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자적 비전도 역할모색도 없는 ‘전략동맹론’

과도한 비용부담하면서 미군은 잔류시키고 한국군은 파병시킨다?
한반도 미래 부합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도 없는 미국 추종전략


이명박 정부의 첫 한미정상 회담이 한미동맹 미래의 방향에 대한 재확인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이 ‘전략동맹’으로 ‘격상’ 된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사실 한미동맹을 군사안보 분야로 한정하지 않고 그 활동 범위도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겠다는 것은 노무현 정부 당시에 확인된 바 있는 내용이다. 한국이 얻을 실익이 없는 주한미군 감축중단 합의나 미국산 무기구입을 증가시킬 공산이 큰 무기구매국(FMS) 지위격상을 한국 정부가 거둔 ‘성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연내가입도 전임정부가 추진해 온 것으로 예정된 것이었고,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간 공조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에 대한 대가로 한국이 더 큰 비용부담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한미간 핵심 쟁점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개방문제는 한국 측의 일방적인 양보로 귀결되었다. 한반도 방어를 한국군에게 넘기고 동북아와 국제분쟁 개입을 위해 주둔하는 미군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감축예정이었던 미군들을 잔류시키는 대신 또 다시 한국군을 미국이 주도하는 각종 전쟁에 파병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한미 전략동맹을 추구하는데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비용문제만이 아니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지향해야 하는 가치나 요구되는 역할에 대한 진지하고도 독자적인 모색이 실종된 것이다. 기후 문제 대응과 관련해서 국제사회 지탄을 받고 있는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동맹 미래가 한국 시민사회의 동의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큰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의 역할과 범위의 확대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명백히 배치되지만 이러한 문제를 정부는 전혀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이 더 많은 주둔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달라진 역할을 수행하는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반도에 더 큰 위협이나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도외시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한미 전략동맹 자체가 정부 정책의 비전이나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정부는 전략동맹을 추구하기 이전에 한국의 대외정책의 목표가 무엇이고 국제사회에는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그 목표와 역할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전략동맹이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지향과 역할에 부합하는지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생략한 채 정부는 격상된 동맹으로서 전략동맹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에게 그 부담을 무턱대고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듯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한반도 미래에 대한 스스로의 비전과 목표를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한미 전략동맹의 내용을 채우기 전에 그러한 방향이 과연 한반도 미래에 바람직한지 사회적으로 공론화하여 국민들의 의사를 묻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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