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2013년 제주해군기지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한다!

– 박근혜 당선자와 여야 국회의원들은 제주도민들과의 약속을 지켜라

 

 

국회의 2013년 예산심의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해군의 2013년 제주해군기지 예산안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 해군기지 예산 전액삭감이 불가피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11년 12월 여야가 합의한 대제주도민 약속인 ‘객관적인 설계검증’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2011년 국회 예결위가 2012년 해군기지 예산의 대부분을 삭감한 취지는 정부와 해군이 공약했던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의 설계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국회는 예산을 삭감하면서 정부와 해군에게 “크루즈 선박 입·출항 및 접·이안 안전성 문제를 제3의 기관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하라고 요구했었다. 이후 총리실 주재로 구성된 기술검증위원회는 ‘설계오류’를 자인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해결할 근본적인 설계변경 없이 공사가 강행되어 왔다. 해군은 항만구조물 재배치, 항로의 변경, 초강력 예인선 사용 등 공사 중단과 근본적인 재설계 없이 설계를 부분적으로 변경하는 몇 가지 미봉책을 내놓았지만, 이 방식으로 크루즈 선박 입·출항, 접·이안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전혀 입증된 바 없다. 이를 검증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뮬레이션도 현재까지 실시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2011년 여야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만큼 해군과 정부는 공사강행에 필요한 예산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 

 

둘째, 기술검증위원회의 설계오류 인정 이후 부분적으로 변경된 설계의 문제점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안전성을 이유로 변경된 크루즈 항로(30도 항로법선)가 천연기념물 421호인 범섬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완충지역)을 관통하여 심각한 환경파괴가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해군의 부분적인 설계변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5만톤 크루즈선박이 항구 내에서 선회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기준에도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새로운 쟁점들에 대한 검증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셋째, 지난 여름 제주도를 지나간 태풍으로 인해 항만공사의 핵심시설물인 케이슨이 대부분 파손되었고 심지어 내부제보 등을 통해 부실시공 의혹까지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사와 대책 없이 케이슨 설치 공사를 지속하는 것은 무모한 일일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커다란 예산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이상 열거한 근거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은 현재 강정마을에 건설되고 있는 기지가 제주도민들에게 정부와 해군이 약속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아니며, 기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민들이 신뢰할 만한 근본적인 처방이나 객관적인 검증 없이,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는 해군기지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해군기지 공사예산을 무려 2,000억 이상 책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대선 기간 동안 제주를 방문하여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제가 책임지고 도민들의 뜻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술적 환경적 결함을 지닌 군항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책임지고 도민들의 뜻에 따라 추진’하는 일은 아닐 터이다. 

 

이미 2011년 여야가 합의하여 ‘검증 없이 예산 없다’는 기준을 세운 만큼, 국회가 요구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제출된 제주 해군기지 예산안을 전액 삭감해야 마땅하다. 정치권이 스스로 세운 원칙과 제주도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기술적 환경적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강행한다면 제주도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갈등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여야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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