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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병반대논리
  • 2003.10.23
  • 406

각계전문가와 세계지성이 말하는 이라크 파병반대의 논리



경고는 단순했다. 이라크는 테러의 온상이며, 알 카에다의 요람이고, '문명세계'에 대한 현존하고도 명백한 위험요소라는 것이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같은 주장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이 말을 그의 모토로 삼았다.

부시는 이라크 전쟁이 터지기 전 날 기자회견에서 임박한 이라크 공격은 9.11 사태로 시작된 사태 전개의 당연한 다음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안전한 훈련장소를 제공했고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에게 대량살상무기 사용도 기꺼이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당시 (부시의 이런 말들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사실이 됐다. 매우 빠른 속도로 미국과 영국에서 그들의 악몽이 현실화 되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과 영국이 경고한 바와 같은 테러의 중심지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폭력과 살인을 원하는 이슬람교도들이, 후세인 치하의 이라크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테러분자들이 시리아, 이란, 그리고 아랍세계 전역에서 이라크로 모여들고 있다. 마치 히피들이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던 것처럼 이슬람 지하드들은 바그다드로 돌진하고 있다.

미국 이교도들을 때려잡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금의 이라크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도처에 널려 있는 미국인들이 손쉽게 사정권 안에 들어오기 때문에 이슬람 과격분자들에게 이라크는 거대한 사격연습장(Shooting Gallery)이나 다름없다. 아프가니스탄은 산악지대가 많은 위험한 지형이지만 이라크는 평야국가이다. 행동에 굶주린 이슬람교도들에게 먹잇감은 너무도 풍부하다.

부시는 후세인 치하의 이라크에 이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으며 순식간에 테러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언제나 희박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는 주장보다도 희박했다. 블레어가 이라크는 테러분자들의 천국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차이는 이제 중요치 않다. 그동안의 사태전개가 미국측의 근거 없는 주장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라크는 테러리스트들의 낙원이 아니었다. 아마도 몇몇 은퇴한 테러리스트들의 안식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들의 낙원이다. 미국의 '이라크자유' 작전은 이슬람전사들이 이라크에 몰려들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준 꼴이다. 마치 그리스 연극의 장님 주인공처럼 부시는 예언의 실현을 저지하려 했지만 결국은 스스로가 예언을 실현하고 말았다.

이라크는 소말리아, 아프카니스탄의 전철을 밟고 있다

매일 한두 명의 미군이(그리고 이제는 영국군까지도) 목숨을 잃고 있다는 사실이 이같은 예언의 실현을 확인해 준다. 이제는 미-영군이 하루에 20여차례 교전을 하는데도 전사자 숫자가 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어제는 바그다드 경찰학교에 대한 차량폭탄테러로 사망자가 늘었다.

희생자의 대다수는 미국인들이 아니다. 미군과의 협력자들이 최대의 공격목표다. 요르단 대사관이나 이라크주재UN건물, 나자프 폭탄테러로 사망한 시아파 최고의 종교지도자 등이 대표적이다. 나자프 폭탄테러는 이라크의 새로운 통치자인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만약 미군정이 시아파 최고지도자와 같은 신분 높은 성직자도 보호하지 못한다면 나머지 모든 이라크인들은 어떻게 안전할 수 있겠는가?

그 결과 아무도 미군정과 가까워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지난 주말 새 통치위원회의 한 위원이 사임했다. 또다른 위원은 이라크 미군정 최고행정관 폴 브레머에게 '만약 미군이 위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위원회는 시체 보관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위원들은 개인 경호원을 고용해 스스로의 신변안전을 꾀하고 있다. 나자프 폭탄테러에 분개한 시아파 교도들은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바드르여단과 같은 민병조직들에게 치안유지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는 소말리아나 아프가니스탄으로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다. 지역 군벌들만이 권위를 갖고 있는 무법천지의 실패한 국가로 변모해 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연평균 살인율이 5천여건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정부상태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물론 후세인의 이라크는 악마의 제국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테러리스트들이 발호하기에 최적의 조건인 실패한 국가는 아니었다. 잇따른 태업으로 인해 전력과 물 공급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고 구리를 훔치기 위해 핵심케이블선을 절단해 가는 도둑들 덕택으로 이라크는 곧 실패한 국가가 될 것이다.

