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2-06-23   855

부시에게 RED 카드를!!

반전평화세계동시행동의 날 한국대회

“오늘날 우리는 세계의 모든 문제를 ‘테러와의 전쟁’으로 귀결시키는 부적절한 단순화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다른 나라와 협의하지 않은 채 오직 자신만의 시각과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하는 미국의 단순하고 일방적인 세계관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며 세계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장관(지난 2월 라디오 인터뷰 중)

미국의 걷잡을 수 없는 세계패권의 야욕에 대해 세계민중들이 ‘퇴장카드’를 들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하는 87년 6월 항쟁의 몸짓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들불과도 같았던 반독재투쟁은 2002년 현재 반전투쟁으로 잇닿고 있다.

6월항쟁계승반전평화대회위원회는 22일 늦은 1시 30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6월항쟁정신계승, 반전평화세계동시행동의 날 한국대회”를 개최하였다. 또한 21일에는 일본의 6·22반전평화세계동시행동의날 실행위원회와 함께 “미·일 패권전략과 아시아의 평화”를 주제로 한·일 공동포럼을 가졌다.

오∼피스(Peace) 코리아!

이날 대회에는 12시부터 투쟁대회를 가진 병원노동자들과 학생단체연대 외에도 붉은 악마들이 가세해 마로니에 공원이 가득 찼다. 이들은 “한반도 정책책동 미국을 반대한다” “우리국민 다 죽이는 신자유주의 반대한다”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며 대회분위기를 고조시켰다.

▲ “부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목사가 이날 무대에 올라 두 눈을 꼭 감은 채 규탄연설을 할 때에는 참석자들 모두가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한 목사는 “월드컵의 함성에 절대로 묻혀서는 안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고 전동록 씨에 대한 미군과 정부의 처사, 얼마 전 미군장갑차에 희생당한 여중생 사건 등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을 “폭력과 전쟁의 주범”으로 지정하면서 “지금의 함성으로 평화통일을 이끌자”고 촉구했다.

한국, 일본과 함께 미국, 파키스탄, 엘살바도르, 벨기에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이날 반전평화대회에는 우리나라 대표로 민주노총과 민중연대 소속 활동가 5명이 도쿄대회에 파견되었다. 오늘 한국대회에 연대발언을 한 이시이 일한 민중연대 네트워크 대표는 평화헌법을 없애려는 고이즈미정권의 전쟁책동을 막기 위해 힘껏 싸울 것”이라며 “아시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함께 손을 잡자”고 제안했다.

이날 6·22반전평화세계동시행동의날 참가자일동은 공동선언문을 채택, △미국의 패권적 전쟁정책과 대테러 침략전쟁 반대 △일본의 유사법제와 군사대국화 반대△미사일방위 구축 등 군비확충정책 반대 △미군기지의 철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등을 주장했다.

한국대회 참가자들은 또한 결의문을 통해 F-15K를 포함한 미국의 무기강매 저지, 미군기지의 전면적 반환, 국가기간사업의 사유화, 해외매각에 대해 민중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다짐했다.

아시아평화기구 필요

한편, 한·일 공동포럼 자리에는 한국, 일본, 미국, 필리핀 등 각국의 활동가들이 참석하여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의 강화와 함께 세계, 특히 아시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데 대해 공감하였다. 이에 대해 모든 참석자들은 ‘평화만들기기구(Peace Making Institute)’나 ‘아시아안전보장기구’와 같은 아시아평화를 위한 상설기구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측 기조발제를 맡았던 김진균(서울대 사회학)교수와 김승국 평와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정책위원장은 일본과 한국을 동북아 미사일 방어망(MD)으로 묶어내려는 미국의 전략이 ‘중국포위-북한 견제’를 뼈대로 한 새 안보구상이라며, 이것은 미국이 부추기고 있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함께 아시아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교수는 이에 대해 △아시아를 미군없는 해방구(USA Army free zone)로 만들 것 △아시아의 비핵·평화지대화 △아시아의 전쟁 무풍지역화(War threat free zone)를 위해 아시아의 민중들이 나설 것을 주장했다.

함께 주제발표에 나선 ‘유사법은 위헌이다, 히로시마현 시민연락회’의 공동대표 요쿄하라 유키오(Yokohara Yukio) 씨 역시 일본의 보수파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헌법9조(전쟁을 부정하고 무력을 행사할 것을 포기)의 개정 움직임이 지닌 위험성을 지적하며 미일군사동맹을 해소하기 위한 운동에 민중이 연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2년간 ‘일본의 매향리’라 할 수 있는 아츠기 기지의 폭음에 항거하며 소송단을 이끌어 오고 있는 마야 모토무(Maya Motomu)단장은 아츠기 기지를 방문한 전만규 위원장(매향리폭격장 폐쇄를 위한 주민대책위)과 만나 연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그는 이날 “전 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며 “세계연대를 통해 지역운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내 공동투쟁단체들과 “US Troops Out, Now!(미군은 당장 나가라)”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는 필리핀 신 민족주의자 동맹(BAYAN) 부사무총장인 산티아고 다스마리스(Santiago Dasmaris, Jr) 역시 “미 제국주의와 테러리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온 세계의 민중운동이 서로 단결하고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이후 필리핀에서는 6개월에 걸친 대 테러리즘의 ‘군사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천 여명의 미군 병사들이 체제하고 있다.

▲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 교수
토론자로 참석한 강정구(동국대 사회학)교수는 임동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 김대중 대통령 등의 말을 인용, 오는 2003년 한반도 전쟁위기설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강 교수는 경수로발전소 공사지연에 따른 보상문제, 미국의 북한 과거핵에 대한 특별사찰 쟁점화와 이지스함의 북한해안 배치계획 등이 전쟁위기의 요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한 쪽 정권교체와 함께 연대 가능성이 높은 부시-고이즈미-이회창 구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94년 미국은 남한의 대통령(김영삼)이 반대를 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미국의 각본에 따라 전쟁계획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었다”며 “남북관계를 원만히 풀어나가면서 북한과 공조를 취할 수 있는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 오는 대선의 관건”임을 확신했다.

강 교수는 부시 대통령을 ‘막가파’에 비유, “‘악의 축’ 발언으로 조성된 전쟁위기에 대항해 민중시민사회차원에서 전쟁의 불길을 잡는 운동이 계속되어야 한다”며 “남아있는 불씨를 잡자”고 당부했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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