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10-04-27   2460

[북한인권법]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인권사회단체 의견서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법안」과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안」,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법안」, 한나라당 홍의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재단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되었습니다.

2009년 11월 25일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위 4건의 법률안을 통합·조정한 단일안을 만들어 대안으로 제안하기로 결정하였고, 2010년 2월 11일 외교통상위원회는 재차 수정된 북한인권법안(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대안)에 대해 인권사회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힙니다.  



1. 북한인권법안(대안)은 북한인권개선과 관련하여 전혀 새로울 것도, 실효성도 없는 법안이다.


– 법안의 주요 내용은 △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자문위원회 설립 △ 통일부장관은 3년마다 북한인권기본계획 및 매년 북한인권증진에 관한 집행계획 수립 △ 외교통상부에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 임명 △ 북한인권재단 설립 △ 북한인권재단 내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 통일부장관은 북한 내 인권실태와 인권증진방안에 관한 대국민교육 및 홍보대책 마련·시행이다.
 
– 하지만, 이 법안의 많은 내용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과 같은 다른 법률에 의해 이미 규정되어 있다. 인권개선을 위한 노력, 인도적 지원, 국제협력 등 북한인권법의 취지라고 하는 인권의 보편적 실현을 위한 노력에 대한 내용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7조 (남북경제공동체 구현), 제8조 (민족동질성 회복), 제9조 (인도적 문제 해결), 제10조 (북한에 대한 지원), 제11조 (국제사회에서의 협력증진) 등과 거의 유사한 조문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와 중복되는 북한인권법안(대안)의 필요성을 의심하게 한다.

– △ 북한인권자문위원회 설립 △ 북한인권기본계획 및 집행계획 △ 대국민교육 및 홍보대책 마련·시행 역시 이미 다른 기관에서 유사한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북한인권자문위원회’와 비슷한 성격으로 국가인권위 산하에 북한인권특별위원회 및 북한인권포럼 등이 있고, ‘북한인권기본계획 및 집행계획’과 ‘대국민교육 및 홍보대책 마련·시행’은 필요에 따라 국가인권위 등에서도 수행가능하다. 나아가 그러한 계획과 활동들이 사실 우리 정부가 이미 실시하고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안이 가진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는 단지 상징적인 의미밖에 없다. 법안에서도 북한인권대사의 임무조차 규정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북한정부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인권대사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하여 어떤 실질적인 역할을 찾기는 어렵다. 결국 북한인권대사의 임명은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만 갖게 되는데, 미국 북한인권대사의 예를 보면 인권대사가 북한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자극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오히려 북한인권 개선을 방해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 증진을 위해서는, 북한인권대사 임명을 강행할 것이 아니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남한정부의 적절한 역할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 결국, 이 법안은 북한인권개선과 관련하여 전혀 새로울 것도, 실효성도 없는 법안이다.



2. 결국 북한인권법안(대안)의 주요 내용은 예산을 임의대로 쓰기 위한 “북한인권재단”의 설립 뿐이다.


–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 법안의 많은 내용은 기존의 타 법률, 타 기관업무와 중복되며,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인권재단의 설립과 관련된 내용이다. 실제로 이 법안의 총 20개 조항 중 북한인권재단과 관련된 규정이 무려 5개 조항(제 10, 11, 12, 15, 19조)을 차지할 만큼 이번 북한인권법안(대안)에서는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 이 법안에서 규정한 북한인권재단의 주요 사업은, △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연구 △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운영 △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대안의 개발 및 대정부 정책 건의 △ 북한인권 관련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 △ 북한인권 관련 홍보·교육·출판 및 보급 △ 북한인권 관련 남북 접촉 및 교류협력 △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교류 및 협력 활동 등과 같이 매우 넓은 범위에 걸쳐져 있다.

– 북한인권재단의 사업이 매우 광범위하고, 통일부 등 타 정부기관의 업무와 중첩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법안을 통해 다른 북한인권 혹은 통일 관련 업무에 있어 북한인권재단이 실질적인 중심 역할을 맡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인권재단의 설립비용과 재원이 모두 정부의 출연금 또는 보조금으로 규정되어 있어, 예산의 과도한 배정, 임의적이고 부적절한 집행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 특히, 이전의 법률안들에서 문제가 되어 삭제되었다가, 북한인권재단의 사업 중 하나의 항목으로 다시 추가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예전 서독의 잘쯔기터(동독인권침해기록보존소)를 모델로 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흡수통일을 전제로 삼고 있는 정치적 오류이며, ‘북한인권’을 핑계로 하여 북한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오용될 가능성이 높은 내용이다.