이라크 전쟁승리만 생각했을 뿐, 이라크국가재건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미군정의 통치가 악화일로를 걷게 됐을까? (미국의) 자만심과 무능력은 사태를 이렇게 만드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 국방부의 민간인 보좌역들은 이라크전쟁에 대해서는 충분한 생각을 했지만 이라크의 평화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들은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무소불위한 권력의 오만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주범은 그들의 이데올로기다. 공화당은 '이라크 국가건설'이란 단어를 거의 내뱉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들은 국가건설이라는 과제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다. 럼스펠드 장관을 위시한 국방부 인사들은 골수 일방주의자들이다. 동맹국들에게 간섭받지 않고 모든 일을 저 혼자 해치우려 한다. 그들은 21세기의 새로운 선제공격적 전쟁은 최소한의 병력과 저렴한 예산으로 식은 죽 먹기처럼 해치울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처음부터 부시행정부내의 강경파들은 최소한의 경비로 이라크를 통치하려 했다. 지금까지도 그들은, 미군정 최고행정관인 브리머가 인정한 대로, 폐허가 된 이라크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수백억달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토하려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부시팀은 마비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각본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이라크사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는 것같다. 그들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재건)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세계가 미국의 업적에 대해 박수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미군이 지금 실제로 처해 있는 상황은 베트남전쟁 이래 가장 위험한 국면이다.

지금 미군의 완전하고도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는 세력은 가장 극단적인 반전파들 뿐이다. 그러나 미군의 철수로 인한 갑작스런 치안공백은 무정부상태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반대로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기본적인 치안유지와 공공사업의 제공에는 지금보다도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 이라크에는 현재 14만 미군병력이 있지만 이라크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은 병력이 50만은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추가병력을 파견할 수는 없다. 린든 B.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 확전이 초래한 결과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미국의 여론이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군은 이미 지나치게 분산돼 있다. 징병제를 부활시키지 않는 한 병력을 증원할 수도 없다. 더욱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징병제는 적절한 정책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라크의 미국인들이 늘어날수록 이슬람 지하드들의 목표물만 더욱 많아질 뿐이다.

이라크 미군정 권력독점 대신 동맹국의 도움 이끌어내야

미국의 몇몇 언론은 이라크화를 말하고 있다. 빈둥거리고 있는 이라크 병사들을 비롯해 이라크인들을 훈련시켜 이라크인들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과거 집권세력이었던) 바트당원들 거의 모두를 재등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이 의도했던) 정권교체가 허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유일한 방법은 동맹국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진정한 유엔평화유지군이 다스리고 있는 발칸반도에서 사상자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좋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프랑스나 독일에게 이라크에 대한 일정한 지배권을 제공하지 않고 이들의 도움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 미군정 최고행정관 브레머는 권력을 나누어야만 하는 것이다. 유엔을 하찮게 여기고 있는 워싱턴의 강경파들에게 이는 엄청 체면이 깎이는 일이다. 게다가 유엔깃발이 테러리스트들을 쫓아내기보다는 끌어들일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젊은이들을 사지에 보내려 할 것인가?

이런 문제점들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잘못 시작된 사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리가 만무하기 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일은 이미 저질러졌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마무리하려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 더 많은 재정적 지원과 더 많은 인력 투입, 더 많은 동맹국들의 도움과 자유선거의 일정표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한 가지 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이 있다. 이 일은 미국사람들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인데, 그것은 앞으로 14개월 후 대통령을 갈아치우는 것이다.

가디언, 2003.09.03 http://www.commondreams.org/views03/0903-13.htm

이기사는 2003년 9월 5일자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기사입니다. ⓒ 2001-2003 PRESSian. All right reserved. (원문보기)
조나단 프리드랜드 (영국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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