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평화정책 2007-06-29   2249

‘평화국가’ 만들기와 동아시아 평화벨트 상상하기

[토론회 후기] 대안적 동북아 평화구상과 ‘평화국가’ 만들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코리아연구소 공동주최로 6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대안적 동북아 평화구상과 ‘평화국가’ 만들기」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변동에 대응하는 대안적 평화체제를 구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토론해보자는 것이 그 취지였다.

최원식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둘러싼 기존의 토론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제기와 상상력이 요구되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대훈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의 가능성과 걸림돌 : ‘평화국가’ 만들기 의제를 중심으로”라는 발제를 통해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반도가 안보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평화국가 형성을 위한 시민적 실천 방향으로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와 ‘한미 군사동맹의 대안 찾기’를 제안하였다. 이대훈 소장은 한국 시민사회가 북한의 변화를 구상하고 전망하는 것이 결여되어 있으며, 국가중심의 남북관계에 시민사회가 보조자 역할에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김연철 연구교수는 동북아시아가 군비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군비통제가 사회적인 합의가 가능한지와 그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북 인권 문제제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남북관계가 발전되어 제도화되면 북한의 제도화도 필요하여, 북한 인권문제는 그 때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전재성 교수는 평화진영이 말하는 ‘평화’는 ‘무엇을 위한’ 평화인지 그 핵심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시민사회가 국가와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지, 그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시민적 규범과 지식제공자로서 시민사회의 역할도 주문하였다. 박경순 상임연구원은 한반도에서 군사주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북한체제의 변화를 모색하기 보다는 북한이 스스로 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진 여성학 강사는 민주화 이후 군사주의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안보국가’를 문제시 할 때 ‘안보’가 아닌 ‘국가’를 문제삼아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그렇지 않으면 안보를 강조하는 것이 최선의 평화라고 하는 것처럼 ‘평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평화국가’나 ‘안보국가’로 대별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정희진 씨는 강조하였다.

이날 토론은 ‘평화국가’만들기에 대한 시민사회의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동감을 했지만, 그 방법과 접근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확인되었다. 이는 앞으로 ‘평화국가론’에 대한 보다 풍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를 넘어서 : 제주-오키나와-타이완 동아시아 평화벨트 상상하기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삼성 한림대 교수는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를 넘어서: 제주-오키나와-타이완의 동아시아 평화벨트를 상상하기”라는 발제문을 통해 지난 한 세기 동안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의 현실과 미래는 대만, 오키나와, 한반도 등 세지역의 운명과 연관되었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대분단체제의 극복은 동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이 이 세 지역의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며 추구할 것인가와 긴밀히 연관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삼성 교수는 미국의 전략적 인식을 보면 제주도가 해공군기지로 되고 대만해협에서 미중간 긴장이 높아갈수록 제주도가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게 절실한 군사기지로 부각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이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에 미일동맹의 하위 구성원으로 새롭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제주군사기지의 문제점

이삼성 교수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대분단체제 사이의 관계를 현실화 시키는 것이 제주도 군사기지화 문제임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제주도 해군지기 정당화 논리에 대해 ▶제주 기지 없이는 제주해역을 못 지킨다면 과연 “대양해군”인가? ▶동아시아 해상로 안전 확보는 제주 기지가 아닌 동아시아 평화의 문제이다 ▶일본 및 중국과의 군비경쟁 다다익선의 논리는 위험한 비합리다 ▶한국안보의 비전은 동아시아 평화의 비전과 연계가 핵심 고리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제주 군사기지화의 역기능을 가진다고 반박했다. 또한 한국의 안보는 동맹과 공동안보, 동아시아 세력경쟁과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등 상충하는 목표들과 수단들 간의 균형을 동아시아 경제규모 능력 안에서 절충하고 조화시키는 고도의 정치적 지혜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 지역이 제국주의, 냉전, 탈냉전으로 대분단체제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서보혁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은 미국의 이중적이고 모순된 행동을 견제하고 절대적 힘을 상대화할 수 있는 다자적 안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희옥 교수는 중국의 위협론이 의도적으로 과장되었다고 지적하며, 중국은 미국의 대항마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동아시아에서 미중 패권경쟁이 회자되고 있지만, 동아시아는 미일, 한미동맹 중심으로 갈 것이며, 중러간의 대항동맹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대칭적 상황은 한미 FTA로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중국 위협론은 재평가되어야 하며, 미국과 중국간의 협력관계를 상상하며 한국의 외교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양길현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냉전, 탈냉전시대의 대분단체제의 미묘한 차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주문했다. 제주대 교수로서 제주 군사기지에 대한 일련의 과정에 설명과 문제점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군사적으로 집중된 안보를 비군사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평화국가’만들기임을 강조했다.

이혜정 교수는 정치학적 관점으로 보면 ‘안보’의 이름으로 충돌할 수 있지만 평화의 이름으로도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평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 평화적인 방법으로 협력을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으며, 다자주의를 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 대분단체제 해체로 가는 길

이삼성 교수는 21세기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이 지역 대분단체제의 해체임을 재차 강조하였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대분단선 위에 있는 대만, 오키나와, 그리고 제주도의 세 섬들이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대분단체제의 해체는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의 해체를 위해서 제주-오키나와-대만을 잇는 평화벨트를 상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제주도가 여러 차원에서 평화과정을 구축하고 촉진하는 방안들을 모색하는 장소로 가능하며, 이런 방식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관행을 정립하는 것이 제주도가 대분단체제의 지리적 상징으로 전락하는 운명을 피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가 동아시아 평화와 함께 논의되어야 하며, 동아시아가 분단체제의 질곡에서 벗어나 평화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부터 막아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평화군축센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