– 또한 북한인권재단이 북한인권 관련 시민단체에 대해 지원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정부의 입맛에 맞는 보수 성향의 반북단체들만이 ‘인권의 이름으로’ 큰 규모의 재정 지원을 받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이들 단체들은 현재도 과도한 재정 지원의 수혜를 입고 있는데, 북한인권재단이 설립되면 부적절한 재정 지원 편중이 더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 또한 이때, 재단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북한인권’ 보수 단체들이 다시 북한인권재단 및 정부의 대북정책에 보수적, 대결적, 반인권적인 색채를 더욱 강화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는, 갈등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 이렇게 볼 때, 북한인권재단 설립은 북한인권재단이라는 간접적인 조직형태를 통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책활동이나 예산집행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피하고,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3. 통일부에서 북한인권 업무를 주관하면서 북한인권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 ‘통일’이란,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에 기초하여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공존의 관계를 모색하는 것에 그 핵심이 있다. 그러나, 현 정부와 보수세력의 주된 ‘북한인권’ 담론은 북한의 정부와 체제 자체를 적대시하고 있으므로, 통일과 ‘북한인권’은 현재 모순과 갈등 관계에 빠져있다. 예를 들면,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는 통일교육과 북한정부의 인권침해를 비판하는 북한인권교육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은 통일부와 통일부장관이 북한인권 관련한 업무를 상당 부분 주관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북한인권 이슈가 정치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남북관계 및 남한의 대북정책에 직접 연동되도록 하였다. 이 경우, 북한인권 이슈가 인권적인 원칙에 따라 차분히 진행되지 않고 그저 정치적 이익에 따라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이 법의 제정 이후,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이 더욱 공격적이며, 인권에 친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짙다.

– 인권개선은 정치적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인권에 기반한 접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통일과 북한인권 개선은 갈등과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가능하다는 인권의 원칙을 통일부와 현 정부가 먼저 확인해야 한다.



4.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이 목표가 아닌, ‘제정’ 자체가 목적인 법안이다.


– 이 법안에서는 법안의 원안에서부터 논란이 되었던 많은 내용들이 표면적으로는 많이 빠졌는데, 이것은 정치적인 속임수에 불과하다. 이번 북한인권법안(대안)에서는 적용대상이 북한주민, 북한이탈주민,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등이라는 원안에서 북한주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축소되었으며, 인도적 지원과 지원 조건을 의무적으로 연계하는 대신 준수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이 포함되었다. 이렇게 근거도 중심도 없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북한주민의 실질적 인권 개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북한인권법의 제정 자체가 갖는 정치적 이익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 그렇기 때문에, 일단 법률 제정 후에는 북한인권재단의 사업 규정 중 ‘그 밖에 통일부장관이 지정하는 사업’ 규정을 통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민감한 사업들이 손쉽게 복원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번 법안에서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부활은 그 징조를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다.

– 또한 이 법안에 따르면, 북한인권자문위원회의 구성,운영(제5조4항), 북한인권기본계획에 포함될 수 있는 사항(제6조1항5호), 북한인권대사의 임무,자격(제7조2항),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에 필요한 사항(제10조4항), 북한인권재단의 운영,지도,감독 등에 필요한 사항(제11조6항), 민간단체의 활동에 관한 지원요건,절차 등(제15조3항)의 내용을 법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있다. 법에서 아무런 윤곽을 제시하지 않은 채 그 규정을 모두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것은 추후에 임의적인 정책추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무책임한 입법작용이며, 이러한 포괄적 위임입법은 우리 법치주의의 근본원리에도 반하는 것이다.

– 입법기관이 책임을 방기하고 실효성도 없는 무의미한 법률을 제정하려는 것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여론 형성을 회피하여, 정부가 보수적이고 대결적인 대북정책을 제한없이 추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5. 북한인권법 제정의 핵심은 북한을 압박하고 인권을 대결적 관점으로 축소시키려는 정치적 의도에 있다.


– 현 정부가 전혀 새로울 것도, 실효성도 없는 법안을 입법하려고 하는 것은 북한인권법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의미 때문이다.

– 북한인권법은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어떤 실질적인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다만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낙인 효과를 낳고, 동시에 북한을 정치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된다.
 
– 또한 남한 내부적으로는 반북성향의 보수적인 대북인권단체들을 공개적이고 대규모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데, 이는 남한사회 내에서의 풍부하고 전향적인 인권담론을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등의 매우 협소한 개념들로 축소, 왜곡시켜 남한사회의 인권을 후퇴시키는 효과를 낳게 된다. 

– 미국과 일본도 2004년과 2006년 각각 북한인권법을 제정했지만 현재까지 실효성을 제대로 보이지 못하고, 북한인권 개선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제정될 때부터 ‘대북 압박용’과 ‘정치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여 왔을 뿐이다. 북한은 2009년 8월에 제출한 유엔 UPR 정부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인권보호’라는 구실 아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공화국의 제도를 바꾸어보겠다는 공공연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2004년 미국 의회에서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전형적인 본보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이러한 상황에서 남한에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할 경우, 더욱 강한 정치적 의미를 가지게 될 뿐만 아니라 북한의 반발 또한 더 클 것이다. 결국 북한인권법은 인권개선에는 아무런 기여도 못하고 남북대결만 격화시키는 법률이 되고 말 것이다.

– 남북 대결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더욱 위협하게 되고, 이는 결국 남북한 모두의 평화적 생존권을 파괴하게 된다. 이는 곧 남한과 북한 모두의 인권 상황의 후퇴를 의미한다.



6. 결론 – 무엇 때문에 의미없는 법안을 만들려고 하는가


– 인권사회단체들은 이번 북한인권법안(대안)이 북한인권의 개선에 실질적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법적 실효성도 없이 단지 정치적인 압박의 의미만을 가지며, 예산을 임의대로 사용하기 위한 법률일 뿐이라고 평가한다. 따라서, 인권개선과 무관하며 남북 대결을 초래할 뿐인, 남북 양측의 인권을 후퇴시킬 북한인권법의 입법을 반대한다.




 


2010년 4월 2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안산노동인권센터,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네트워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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