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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
  • 2009.02.24
  • 822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보고서
대북정책분야 :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성적표만 남긴 대북정책 1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1년.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성적표만 남겼다. 지난 10년의 포용정책이 한계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어렵게 거두었던 남북화해의 성과물들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3월 26일 통일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국민의 뜻에 반하는 대북협상은 없다“고 말했는데, ‘국민의 뜻’과는 무관한 대통령의 의지는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었다. 지금까지 남북간의 대화는 한 번도 재개되지 못했음은 물론, 대화 창구조차 완전히 막혀버렸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이루어졌었던 이산가족 상봉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대북정책

2007 10월 남북정상선언 당시를 되돌아보면,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기조는 되돌릴 수 없는 확고한 정책기조로 자리 잡는 듯 했다.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문산과 봉동을 오가는 남북화물열차가 개통되었고 남북간의 경제협력이 대폭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또한 10.4 정상선언 후속조치로 남북총리회담 및 남북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되면서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는 등 이제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염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통일부 폐지 시도였다. 인수위는 통일부를 폐지해서 그 역할을 외교부와 경제부처 업무로 이관하려고 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따른 대북협상 창구로써 통일부 역할을 부정한 것이다. 가까스로 통일부는 살아남았지만, 사실상 통일부의 역할과 입지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북포용정책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남주홍 교수를 이명박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이나,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실제 대북정책을 거의 펴지도 못했던 김하중 장관, 그리고 북한의 반발만 살 뿐, 현실적용 가능성이 거의 없는 ‘비핵․개방3000’를 입안한 현인택 장관을 입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0.4 정상선언, 정신은 존중하지만 이행은 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3월 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통일부는 '비핵ㆍ개방 3000' 이행 준비와 '상생 경제협력 확대' '호혜적 인도협력 추진' 이라는 3대 목표 외 12대 과제를 밝혔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10.4 정상선언 이행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정부는 국회와 국민에게 왜 10.4 정상선언을 이행하지 않는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으면서, ‘그 정신은 존중한다. 그러나 이행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만을 주술처럼 반복하고 있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드러나면서 남북관계는 급랭선을 탔고 여러 불행한 일들이 벌어졌다. 통일부 업무보고 다음 날인 3월 27일, 북한은 남북경제협력사무소 남측 정부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이날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임기연장에 찬성표를 던졌던 날이기도 하다. 더구나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약속했던 옥수수 5만 톤 지원을 미루면서 “북한이 요청하면 주겠다”는 입장을 밝히다가 결국에는 지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마치 북한이 애초부터 이명박 정부의 식량 지원을 거부한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했다.

점점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한의 비난 강도가 세지고, 남북관계가 삐걱거리더니 7월에는 금강산 관광객에 대한 피살 사건이 발생했다. 민간인 피살사건에 대한 북 측의 공식 사과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이명박 정부는 민간인 피살문제에 대한 어떠한 해결조치도 얻어내지 못했다. 남측의 유일한 조치는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는 것뿐이었다. 여기에 일부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가 강행되면서 남북 간의 긴장감은 크게 높아져 갔다. 정부는 이러한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의 강경한 반발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막으려하지 않았다. 게다가 11월 정부는 유엔에서 있었던 대북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처음 참여하는 행보를 보였다.

결국 12월 1일,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한 출입조치를 제한하는 등의 12.․1 조치를 취했으며, 2009년 들어서는 북한 총참모부와 조평통에서 군사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강도 높은 성명들을 쏟아냈다.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와 조선협력단지 등과 같은 사항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남북 합의사항이 허공에 떠버린 상황에서 급기야 정치군사분야에 대한 남북간 모든 합의가 무효라는 북한의 선언으로 이어졌다. 이제 국민들은 서해상의 평화협력지대 건설이 아닌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을 노심초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창조적 실용주의? 경직된 이념에 경도된 이명박 정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긴장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지난 정부의 성과를 부정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남북간의 극한의 대결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적 실용주의’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도리어 전형적인 이념적 경직성만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냉전적인 대북관이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철학부재도 문제이다. 정부 부처 간에도 손발이 맞지 않아 한쪽에서는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선제타격’도 가능하다는 발언도 나왔다. 평화교육, 통일교육은 지양하고 남측 체제 우월성과 북한 체제의 반인권성을 강조하는 이념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가안보회의(NSC)와 같은 통일외교안보정책의 컨트롤타워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대미정책 기조 하에, 외교나 국제관계 전문가가 남북간의 특수관계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남측 발 외부개조론’으로 인식될 ‘비핵개방3000’ 전면 재검토 필요

주지하다시피 남북관계 위기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정부의 진심어린 노력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지난 10년을 부정하는 태도를 버리고 북한과 신뢰를 쌓는데 노력해야 한다. 양 정상간에 맺은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부정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고 한다면, 북한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해 12월 31일 통일부가 제시한 ‘「새로운 남북관계로의 전환」을 위한 2009년 통일업무 추진계획’ 내용은 여전히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지금도 정부는 북한의 대남 비난과 대화 제의 불응이 남북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인 것처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대상으로 인정한다면, 북한에게 ‘남측 발 외부개조론’으로 인식될 ‘비핵개방3000’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북한의 호응없이 실현가능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비핵개방3000’이 북한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가 아닌 다분히 국내정치용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대화에 응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은 사실상 남북관계 돌파구를 만들기 위한 선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아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위기를 막고자 하는 의지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부의 엇나간 대북정책으로 인해 초래되는 남북간의 긴장과 군사적 대결로 인한 모든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 대다수는 민생악화로 고통받고 있다. 그런 국민들에게 남북간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또 다른 불안까지 안겨주어서야 되겠는가. 정부가 지금의 남북관계 파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대북정책 전환의 결단을 보여줘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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