 미군기지이전계획은 또 다시 후퇴하게 되었다. 이번 SCM 합의에 대해 분노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스러운 노릇이다.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지속적으로 연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전작권 환수를 대비한다는 이유로 타당성이 확인되지 않은 미국산 무기도입을 추진하는 등 국방비 증액을 요구해왔다. MD 참여나 한미일 정보공유협정 추진도 그 일환이다. 우리는 이런 수준의 한국군에게 매년 35조원이라는 국방비를 지출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군 당국이 수십 년동안 내세우고 있는 대외적 안보위협과 동맹이라는 논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는 곧 한국군이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한미군사동맹에 기대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제부터라도 시민사회는 한국군의 존재 목적을 따져 물어야 한다. 

 

연합사의 용산 잔류와 미 2사단의 잔류 문제 역시 심각하다. 주지하듯이 2003년 이래 정부는 국익과 동맹을 앞세워 막대한 비용부담을 떠안고도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저항을 물리적으로 억누르면서까지 평택 미군기지이전사업을 강행해왔다. 당시 2008년까지 기지이전을 완료하겠다며 한국 군부대를 파견하여 기지조성에 나서기도 했고, 평택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기도 했다. 기지이전사업에 최소 10조원 이상의 국민 세금이 투입된 것은 물론 반환기지환경정화의 책임과 방위비 분담금의 부담도 고스란히 한국 국민들 몫이었다. 수많은 주민과 활동가들이 구속, 연행되는 등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치루기까지 했다. 이러한 갖은 진통 속에 국회가 비준처리한 것이 용산기지이전협정(YRP)과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개정협정(LPP)이었다. 미 2사단 210화력 여단이 잔류 논란에 대해 정부는 “YRP와 LPP계획은 국민과의 약속이며, 국회의 동의를 받은 부분”이라고 말했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으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국민과의 약속은 물론 국회 비준동의사항도 손쉽게 무시한 이번 SCM 합의는 철회되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비용부담에 관한 한미간의 협상을 군에 맡겨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번에도 증명된만큼 국회는 경과를 따져 묻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천문학적인 세금을 들이고도 아직까지 기지공사가 완료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주한미군 부대가 동두천에 잔류하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미군기지이전사업에 대해 국정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참여연대는 이번 SCM 합의의 문제점을 알려나가고 그 책임을 묻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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