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발전기본법안, 남북관계 규정하는 기본법으로 크게 미흡하다

실효성 없는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설치를 법안에 명시할 이유없어

남북관계 규정하는 기본법으로 크게 미흡한 남북관계발전기본법안

– 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취지와 의미 적극 반영해야

– 실효성 없는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설치를 법안에 명시할 이유없어

– 지금부터라도 남북관계발전을 위한 국민적 합의기구를 모색해야

지난 3일 임채정 의원 대표발의로 남북관계발전기본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미 125명의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발의한 이 법안은 남북합의서의 법적 실효성을 부여하여 남북관계의 안전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등 남북관계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사항을 규정하는데 제안 이유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의 활성화를 통해 전반적으로 남북관계가 급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남북관계발전 단계에 걸맞는 법률체계는 아직 갖춰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발전기본법의 제정은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 91년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천명하고 현행 남북관계를 규정한 바 있는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기본합의서)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여전히 비준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발전기본법의 제정방향은 91년 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제반 남북관계법령을 법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소모적인 대립과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동시에 진전된 남북관계를 추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정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의미와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평화와 통일에 대한 정부 정책수립에 있어 국민적 합의를 모으기 보다는 통일부의 역할과 권한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미흡한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이 법안의 목적조항에 남북관계와 남북관계의 발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은 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그 근거를 두고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남북합의서의 법적 효력을 부여하기 위해서 기본법이 발효되기 전에 체결된 남북합의서는 빠른 시일 내 국회에서 비준받도록 하는 부칙조항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기존에 상충하고 있는 남북관계법령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보다는 인적교류상의 편의를 위한 규정에 그치고 있는 다른 법률과의 관계 조항에서도 다른 법률보다 우선 적용되는 상위법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이 법안은 남북관계발전을 위한 정부의 책무와 역할, 위상만을 강조하고 있다. 전체 23조항 중에서 제 6조에서 제 14조까지 정부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특히 제 15조에서 제 20조에 이르기까지 남북회담대표의 임명과 수석남북회담대표, 회담관련 지휘, 감독 등 남북회담대표와 관련하여 지나치게 자세히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이 명실상부한 기본법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러한 세부조항은 최소화하되 국민과 정당 그리고 기업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명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재정상의 조치 역시 미흡하다. 법안은 정부가 한반도평화증진 등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할 것임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이를 위한 안정적인 재정확보 조치에 대해서는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 동안 정부가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통해 식량, 비료 등 대북지원과 개성공단, 철도, 도로 연결 사업, 이산가족 교류, 교역, 경협자금, 사회문화교류 등을 지원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기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북관계를 둘러싼 정쟁으로 남북교류협력기금이 대폭 삭감되었던 지난 16대 국회의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민간단체들이 요구해 왔던대로 정부 예산 1%를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출연하여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도록 기본법에 명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법안에서 강조하고 있는 남북관계발전위원회의 설치와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조항은 그 실효성과 타당성에 있어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관계발전의 방향과 계획을 체계화하기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서 중대한 실천적 의미를 갖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안에서 이와 관련된 조항을 보면 그 취지에 비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법안의 제 13조, 제 14조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이 기본계획을 수립, 확정하며 위원회도 통일부 산하에 두어 통일부 장관이 위원장직을 맡도록 하는 등 지나치게 통일부에 권한을 집중시키고 있는 반면 5년마다 수립하는 기본계획에 대해 위원회에 심의 기능만 부여함으로써 어떤 정책적 의견을 반영하거나 결정할 수 없으며 위원회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명시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 또한 기본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에 대한 통일부 장관의 국회 보고 의무만 있고 집행결과를 보고, 평가하는 어떤 조치도 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통일부 차원해서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을 입안하고 이를 검토하기 위해 자체 위원회를 두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따라서 굳이 그 실효성과 대표성이 불분명한 기본계획 수립과 남북관계위원회 설치를 기본법에 명시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남북관계 발전방향과 이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은 통일부 차원을 넘어 국가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할 사안이다. 주지하다시피 남북관계 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합의수준은 이미 높은 상태이며 여야 또한 남북관계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합의를 이룬 바 있다. 따라서 평화,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적 권위를 갖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초당적 협력과 시민사회 내 역량 결집을 바탕으로 남남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 13조, 제 14조는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와 이를 통한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 수립원칙으로 수정되어야 하며 그것이 지금 당장 구체화되기 어렵다면 이 조항들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관계발전 기본법 제정은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루고 이를 통해 한반도평화를 정착시키며 대내외 정세에 보다 주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남북관계발전기본법안이 이러한 역할을 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컨대, 남북관계기본법이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기본법의 위상을 갖고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적극 반영하는 한편 대북정책 수립을 위한 국민적 합의기구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수정,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회는 법 제정 추진에 앞서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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